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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명렬 화백
ⓒ 류명렬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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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를 소재로 해서 연작을 해오고 있다. 소나무를 그리는 첫 번째 의미는 내가 작업에 방황하며 휘청일 때 마치 먹구름 속에서 비치는 한줄기 햇살과 같은 느낌으로 숨통을 틔게 해주었던 소재. 그리고 사계절 푸르름으로 드러나는 변치 않는 절개, 살아서 오백년 죽어서 오백년이라는 영속성의 의미, 우리 민족과 오랜 세월의 희노애락을 함께 했던 우리의 나무, 구불구불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는 자유로움과 힘찬 기상이 그림의 소재로 선택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소나무를 그렸던 옛 묵객과 화가들도 나와 같은 감흥으로 그렸을 것이다. 소나무 작업에는 희열이 있다. 이 희열이 소멸된다면 소재의 변화나 또 다른 형태의 작업으로 넘어가겠지만 아직은 작업 중에 느끼는 새로움과 완숙함이 연작을 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천년을 사는 소나무의 마음으로 조급함 없이 오늘도 소나무를 그린다." '작가노트'중(20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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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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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만남의 소중함을 새록새록 알아간다. 만남의 홍수 속에서 사람 때문에 힘들고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또 사람 때문에 힘이 되고 사람 때문에 치유와 격려가 되고 도전이 되며 성숙하게 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주일이 되면 주일 예배 외에도 기다려지는 시간이 또 있다. 매주일 오후 3시 10분에 모이는 제자훈련반이다. 얼굴도 나이도 직업도 개성도 다른 십여 명의 사람들이 그 시간이면 눈을 반짝이며 모여든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되는 그 시간을 그 누구도 지루해 하는 사람이 없이 진지하게 끝까지 경청하며 나눔을 갖다보면 두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 시간에는 성경을 더 깊이 알고 삶속에 어떻게 적용하며 살아갈지 배우기도 하지만 만남의 기쁨도 크다.

맴버 중에 한 분이 꽤 이름난 화가다. 어떤 그림을 그릴까. 어떻게 그릴까. 미술세계는 어떤 걸까 궁금했던 우리는 한번 화실을 가보고 싶어했다. 차일피일 미루다 드디어 류명렬 화백의 갤러리를 탐방하게 되었다. 며칠 전, 온종일 봄비 오시는 주일 오후였다.

갤러리는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류 화백이(우리는 집사님이라 부른다) 그리는 '소나무' 그림에서는 강인한 기상보다는 그분에게서 느껴지던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 먼저 와 닿았다. 빛이 스며있는 따뜻하고도 서늘하고 부드러우면서 청량감이 신선했다. 마치 작가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는 듯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고 했다. 미술 시간이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어느날 미술시간에 자유화를 그리라고 해서 신나게 그림을 그렸는데 선생님이 왜 낙서를 했냐고 핀잔을 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은 내가 그림을 못 그리는구나 낙담하기보다는 '왜 내 소질을 몰라줄까?' 이렇게 생각했다.

그림을 좋아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중2 때부터였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린 이후 화가 외에는 어떤 것도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개인전을 하면서 늘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는 이번 전시회를 끝내고 나면 다음에는 또 어떤 새로운 걸 해야 할까 늘 고민했다. 화가이기도 하지만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기도 하기에 중압감에 시달리기도 했다는 것. 40여 년의 세월 동안 화가로서 생계와 씨름하며 걸어온 길... 소나무처럼 독야청청, 외고집 외길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것이 녹녹치 않다.

소나무 그림
▲ 류명렬화백 소나무 그림
ⓒ 류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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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갤러리 그림을 소개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겪었던 위기와 극복기 그리고 그의 그림세계를 어떻게 극복해냈는지를 담담하고 편안한 어조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어려웠던 시기에 붓을 놓고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그때는 그림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그때 아내가 화실을 하고 있었는데 약 3년 동안 그림을 그만둘까 생각하면서 붓을 놓고 방황했다. 당시 화실 차량 운행이나 해주면서 마음이 복잡해 산을 자주 다녔다. 그러던 중에 소나무를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원래 우리나라 산의 80~90%가 소나무였다. 소나무와 우리가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물주가 빚은 나무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소나무 그림을 그려보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때 마침 검찰 청사를 짓고 공모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응모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당시엔 서양화 중에서 소나무를 그리는 사람이 없었기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었다. 그리다가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거듭 실패하면서 물감을 엎질러버리고 화실을 나와 버렸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 화실에 가보니 캔버스에 번져있는 물감자국을 보면서 '아, 여기서 뭔가를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소나무였고 지금까지 그 방법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건(소나무 그림을 가리키며) 내가 작업할 때 물감을 먼저 흘려놓고 물감이 번져나가는 방향을 따라서 그 현상을 잡아나가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사람들이 가끔 이 소나무를 보면서 사진을 찍어 와서 그리냐고 묻기도 한다. 그건 아니고 내 머리 속의 상상이 산물이다. 완전 상상은 아니고 소나무 채접을 하고 사진도 찍어보지만 화면 구성은 순전히 나의 생각에서 구도를 만들어간다.

