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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파문을 둘러싼 불길이 야당으로까지 번지는 형국이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참여정부 시절 두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아래 사면) 받은 것을 두고 여당이 공세를 강화하면서다.

성 전 회장은 자민련에 불법 정치자금 16억 원을 건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05년 5월 석가탄신일에 사면됐다. 이후 행담도 개발사업 비리로 다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인 2008년 1월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당시 성 전 회장의 두 차례 사면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새누리당은 성 전 회장 사면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실을 거론하며 '참여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대표는 성 전 회장의 첫 번째 사면(2005년 5월) 때 민정수석이었고, 두 번째 사면(2008년 1월) 때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박대출 대변인은 15일 당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참여정부 시절 두 번씩이나 특사를 받은 배경을 보면 노무현 정부와 성 전 회장 간에 어떤 커넥션이 있나 하는 의혹을 품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런 진실을 밝히려면 문 대표도 이번 수사 대상에서 성역이 될 수 없고, 필요하면 검찰 수사도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공세는 '성완종 리스트'가 여권 불법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도 여당의 주장을 '물귀신 작전'으로 규정하며 즉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참여정부 때 성 전 회장의 사면이 이례적으로 두 차례나 이뤄진 만큼, 야당에서도 해명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직후 꾸려진 '친박게이트대책위원회'에서도 여당의 '특별사면 공세'를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성완종 특사, 1차는 JP 2차는 MB 요청"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여정부 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의혹 제기에 대해 "특사의 성격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물타기"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새정치민주연합 전해철 의원은 1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여정부 때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의혹 제기에 대해 "특사의 성격과 절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물타기"라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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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은 사회통합 차원에서 여야 정치권, 재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 사면을 결정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성 전 회장의 경우에는 당시 야당인 자민련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요청에 따라 사면 명단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참여정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특별사면은 통상적으로 여당, 야당, 경제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한다"라며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은 자민련,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쪽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야권의 핵심관계자는 "선거사범이 대상인 1차 사면 때는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의중이 반영됐고, 정·재계 인사 위주로 이뤄진 2차 사면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 쪽에서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제가 된 2차 사면을 두고는 "성 전 회장이 사면 복권된 다음날 바로 이 대통령 당선자 인수위에 들어가지 않았나"라며 "그쪽(이 전 대통령)이 사전에 작업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당시 이명박 당선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인수위에서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성완종이란 이름도 전혀 몰랐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 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어처구니없고 황당해 할 말이 없다"라고 일축했다고 지난 15일 <동아일보>가 전했다.

"참여정부, 두 번의 특혜 제공한 도덕적 책임 피할 수 없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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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성 전 회장의 2차 사면 때 법무부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개진했는데도 사면이 이뤄진 사실이 확인됐다. 2007년 12월 당시 청와대는 성 전 회장 등이 포함된 사면 대상자 명단 초안을 주무 부서인 법무부로 내려보냈다. 이후 법무부는 '성 전 회장을 연이어 사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는 내부 반대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최종적으로 성 전 회장이 명단에 포함된 사면 건의안을 청와대에 상신했다. '특별사면'은 현행법에 따라 법무부장관이 명단을 상신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결재해 실시한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법무부 상신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 사면 명단을 결국 청와대가 정하는 대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여정부 출신인 한 인사는 "당초 우리(청와대)가 검토했을 때도 성 전 회장의 사면이 부적절한 걸로 판단해 법무부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라며 "그런데 다시 법무부에서 성 전 회장을 명단에 포함해 건의안을 올려보냈다"라고 해명했다. 다만 "법무부가 어떠한 연유로 성 전 회장을 다시 명단에 포함했는지는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야권이 성 전 회장을 사면 대상으로 추천한 게 사실이더라도, 법무부 내부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특혜'로 오해받을 만한 사면을 강행한 책임은 참여정부에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의 한 고위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시 2차 특별사면을 참여정부가 주도했을 리는 없다"라면서도 "어쨌든 사면을 시킨 당사자는 노 전 대통령 아닌가, 성 전 회장에게 두 번의 특혜를 제공한 점은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성완종, #특별사면, #문재인, #노무현, #참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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