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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둘 갑작스런 '갑상샘암' 선고와 투병 생활로 망가진 몸. 그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의 가치와 행복의 조건. "갑상샘암은 암도 아니잖아"라며, 가족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았다.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갈망하던 내일'이란 것을. 꿈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라! '내일'이면 늦어버릴지도 모른다. - 기자 말

내가 입원했던 병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난 이 병실이 그립기도 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 병실 내가 입원했던 병실. 수술실에 들어갈 때 난 이 병실이 그립기도 했다.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 강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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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한숨도 못 자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아침은 온다고 했던가? 아침 6시쯤 되자 간호사가 병실로 들어와 수술 전에 맞아야 한다는 주사를 놓았다. 그리고 수술실에서 약 들어갈 수사관을 삽입하는데 보통 갑상샘 수술의 경우 목을 수술하니 다리 쪽에 주사관을 삽입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오른쪽 손등에 꽂았다.

이제 정말로 내가 수술대에 올라야 할 시간이 온 거다. 나는 아침 첫수술이라 8시로 일정이 잡혀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첫수술은 금식 시간이 짧아서 그나마 다행인 경우라고 한다. 오후 수술인 사람들은 전날부터 오후까지 계속 금식 상태에서 수술받고 회복하는 시간도 있어서 다음날이나 되어야 식사를 할 수 있다. 거의 이틀을 굶어야 하는 거다. 나는 첫 수술이라 수술받고 그 날 저녁에 죽을 먹을 수 있었다.

7시가 채 안 되어 병실로 이동용 침대가 들어왔다. 난 사지가 멀쩡한데 꼭 수술실로 이동할 때는 이렇게 중환자처럼 이동침대에 눕혀서 가야 하는 건지... 왠지 더 아플 것만 같다. 어제 가족 밴드에 수술 소식을 알렸더니 형과 사촌누나가 서로 일정을 맞춰 수술실 들어가는 건 형이, 출근 전에 와서 지키고 수술 받고 나오기 전에 사촌누나가 병원에 와서 기다리기로 했다고 한다.

순식간에 암 환자가... 인생은 진짜 한순간

병실은 8층이고 수술실은 2층에 있다. 간호사는 나를 이동용 침대에 눕히고는 엘리베이터앞 벽에 붙여 놓았다. 그때 형이 도착했다. 형은 불안해 하는 나를 안심시키려 자신이 예전에 수술 받았던 이야기를 해줬다. 형도 어릴 적 몸에 담석이 많이 생겨 큰 수술을 받았다. 형과 나는 15살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는 형이 수술받았던 시절은 기억하지 못한다.

형은 애써 웃으며 자기는 수술받을 때 링거 손가락에 끼워 들고 직접 수술방에 걸어서 들어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어느새 침대는 2층으로 내려와 수술실 앞에 도착했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형이 침대에서 멀어지는 그 장면은 인생을 살면서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이다.

수술실 안에 들어가면 TV에서 보는 그런 수술실이 바로 나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큰 병원이라 그런지 수술실 문 안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었고 각방에서 여러명의 환자들이 동시에 수술을 받는다.

내 어깨폭 정도밖에 안 된 수술대는 마치 딱딱한 도마 같았다.
 내 어깨폭 정도밖에 안 된 수술대는 마치 딱딱한 도마 같았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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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에 들어가면 처음 가는 방이 회복실이다. 회복실에서 수술받기 전에 잠시 대기하는데 머리에 파마캡 같은 걸 씌우고 마취과 사람들이 오가면서 수술 종류와 환자 신원 확인을 여러 번 한다. 내 이름과 병명을 제일 많이 말했던 순간이다. 분명 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보통 사람들처럼 출근하고 밥 먹고 술 마시고 했던 평범한 일반인이었는데, 순식간에 암 환자가 되었다. 인생은 진짜 한순간이라고 느껴졌다.

드디어 내가 수술 받을 수술실에 도착했다. 차가운 수술실. 홑껍데기 같은 수술 가운만 입고 있는 상태라 너무 추웠다. 긴장이 되어서 떨린 건지도 모르겠는데 내 기억에 수술실은 너무 추웠다. 수술대는 침대라고 하기보다는 폭이 아주 좁은 '도마'와 같은 느낌이었다. 수술대 옆에 침대를 붙이고는 옮겨 누우라고 했다.

심호흡을 10번 하기 전에 난 잠들었다

수술대에 누웠는데, 수술대 폭이 내 어깨 넓이 정도밖에 안 되었다. 수술을 준비하던 사람들은 내가 수술대에서 떨어지는 걸 방지한다며 내 몸을 '찍찍이' 테이프로 칭칭 감아 고정했다. 이 때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왠지 정신병원에서 멀쩡한 사람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면서 감금할 때의 기분과 비슷할 듯했다. 하지만 나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기분 안 좋다는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내 수술을 집도하기로 한 외과의사가 수술실에 들어왔다. 그는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 수술 준비를 했다.

내 오른쪽 귀 아래 턱부위엔 몽우리가 있다. 몇 번이나 곪아서 째고 고름 빼고 치료를 받은 것만 두 번인데, 그 후에도 몇 년에 한 번씩 계속 재발했다. 의사는 이왕 수술하는김에 이 몽우리도 함께 제거해 준다고 했다. 세심한 배려... 그리고 마취에 들어갔다. 의사는 호흡기를 내 입에 갖다대고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시라고 했다. 심호흡을 10번도 하기 전에 난 잠이 들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갑생샘, #수술, #입원, #수술실, #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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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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