그림을 보면 여러 각도가 보인다. 나무줄기 같은 건 밑에서 위로 쳐다보게 그리고 이파리는 위에서 밑으로 보는 거랑 섞어 그려서 소나무의 느낌을 흡수할 수 있도록 만든 다시점(多視點) 소나무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 공모전에서 떨어졌다. 떨어진 작품으로 전시회를 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선배들이 '너는 이쪽으로 해 봐라'고 격려해주었고 10년 전에 인사동에서 소나무전을 열었다.

한국의 소나무하면 부산의 류명렬이라고 할 만큼 인기가 생기고 지금은 뒤를 따르는 추종자들이 많이 생겼다. 소나무 그림을 따뜻하게 그린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면서 힐링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글로벌시대라 한국에서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를 돌아다니며 하고 있다. 작년 같은 경우엔 상해에서 전시했을 때 반응이 상당히 좋아서 어느 화랑 쪽에서 중국 쪽으로 해보자고 했다. 아직까지는 소나무에 대해 할 얘기가 많아서 당분간은 소나무 작가로 갈 것 같다."

갤러리에서...
▲ 류명렬 화백... 갤러리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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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삶과 그림 이야기를 다 들으려면 하룻밤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그림 그리며 지나온 40년 세월을 다 듣지 못했지만 그가 그린 그림들과 한 분야에서 이룬 일들, 거기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마음고생과 갈등과 번민, 고뇌와 인내의 흔적들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눈 팔지 않고 40년이 넘도록 끝까지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은 작가 자신의 그림 사랑뿐만 아니라 그 세계를 너무나 잘 아는 아내가 옆에서 흔들림 없이 있어 주었기에 더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우리는 그림을 구경하며 그림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흐뭇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안치환이 노래로 부른 곡들이 많다. 그중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가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이 참 아름답구나. 고개를 끄덕끄덕 해 본다. 내가 아는 사람들,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참 많구나... 참 아름답구나... 그래서 나는 또 이렇게 기쁘구나.

"고양이는 뭔가를 할퀴어야 하고, 개는 뭔가를 물어뜯어야 하며, 나는 뭔가를 써야 한다"(정유정,<7년의 밤>)면 화가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나는 또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끝까지... 잘 걸어가야겠다. 내게 주신 오늘이라는 시간의 선물을 감사함으로 받고 아름다운 무늬로 만들어가도록 해야겠다. 죽은 듯하던 나무들이 봄이 되면서 기적처럼 깨어나고 지금은 온 산을 연두빛 생명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 비 그치고 나면 초록이 더 짙어지겠다. 아름다운 계절이다.

류명렬 화백
주요약력
경성대 미술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개인전 10회. 2인 초대전 2회(부산.울산/현대예술회관)2002.2005
대한민국 예술원기획 한국파스텔화가작가 6인전.(서울/예술원미술관)2004
뉴욕4인 초대전 11회 베이징 국제미술전람회)
한.러 아트페어(서울/세종문화회관.러시아)
L.A아트페어(미국/GALLERY JIMHARTER)
나트아트페어(일본/서일본 컨벤션센타)
롯데 아트페어 2회 참가(부산/롯데화랑)
아시아 아트페어(부산/문화회관)
50인의 아트마켓(부산/벡스코)
오픈스튜디오페스티발(마산/아트센타)
한.중유화초청전(중국/림보미술관)
숨 갤러리 개관기념전.한국구상중견작가초대전 등 단체 및 초대기획전 200여회 전시
목우회심사위원역임. 부산미술대전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역임
현재/한국미협.목우회



태그:#류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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