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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자원외교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증인 채택 협상에 나섰지만 조율에 실패했다.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등 핵심 인사들의 출석 없이 국정조사를 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당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정세균 의원 등 참여정부 당시 자원외교 책임 인사들도 불러야 한다며 맞섰다.

자원외교 국조특위 여야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과 홍영표 새정치연합 의원은 청문회에 누구를 증인으로 세울지 조율하기 위해 23일 오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만났으나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다.

증인 조율에 나선 여야, 40분간 거친 설전만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권성동 여당 간사(왼쪽)와 홍영표 야당 간사가 23일 국회에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논쟁하고 있다.
 국회 해외자원개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권성동 여당 간사(왼쪽)와 홍영표 야당 간사가 23일 국회에서 에너지 공기업 3사에 대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두고 논쟁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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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40분간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설전만 벌이다 재협상 일정도 잡지 못하고 서로 얼굴만 붉힌 채 헤어졌다. 권 의원은 야당의 요구를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고, 홍 의원도 "여당이 국정조사를 방해한다"라고 맞섰다.

여야는 협상 테이블에 앉자마자 양당이 요구한 핵심 증인 명단을 두고 충돌했다. 먼저 입을 홍 의원은 새누리당이 문재인 대표, 정동영 전 장관, 임채정 전 장관, 정세균 의원 등 노무현 정부 인사 50여 명을 증인으로 요구한 것을 두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요구다, 국정조사를 사실상 무산시키려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물타기'식으로 증인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번 특위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문제에서 시작됐으므로 핵심 증인들이 청문회에 참석해야 한다"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의 출석을 재차 요구했다. "이 다섯 명의 증인채택 없는 국정조사는 의미가 없다"라고도 못을 박았다.

그러자 권 의원은 "이번 국정조사는 특정 정부에 제한을 두지 않고 역대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을 대상으로 이뤄진다"라며 "우리가 문재인 대표 등을 부르자는 논리와 야당의 요구는 한 치의 차이도 없다, 오히려 우리의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 대표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일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해외자원개발을 총괄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정세균 의원이 산업부 장관일 때 정부가 나이지리아 심해광구 탐사계약을 체결하면서 재미동포 출신 브로커에게 40억 원을 지불했다"라며 증인 채택 이유를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 등 5명이 해외자원개발 과정에서 어떤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결정했는지 소명이 안 됐는데도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것은 야당의 정치공세"라며 "우리는 국정조사를 못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근거 없는 '망신주기식' 증인 신청은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자원외교 국조특위 전체회의 개최 여부 불투명

증인 명단 물밑 조율 과정을 두고도 날 선 공방이 오갔다.

권 의원은 야당이 요구한 증인 명단 160여 명 가운데 고인 2명이 포함되거나, 최태원 SK 회장이 명단에 추가됐다가 뒤늦게 빠진 점 등을 거론하며 "야당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허술하게 증인을 신청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 회장이 명단에 올랐다 제외된 걸 두고 "SK가 야당에 가서 (명단에서) 빼달라고 로비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홍 의원은 "(SK가) 로비해서 뺐다는 말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라고 따졌고, 권 의원은 "SK가 야당에 안 찾아 갔나"라고 되물었다. 홍 의원이 "안 찾아왔다, 그 말에 책임지라"라고 맞받아치자, 권 의원은 "제가 확인해보니 찾아갔다더라, (이 말에) 책임지겠다"라고 답했다. 홍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명단을 수정을 해서 줬다, 수정한 것을 갖고 쓸데없는 트집을 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의 공방은 이명박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자원외교 책임론으로 번졌다. 권 의원은 "자주개발율 확대를 골자로 한 3차 해외자원개발기본계획은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이 한 건 선하고 이 전 대통령이 한 건 악한 행위라고 하는 게 정치 공세가 아니고 뭔가, MB정부 이야기 좀 그만하라"라고 따졌다. 홍 의원은 "새누리당은 문제가 생기면 참여정부를 물고 들어가 자신들의 실책을 호도하려 한다"라며 "새누리당의 병이다, 이제 그만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전을 이어가던 권 의원은 "(야당이 요구하는 증인) 5명이 없어도 국정조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며 "어떻게 하시겠나, 회동을 비공개로 돌려서 이야기를 나누겠나"라고 홍 의원에게 물었다.

홍 의원은 "핵심증인 채택이 안 되면 국정조사는 의미 없다"라며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자 권 의원은 "저도 문재인 대표 등이 채택 안 되면 (국정조사를) 안 하겠다, (국정조사가) 파기 되면 야당이 책임지라"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갔다.

이날 여야 간사 간의 청문회 증인 명단 협상이 결렬되면서 오는 24일로 예정된 자원외교 국조특위 전체회의 개최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원외교 국정조사 기관 청문회는 자원 3사를 대상으로 31일, 4월 1일·3일에 열린다. 6일에는 일반 증인들을 불러 청문회를 실시한다.


태그:#자원외교,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하, #이명박,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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