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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령님 안녕하세요. 간략하게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김혜령이라고 합니다. 재일교포 3세이며 재일교포극단인 극단<아랑삶세>에 소속하는 배우입니다.  배우 이외에 MC나 통역, 번역도 합니다."

- 연극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원래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고3 때, 조선대학교(일본에 있는)의 교수님이시고 연극동아리도 담당하시는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 선생님이 극단 아랑삶세의 극작과 연출도 맡아 하셨었어요. 그래서 조선대학교 연극동아리 공연에도 불러주셨고 극단 모임이나 공연에도 불러주셨는데, 다음 공연에 출연해 보지 않겠느냐고 하셔서 처음으로 극장에서 공연하게 됐어요. 이런 인연이 없었으면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거예요."

- 연극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김혜령 님이 도달하고 싶은 세계는 무엇입니까?
"저는 재일교포 3세인데, 현재 재일교포는 4, 5세까지 있습니다. 그 중에 조선국적을 가지고 태어나고 저처럼 살아가는 후대들이 있겠죠. 제가 이렇게 제한이 가득 찬 제 국적을 가지고 날개 달린 듯 활약을 한다면, 그 아이들도 저를 보면서 희망을 얻겠죠. 저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이건 제가 만약에 연극을 안 했어도 똑같이 생각했을 거예요. 재일교포가 일본에서 떳떳하게 가슴 펴고 살아가는 것, 쉽지 않습니다. 국가와 시민들한테 받는 차별과 멸시의 눈길을 어렸을 때부터 느끼고 자란 아이들은 꿈까지 포기할 수도 있어요. 많이 도와주시는 시민들도 있지만, 아이들 가슴에 새겨진 상처는 절대 사라지진 않죠.
희망과 꿈이 있어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이니 앨리스 극장 입구의 벽간판 앞에서
▲ 재일조선 국적의 연극인 김혜령 타이니 앨리스 극장 입구의 벽간판 앞에서
ⓒ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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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의 님과 같은 자이니치로서 일본의 주류 연극 세계로 들어가고 싶으시지는 않으신가요? 주류 연극 세계란 재일교포들로 구성한 극단이 아닌 일본 내 유명 혹은 소위 잘 나가는 극단에 소속되어 재일조선인 혹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의식을 떠나서 활동해 보고 싶은 것을 의미합니다.
"주류 연극 세계로 들어간다는 게 기자님이 지금 얘기하신 것을 의미한다면, 그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유명하거나 잘 나간다는 이유로 소속하고 싶다고는 생각 안 하고요, 작품이나 연출에 매력을 느끼면 같이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지요. 정말 좋은 작품은 항상, 나라도 민족도 뛰어넘는 작품이지요."

- <영도의 장>에 출연한 배우들은 단장인 김철의 님을 빼고는 전부 일본인인데 그 내용은 재일 교포가 북한을 방문해서 겪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일본인이라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내용을 극으로 소화하는 것에 대해서 어쩌면 거부감이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김혜령 님이 보시기에 연극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일본인과 그냥 일본인은 의식의 차이가 어느 정도나 되나요?
"연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기본적으로 시야도 생각도 열려있고 넓고, 또 그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연극을 안 해도 열려있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이제까지 만난 사람들은 비교적 그런 사람들이 많았어요. 연극을 하려면 사람들끼리 일정한 기간 같은 곳에 모여서 공연이라는 목표를 공유하는 식구가 돼야지요. 몸도 마음도 생각도 열려있어야지 가능한 작업이라 생각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공간은 많이 없고 피하고 갈 수도 있겠죠. 지금은 더더욱 사회적 구조가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연극에는 희망이 있고, 연극이 희망을 얘기해야 하는 거겠죠."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으신 생각은 없으십니까?
"지금 제가 가진 조선국적은, 말하자면 남북으로 갈라지기 전의 국적인데, 이남도 포함된 국적인데 왜 입국을 못 하게 하는지, 슬프고 가슴이 아프기만 합니다."

-<만주전선>과 <흑백다방>을 관람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만주전선> 그때, 일본인을 꿈꾸면서 일본인이 되고 싶었던 한국인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점이 흥미로웠고, 보면서 슬프고 안타까웠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구나 해서요. 한국에서 온 여러 극단 작품을 봤는데, 볼 때마다 한국의 작가님들이 항상 나라와 세상을 잘 관찰하시면서 작품을 쓰시는구나 합니다. 배우분들 연기도 훌륭하시고요. <흑백다방> 조명과 음향이 거의 안 바뀌는 속에서 그려지는 이 작품은 오로지 배우의 힘으로 관객들을 이끌어 갔었죠. 실력이 있는 배우라서 가능한 작품이었던 것 같고요.  이 작품의 엔딩을 어떻게 받아들이면 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이 두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흑백다방에 쓸 소품인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김혜령
▲ 재일조선 국적의 연극인 김혜령 흑백다방에 쓸 소품인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김혜령
ⓒ 이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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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연극 이외에 보신 다른 한국 연극은 무엇입니까?
"많아요. 작품 이름은 너무 많아서 극단 이름만 쓸게요. 극단 미추, 연희단 거리패, 극단 청우, 연극집단 반, 부산연극제작소 동녘, 놀이패 한라산, 큰들, 등등"

- 꼭 한번 해보고 싶은 연극이 있습니까?
"재일동포와 남북의 동포들도 같이하는 공연을 했으면 좋겠어요."

-자이니치(在日朝鮮人) 문제는 김혜령 님에게 있어서 핵심 화두인가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 문제를 연극적으로 어떻게 풀어가고 싶으십니까?
"떼놓을 수는 없지만 그것만을 얘기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연극의 본질은 굿에 있다고 저도 생각하는데, 연극을 본 사람들이 자기 인생을 다시 보게 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사는 이 곳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게 전세계적으로 봐도 보편적인 작품이 되면 더 좋겠고요."

-한국 배우와 연출가 및 극작가에 대한 평가 내지는 소감을 부탁합니다.
"한국 배우분들은 에너지가 넘쳐요. 제가 이제까지 만난 배우분들만 해도 거의 다 에너지가 빵빵 넘치는 분들뿐이었던 것 같아요. 일본에선 기초적인 걸 안 배우고 무대에 서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한국에선 대학에서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훨씬 더 안정적이고 기술도 높은 분이 많은 것 같아요. 연출도 배우도 유머가 있는 것 같아요. 문화적 여유라고 하면 되나 볼 때마다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작가에 대해서는 8번에서 얘기했듯이, 자기가 사는 세상을 잘 관찰하면서 쓰인 작품들이 많아서  일본에서도 이런 작품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구나 합니다."

덧붙이는 글 | 후아이엠에도 실었습니다.



태그:#김혜령, #타이니 앨리스 페스티벌, #재일조선인, #연극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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