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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1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 공동주최로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수영 성균관대 교수, 유가족 정혜숙(고 박성호군 어머니)씨.
▲ '세월호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1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 공동주최로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 정수영 성균관대 교수, 유가족 정혜숙(고 박성호군 어머니)씨.
ⓒ 언론노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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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후 1년이라는데 사실 유가족들이 느끼는 온도 변화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제목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레기는 사라졌나'가 아니라 '기레기는 변하고 있나'라는 질문이 맞다고 생각해요."

삭발한 탓에 회색 모자를 쓴 세월호 참사 유가족 정혜숙(고 박성호군 어머니)씨의 말이었다. 토론 열기로 뜨겁던 장내 분위기가 일순간 숙연해졌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15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아래 언론노조)과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등 공동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 토론회에서였다.

김동훈 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4월은 언론인들에게 참담하고 부끄러운 달"이라며 "사실 (유족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반복하기도 송구스럽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당시 뒤틀렸던 언론보도를 냉철히 되짚어야 할 것 같았다"라고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토론회에는 유가족과 함께, 박영훈 목포MBC 기자, 임유철 독립PD,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발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연구교수는 "1년 전과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언론보도는 그대로다"라고 명쾌히 정리했다. 정 교수는 그 이유로 ▲ 언론사가 스스로의 책임과 윤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고 ▲ 검증 없이 정부 발표에 의존해 받아쓰기만 했으며 ▲ '사상 최대 규모 수색작업'과 같이 현실과는 다른 '의도적 오보'들을 내보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런 흐름을 만든 것에는 언론 책임이 가장 크다고 본다"라면서 "저는 이런 걸 '무보도(보도하지 않음)'라고 지칭하는데, 이렇게 되면 맥락이 실종돼버린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유가족들에 대한 인식이 없던 상황에서 갑자기 (세월호) 인양비가 얼마, 배보상 금액 얘기가 나오면 국민들은 유족들이 '돈 더 받으려고 나왔구나' 할 게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이병헌' '태진아'에 밀린 '세월호' 이슈... "일부 언론, 유가족 배보상 문제 부각"

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연구교수는 "1년 전과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언론보도는 그대로다"라고 명쾌히 정리했다. 사진은 정 교수가 구글트렌드를 통해 분석한 '세월호 관련,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 이병헌, 태진아 이슈에 밀린 '세월호' 구글 검색 정수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 연구교수는 "1년 전과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언론보도는 그대로다"라고 명쾌히 정리했다. 사진은 정 교수가 구글트렌드를 통해 분석한 '세월호 관련, 시간 흐름에 따른 관심도 변화'.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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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4월 16일 참사 후 첫째주 '세월호' 관련 구글 단어 검색을 '100'이라고 했을 때, 같은 해 7월에는 '세월호(8)'보다 '유병언(82)' 검색이 더 많았다. 1년이 지난 이달 초 검색량은 '세월호(6)'에 불과하다. 이에 따르면 세월호 이슈 관련 검색어는 같은 기간 논란이 됐던 이병헌 외도·태진아 원정도박 이슈 검색량에도 뒤쳐졌다.

앞서 언론은 '전원 구조' 오보로 크게 비판받았고, 이후 반성문 형식의 성명를 발표하거나 '재난보도준칙'을 선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도 왜 이런 보도 행태가 계속되는 걸까. 박영훈 목포MBC 기자는 "일부 언론의 경우 유족 배보상 문제나 갈등관계를 부각시켜, 진상규명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반복했다"라면서 "언론사 환경과 지배구조, 정권과의 관계 등을 살펴보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1년간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하며 이를 영상으로 기록해온 임유철 독립PD는 "언론인들이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현장에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임 PD는 "저희(독립PD)들 또한 그렇게 했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당시 구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걸 보도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유가족 정혜숙씨는 "언론인들이 사실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했음에도 오히려 위정자들의 손과 발이 돼줬다"라면서 조용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정씨는 "세월호 참사는 정치가 아닌, 윤리와 인권에 관한 문제"라며 "사회의 모순점을 바로잡는 과정에 언론인 여러분이 계시다는 걸 꼭 말하고 싶다, 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부탁했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세월호 기레기, #오보 기레기, #언론사 기레기, #유가족 기레기, #세월호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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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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