메뉴 건너뛰기

close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들어섰다. 4·29재보궐 선거 전패로 시작된 분란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절정을 맞았다. 지도부 책임론과 '친노 패권주의'를 제기하던 주승용 최고위원과 그에 대해 '공갈 발언'으로 사태를 악화 시켰던 정청래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의 갈등은 그동안 새정치연합 내부에 잠들어 있던 불안요소를 끄집어냈다(관련기사 : 막말 싸움에 노래까지... 새정치연합의 '이런' 막장).

이후 지난 11일 정 최고위원이 주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전남 여수를 찾아 사과했고, 주 최고위원은 12일 본회의 참석을 위해 잠적 5일 만에 국회에 나타났다. 주 최고위원이 아직까지 최고위원회 복귀는 거부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와 당의 4선 이상 중진의원들까지 복귀를 촉구하면서 어느 정도 돌아올 명분이 쌓이고 있다. 이제 주 최고위원이 이야기한 문 대표의 '결단'만 보여준다면, 이번 사태는 봉합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친노 패권주의'는 실체 없는 프레임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오전 '공갈' 발언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발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당분간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3일 오전 '공갈' 발언으로 주승용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발한 정청래 최고위원에 대해 "당분간 자숙을 요청했고 본인도 수용했다"고 밝혔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문제는 그 '결단'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대표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11일 침묵을 지키고 있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이번 사태를 놓고 "선거참패 이후 사퇴만이 책임지는 모습은 아니겠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의무만 강조하는 건 보기에 참 민망한 일"이라고 밝혀 사실상 사퇴를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기도 했다(관련기사 : 김한길 "문재인 사퇴 불가? 민망하다").

김 전 공동대표 측은 "사퇴를 촉구한 것은 아니"라며 "문 대표가 오로지 친노의 좌장으로 버티면서 끝까지 가볼 것인지, 아니면 그야말로 야권을 대표하는 주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결단을 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는 게 핵심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이것은 주 최고위원이 "친노 패권주의를 청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주 최고위원은 김 전 공동대표의 측근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한 '친노 패권주의'는 무엇일까? 사실 지난 2월 문 대표의 취임 이후 '친노 패권주의'라고 불릴 만한 일은 없어 보인다. 문 대표는 전당대회를 치르는 내내 계파청산을 약속했다. 임기 초반 가장 핵심적인 업무였던 당직 인선에서도 수석사무부총장에 김경협 의원을 임명하는 것 외에는 계파논란을 일으키지도 않았다. 수석사무부총장이 '주요 요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비중이 높은 자리는 얼마든지 있다.

4·29재보선도 마찬가지로 전략공천을 하지 않고, 모든 지역 후보를 경선으로 치렀다. 오히려 그것이 이번 선거의 패배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서울 관악을에 정태호 후보 정도만 참여정부에서 문 대표와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인사다. 그 역시 김희철 전 의원과 치열한 경선을 거쳤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은 4개 지역구 모두 경선에서 유리하다고 할 수 있는 현직 지역위원장이 후보가 됐다. 그러니 이 역시 '패권'은 아니다.

결국 문 대표 체제에서 가해지는 '친노 패권주의'는 실체가 없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6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친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그 단어가 가진 부정적 속성을 계속 이용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소위 '비노', '비주류'라고 분류되는 세력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기재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비판은 결국 본질을 비켜 가고 정치적 공방, 불필요한 감정적 대립만 불러일으키게 된다.

비판하기 위해서는 패배의 원인을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친노 패권주의 때문에 선거에 패했다'라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다. '야권의 분열 때문에 졌다'는 평가도 패배의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에 지나지 않다. 새정치연합은 '지역인물론'을 내세운 여당에게 밀리고, '호남개혁정치 복원'과 새로운 진보노선을 말하는 또 다른 야당 세력을 잠재우지 못했기 때문에 패배했다.

그렇다면 새정치연합이 선거 패배를 평가하고 성찰하는 과정 없이, 엉뚱한 '친노 패권주의'라는 실체하지 않는 프레임 논쟁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 문재인 대표의 잘못은 없나

4.29 재보선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문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표의 뒤를 지나고 있다.
 4.29 재보선 패배 후 지도부 총사퇴와 함께 문 대표의 거취 표명을 요구해 온 주승용 최고위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문재인 대표의 뒤를 지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것은 선거 패배에 직면한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의 문제'에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4월 30일, 재보선 결과가 나온 다음날 있었던 문 대표의 기자회견과 지난 4일 광주 방문이다.

주 최고위원은 이 과정에서 문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지도부의 거취 문제나 선거 패배 수습을 위한 행보를 공적 논의 체제가 아닌 '비선'을 통해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 최고위원의 문제제기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그렇다면 당 대표가 무엇을 결정할 때마다 최고위원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어디를 방문하는지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해야 할 수 있는 건가? 물론 아니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대표를 뽑을 이유가 없고, 집단지도체제로 가는 게 맞다. 주 최고위원과 문 대표 반대진영의 인사들은 이러한 대표의 행보를 '비선에 의한 의사결정'으로 규정하고 '친노 패권'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그러면 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 문 대표를 끌어내리기 위해 공격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문 대표가 권한 밖의 행위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움은 분명히 있다. 대표의 행위 하나하나를 최고위원회와 상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거에 전패한 충격적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했어야 했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최고위원들을 소집하거나 아니면 전화로도 의견을 구할 수 있었다.

광주 방문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가 광주를 방문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누가 동행하게 되는지가 주목을 받았다. 호남 출신이고 이번 광주 선거의 책임자였던 주 최고위원의 동행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러나 이 역시 주 최고위원과는 상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전 최고위원의 의견을 듣는 것, 광주 방문 전 선거 책임 최고위원에게 알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문 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대국민 사과를 하며 주 최고위원을 향해 "최고위에 참석하고 역할을 다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최고위원직에 출마하고 당선됐을 때 당원에게 그 의무를 약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로서 최고위원의 복귀를 요구하며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비선 논란'의 당사자이기도 한 노영민 의원이 먼저 한 말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노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고위원직을 수행하는 건 권리가 아니라 의무"라며 "의무이행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건 자해행위"라고 말했다. 마치 문 대표가 어떻게 말 할 것인가를 알고 있는 듯, 닮은 발언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문 대표가 공적체제가 아닌 다른 의사결정 기구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면 분명 문제가 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인사는 이번 사태를 놓고 "문 대표가 당내 정치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생기고 있다"라며 "'친노 프레임'도 문제지만, 왜 자꾸 자신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계속 빌미를 주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표가 무척이나 바쁜데,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마음을 돌려세워 자기 편으로 이끄는 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일도 문 대표만이 풀 수 있다.


태그:#주승용, #정청래, #문재인, #친노, #새정치연합
댓글7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