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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2월 21일 '기미독립만세 재현행사'가 열린 사천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외치며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사진 독자제공).
 경남 사천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2월 21일 '기미독립만세 재현행사'가 열린 사천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외치며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다(사진 독자제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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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 중단으로 혼란이 큰 가운데, 송도근 사천시장이 보육교사인 학부모와 전화통화하면서 반말을 섞어 가며 모멸감을 주는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오마이뉴스>가 단독 입수한 두 사람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보면, 송 시장은 "애들이나 잘 가르치란 말이야"거나 "학대하지 말고", "이렇게 선동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사회에 크나큰 문제", "젊은 사람이 정신 나가도 한참 나간 거지" 등의 발언을 했다.

송 시장은 학부모 A씨와 지난 1일 전화통화했다. 송 시장은 A씨가 지난 3월 30일 사천시청 홈페이지(시장에게 바란다)에 올린 글(현재 비공개) 때문에 전화를 걸었다. A씨는 3월 21일 사천초등학교에서 열린 기미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장 입구에서 있었던 상황과 관련해 글을 써놓았다.

이날 학부모들은 학교 입구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A씨는 글에서 "국회의원과 시장님과 시도의원님들이 오신다는 소식에 피켓을 들고 갔습니다"며 "여상규 의원님은 구태여 직접 걸어 들어가시며 입구에서 피켓팅하고 있는 저희들에게 설득과 위로의 말씀을 해주시더군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시장님은 차를 타고 들어가신 건지 보이지도 않더니 입구의 저희들은 보지도 않고 제가 '시장님, 무상급식 되도록 해주세요'라는 말에 한 마디 대꾸도 없이 학교 입구에서 도망치듯 자가용에 올라타시며 가시더군요"라며 "너무 실망스럽고, 존경과 감사의 제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며 코 끝이 시큰했습니다, 참 매정하구나! 역시 고위 공무원들은 저런 모습이 맞구나! 제가 사람을 잘못 보았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사천시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현군으로 생각하고 시장님에 대한 시민으로서 진심으로 애정을 느꼈었는데…"라며 "시장님도 한낱 권력과 명예를 탐하며 위로 향하는 속된 정치인에 지나지 않는 것을 알았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마음으로 존경받지 못하는 정치인의 생명은 길지 못합니다, 어떤 정치인이 되시겠습니까"라고 써놓았다.

그는 이 글 앞 부분에 자신이 시장한테 보내려고 써놓았던 편지를 붙여 놓았다. 그 편지는 지난 2월초 사천문화회관에서 있었던 아동학대예방교육 때 시장으로부터 들었던 말에 대한 것이었는데, A씨는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고 했다.

또 그는 편지에서 "2월 중순인가 시장님으로부터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물론 친필이 아닌 인쇄된 편지이긴 했지만 한지에 곱게 쓰여진  편지가 또 제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사천시 곳곳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해 주시고 따뜻한 시정 펼쳐 나가시리라 믿습니다"고 해놓았다.

송도근 시장 반말 섞어 가며 "정신 나갔어"

송도근 사천시장.
 송도근 사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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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근 시장은 1일 A씨와 한 전화통화에서 먼저 기미독립만세재현행사 참석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서로 경어를 썼지만 송 시장은 나중에 반말을 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전화통화 녹취록을 보면, 송 시장은 도망치지 않았고, 행사장에 갈 때 피켓을 든 사람은 없었으며, 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소통'이라 말하자 송 시장은 "누가 무슨 소통을 어떻게 하자는 거요"라 했고, 차 타고 갔다고 하자 "내가 행사장에 차 타고 가는 사람이요,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속단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송 시장이 지난해 11월 4일 사천시청에서 했던 기자회견도 거론되었다. 당시 홍준표 지사는 무상급식 지원예산과 관련해 일선 학교를 대상으로 특정감사를 요구했고, 박종훈 교육감은 '월권행위'라며 거부했다. 이에 송 시장은 경남지역 18개 시장군수 가운데 맨 먼저 기자회견을 열어 홍 지사 편을 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송 시장은 "사천시 역시 경남도로부터 지원을 받아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고 특히 시민의 혈세로 지원되는 만큼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는 당연히 감사를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며 "단체장으로서의 입장표명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화통화에서 송 시장이 "내가 어떻게 권력과 명예를 탐하며 위로 향하는 속된 정치인이야"라고 하자 A씨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홍 도지사가 무상급식 (중단)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떻게 찬성한다는 기자회견을 할 수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송 시장은 "알지도 못하면서 나서지 말아요, 애들이나 잘 가르쳐, 머 찬성 기자회견이야"라며 "기자회견 했지, 감사가 뭔지를 가르쳐 주었지, 교육감이라는 자가 감사를 모르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엉뚱하게 왜 그래, 애들이나 잘 가르치란 말이야, 학대하지 말고"라고 말했다.

