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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업을 아시오? 당신이 일해서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소. 천만의 말씀 올 시다. 당신은 이지(EG)그룹의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예전같이 양아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오(...) 권력 옆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제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되어 주시오. 내가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볼 것이오."

전국금속노조가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그룹 계열사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원청인 포스코와 이지테크에 책임 인정과 사죄를 요구했다. 또한 고인이 박지만 회장 앞으로 남긴 유서 전문도 공개했다(관련기사: "박지만, 인간다운 경영인 되라"... 노조 분회장 자살).

"포스코와 이지테크, 노조탄압으로 인한 죽음 책임져라"

11일 전국금속노조 등으로 구성된 '고 양우권 노동열사 투쟁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고인이 근무했던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제1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열사의 죽음은 무노조 정책, 노조말살 기업 포스코와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 회장의 이지테크에 의한 타살"이라며 "포스코와 이지테크는 열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대책위가 공개한 유서는 총 두 장이다. 고인이 각각 박지만 회장과 조합원들에게 남긴 것이다. 특히 고인은 박 회장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한마디로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기업가로서의 최소한의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라고 크게 원망했다. 조합원들에게는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문제 꼭 승리하라, 멀리 하늘에서 연대하겠다"고 전했다.

지난 10일 숨진 양우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분회장은 지난 1998년 이지테크에 입사해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산화철 폐기물 포장업무를 담당했다. 노동조합 탈퇴를 거부해 몇 차례 징계를 받았고, 지난 2011년에 해고됐다가 법정 투쟁을 벌여 지난해 5월 복직했지만 회사는 현장이 아닌 사무실에서 대기하도록 명령했다.

그 뒤 고인은 국회와 청와대 등에서 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여왔고, 죽기 하루 전날에는 이지그룹 체육대회 현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설립돼 한때 50명에 달했던 조합원들이 모두 탈퇴하고 혼자 남은 상황이었다. 또한 해고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고인은 수면 장애와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이날 대책위는 "고인이 다니던 이지테크뿐만 아니라 여러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에서 복수노조 설립으로 금속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이를 통해 금속노조를 무력화시키는 노조 탄압이 자행되고 있다"며 "원청과 하청을 막론하고 이러한 노조 탄압의 배후에는 무노조, 노조말살 정책을 추진하는 포스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대책위는 ▲ 노동탄압으로 인한 죽음에 대한 포스코와 이지테크의 책임 인정과 사죄 ▲ 노동탄압 중단 및 재발 방지 약속 ▲ 불법파견 중단 및 모든 사내하청 노동자 정규직화 ▲ 산업재해 인정 및 유가족 배상 등을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해고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우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의 유서가 공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그룹 계열사에서 일한 그는 박 회장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 "박지만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 해고와 징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다 지난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양우권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의 유서가 공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이지그룹 계열사에서 일한 그는 박 회장을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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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대책위가 공개한 유서 전문이다.

[유서] 박지만에게

한마디로 당신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될 사람이었소. 당신은 기업가로서의 최소한의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오.

당신이 기업을 아시오? 당신이 일해서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모았소?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당신은 EG그룹의 노동자들이 없었으면 예전같이 양아치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오.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실이 없었으면 지금의 당신은 없소.

당신의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추악하고 더러운 악행 내가 모르는 줄 아시오. 당신에 관련된 책들 많이 읽었소. 그리고 당신에 대한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들 이 두 귀로 다 들었고, 듣고 있소. 천벌을 받아 마땅할 것이오.

지금 당신의 회사 현장에서는 당신의 자식들과도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로스터(Roaster) 주위에서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소.

당신은 그것을 알기나 하시오. 자식들 같은 직원들이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고 있을 때. 당신은 호의호식하며 지냈을 것이오. 이제라도 늦지 않았소. 권력 옆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제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서,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되어 주시오. 훗날 후회하지 않으려면 말이오.

내가 하늘에서 두 눈 부릅뜨고 내려다볼 것이오.

[유서] 조합원 동지들께 드리는 글

민주노총 그리고 금속노조 조합원동지 여러분 용기 잃지 마시고 힘내어 가열차게 투쟁하여 저 간악한 정권과 자본을 무너뜨리고 꼭 승리하십시오. 강력한 연대와 단결로 투쟁하는 것만이 노동자들에게 승리를 가져다주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노동자 세상을 만들어. 우리 자녀들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줍시다. 그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사명입니다.

포스코 사내하청 지회 양동운 지회장, 그리고 동지 여러분 소수의 조합원이라도, 정예의 조합원들 아닙니까.

제가 바라는 것은 아시다시피 양동운 지회장을 위시하여 똘똘 뭉쳐 끝까지 싸워서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문제 꼭 승리하십시오

멀리서 하늘에서 연대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화장하여 제철소 1문 앞에 뿌려 주십시오.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날아서 철조망을 넘어들어가 보렵니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박지만, #포스코, #이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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