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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장애인 재활 사업을 하고 있는 완산구 보건소 평화지소가 자리한 평화동은 총 인구 중 등록 장애인이 6.82%, 수급자가 7.13%로 취약 계층이 많은 지역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보건 지소를 설치해 장애인 재활 보건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평화보건지소는 재활 치료실 운영, 방문 재활, 보조 기구 대여, 작업 치료 교실 운영, 체조 교실 등 9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취재를 위해 찾은 평화 보건 지소는 수 많은 이용객으로 붐볐다. 마침 격주로 운영하는 '평화해피시네마'라는 무료 영화 상영일이라 흥겨움마저 느껴졌다. 이안례(49·전주시 서신동)지소장과 유선영(33·전주시 삼천동)주무관으로부터 평화보건 지소의 현황을 들었다.

10년간 재활을 해본 경험자로서 평화보건지소의 9개 프로그램 중 전주대 작업 치료과 유인규(33·전주시 효자동)교수님과 학생 15명이 참여 매주 목요일 운영하는 작업 치료 교실 및 재활우들과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화를 상영하는 평화해피시네마에 큰 관심을 갖게 됐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전주대 도서관을 이용하던 시절 (틈새 시간을 이용해 도서관 주위에서 재활 운동을 하는 통에 재활학과 등 재활관련과 학생과 자연스럽게 알게 돼), 그들의 조언을 받고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던지라 학생들이 봉사자로 참여해 활동한다는 작업 치료실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장애자를 대상으로 무료 영화를 상영하는 '평화해피시네마'는 장애를 얻고 나서 필자도 실직이 지속되며 평범한 일상에서 멀어지게 되어 영화 등 문화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와 계기가 없어 소외감에 시달렸기에 참 유용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보건지소의 현황을 듣는 중에도 소장님은 수시로 진료 및 업무 처리를 하셨다. 동석했던 유선영 주무관 역시 전화며 업무 처리를 위해 오고 갔지만, 그 과정이 유연하고 매끄럽게 진행됐다. 17년째 보건소 진료의로 근무 중이라는 지소장님은 평화보건지소에 부임해 장애인 재활사업을 하며 보건소의 일반 업무보다 더 큰 성취감과 보람을 얻는다고 말했다.

 문화 소외층인 장애자들이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해준 평화보건지소의 평화해피시네마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이용객들
▲ 평화 해피 시네마에 참여해 영화를 보는 모습. 문화 소외층인 장애자들이 쉽게 영화를 볼 수 있게해준 평화보건지소의 평화해피시네마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이용객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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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폭설로 차량 통행도 어려운 겨울날 눈밭을 뚫고 전동 휠체어를 이용해 보건지소를 찾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무한한 책임감과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평화보건지소에 재활을 넘어 장애인들이 모이고 소통하는 커뮤니티가 자연스레 형성됐고 했다. 그렇게 평화보건지소가 지역 장애인들의 재활, 소통을 위한 센터가 되자 문화 소외층인 그들의 수요를 반영해 '평화해피시네마'를 부터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자유롭게 자신의 일을 처리하고 이용자들도 스스럼없이 사무실을 드나드는 모습이 다소 무질서해 보일 정도였다. 그런 자유로움이 이용자와 직원의 거리를 좁혀 이용자의 욕구가 충분히 반영된 프로그램을 직원이 적극 개발해 베테랑 지소장님의 지원으로 실제 실행될 수 있게 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주대 작업치료과 3학년생들이 정규 수업 과정으로 2013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작업 치료실이다. 이는 애초 평화보건지소 직원이 안을 내서 전주대에 제안해 진행 중이다.

유인규(33·전주시 효자동)교수님은 "학교와 학생들로서는 처음엔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재학 중에 임상 경험을 하게 되니 취업 후 실무 능력이 다른 학교 졸업생보다 더 뛰어나게 되고, 학생들의 성취감이 커 작업치료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가 생기더라"고 말했다. 덧붙여 "작업 치료 자체가 정신적 부분을 중요시하다보니 교과서를 통해 배울 수 없는 부분을 주기적으로 장애자와 함께하며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큰 소득을 얻게 돼 이제는 보건 지소와 봉사의 대상인 장애자에게 학교와 학생들이 오히려 큰 감사를 드리게 됐다"고 전했다.

교수님의 지도로 전공학생들이 일대일로 치료에 참여하는 평화보건지소의 작업치료교실은 장애인들이 재활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귀한기회이다.
 교수님의 지도로 전공학생들이 일대일로 치료에 참여하는 평화보건지소의 작업치료교실은 장애인들이 재활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귀한기회이다.
ⓒ 서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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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보건진료소의 장애인 재활 사업은 병원 치료를 마친 환자가 사회에 적응하는 데 유용한 과정의 프로그램이다. 대다수 장애인이 쉽게 가지게 되는 소외감과 우울증 치료를 위해 평화해피시네마, 웃음·원예 치료, 행복 노래 교실 등이 장애인은 물론 보호자를 포함한 주민의 적극적 호응 속에 열리고 있었다.

지소장님과 유선영 주무관님으로부터 현황을 듣고 나오는 중에 하정우 주연의 영화 <군도>를 보고 나오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중·고등학교시절 단체 영화를 관람하고 나올 때의 그 어수선함과 흥겨움이 그들 사이에 있었다. 하정우 역인 '도치'에 대해 열을 올려 이야기하는 그들의 표정에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은 없었으며 약간의 흥분만 있을 뿐이었다.

지소장님을 비롯한 직원들, 봉사자들, 이용자들까지 어우러져 장애인 재활 사업을 하는 평화보건지소를 나서며 여기는 그야말로 신명난 지역 기반 재활 사업의 현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기반 재활 사업을 제안하고 기획과 교육을 맡아 하는 국립 재활원의 의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시행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본 취재를 시작했기에, 일선 보건소로 전주보건소 평화지소의 취재를 마치고 전라북도의 보건소 재활 사업을 알아보기 위해 권역별 재활협의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진안 보건소 관계자에게 연락을 하는 등의 취재를 진행했다.

전라북도 보건소 재활 사업은 2015년 현재 진안·군산·남원·전주 등 7개 보건소에서 시행 중인데, 시행 초기라 각자의 재활 사업을 활성화하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전라북도 관계자는 전라북도의 총 13개 시·군 중 7개 보건소가 재활 사업을 시작한 단계니 이제는 전라북도 차원의 권역재활협의회를 구성하고 활성화하는 등 그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치료를 스스로 그만두고 이른바 '자가 재활'을 하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터널 속에 내가 갇혀 있다고 생각 했던 적이 있다. 난 비록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며 10년이란 시간동안 재활의 최종 목표인 하프 마라톤 완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만큼 '회복'에 이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젠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전국 어디서나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건소를 이용해 얼마든지 부담 없이 재활할 수 있다는 걸 알린다.


태그:#전주 평화지소, #서치식, #전주시보건소, #보건소재활, #지여기반 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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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2급 장애를 가진 전주시 공무원으로 하프마라톤 완주를 재활의 목표로 만18년째 가열찬 재활 중. 이번 휠체어 사이클 국토종단애 이어 장애를 얻고 '무섭고 외로워'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휠체어에서 마라톤까지"시즌Ⅱ로 필자의 마라톤을 마치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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