이는 다른 지역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교사들의 아동학대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이는데, A씨 입장에서는 아동학대를 하는 사람으로 비춰진 것이다. 또 송 시장은 박종훈 교육감에 대해 '교육감이란 자'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A씨는 '시장에게 바란다'에 올린 글에서, 2월 중순에 받은 시장의 편지에 대해 친필이 아니지만 고마웠다고 인사를 했지만, 송 시장은 "그러면 써서 보내란 말이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친필이 아니라 인쇄된 것이지만 감동적이었다는 그 말씀이었고, 그건 또 그렇게 곡해해서 듣습니까"라고 말했다.

또 송 시장은 "도대체, 이렇게 선동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사회에 크나큰 문제구나 생각했다"거나 "이게 무슨 오해요, 단정이겠지, 오해와 단정을 모르면서 어떻게 애를 가르쳐요", "오해하는 거는 저들 스스로 잘못 아니야, 오해도 시장이 책임이 있나요"라고 말했다.

마지막에 송 시장은 "그러면 됐어요, 한낱 권력과 명예를 탐하며 위로 향하는 속된 정치인이다?"라고 하자 A씨는 "아니십니까?"라며 "오해하는 시민과 이런 식으로 통화를 하는데 어떻게?"라 했다. 그러자 송 시장은 "오해가 아니라 이건 망발이지 망발, 젊은 사람이 정신 나가도 한참 정신 나간 거지…, 알겠어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학부모 모멸감에 끙끙 앓아... 시장 "기억나지 않는다"

경남 사천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2월 21일 '기미독립만세 재현행사'가 열린 사천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외치며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는데, 행사에 참석하던 여상규 국회의원이 다가와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독자제공).
 경남 사천지역 학부모들은 지난 2월 21일 '기미독립만세 재현행사'가 열린 사천초등학교 앞에서 무상급식 중단 반대를 외치며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서 있었는데, 행사에 참석하던 여상규 국회의원이 다가와 학부모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독자제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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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자녀를 둔 A씨는 송도근 시장과 전화통화한 뒤 모멸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은 물론 주변 사람들한테도 며칠 동안 말을 하지 않고 끙끙 앓았다.

전화통화 뒤 그는 사천시청 홈페이지(시장에게 바란다)에 올렸던 글을 비공개로 해놓으면서 "전화를 받고 당황스럽기 그지없지만,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본 결과 시장님의 불쾌함이 이해가 되기도 했습니다"며 "나름 소통이 된다고 기대를 했던 시장님이 무상급식에 관한 시민들의 큰소리에 귀를 닫으시는 모습이 서운했고 …"라고 해놓았다.

그러면서 A씨는 "망발이라느니, 정신없느니, 아동학대 하지 말고 잘 가르치라느니, 선동한다는 말씀은 통화내용을 다시 들어봐도 참으로 불쾌하고 사천시를 책임지고 계신 시장님이 하실 수 있는 이야기인지…"라며 "저의 과한 표현에 불쾌하셨다면 마음 푸시길 바라며 시장님도 제게 하신 과한 표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고 밝혔다.

이 글을 올려놓은 뒤 A씨는 속으로 송 시장 측으로부터 연락이 오거나 답변이 달릴 줄 알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A씨는 7일 오후에야 남편한테 송 시장과 전화 통화한 사실을 털어 놓았다.

A씨는 "7일 송 시장의 비서실장이 <오마이뉴스> 기자에게 저와 전화통화를 하겠다고 한 것으로 아는데 어제(7일)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며 "그래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8일 오전 비서실장과 전화통화에서 사과 여부를 결정해 이날 낮 12시까지 연락을 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말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과 전화통화 뒤부터 심한 모멸감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 수 없을 것 같다"며 "특히 제가 아동 학대를 한 것처럼 학대하지 말라고 한 말이나, 무상급식 중단사태를 맞아 자발적으로 학부모 밴드모임(SNS)에 참여한 것인데 선동한다느니 하는 말을 듣고는 모욕감에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송도근 시장은 7일 오후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그것을 왜 나한테 전화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없다"면서 "(A씨와) 통화한 일은 있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녹음해 놓았느냐, 대화하다 보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전후 사실을 잘 보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송 시장의 비서실장도 전화통화에서 "처음에 (A씨가) 시장님에 '도망쳤다'거나 '권력과 명예 탐하고'라고 표현해 놓았던 게 발단이 되었다, 시장님은 서운했던 것"이라며 "통화하다 조금 언성이 높아진 것 같다, 그 분도 시민이고 같이 풀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지난해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로 21억800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끊었다.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 식품경비는 지난해까지 경남도청, 남도교육청, 18개 시군청이 일정한 비율로 분담해 왔는데, 홍준표 지사와 시장군수들은 올해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고, 이에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4월 1일부터 유상급식으로 전환했다.

☞ '송도근 사천시장 - 시민' 녹취록 전문 보러가기


태그:#무상급식, #송도근 사천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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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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