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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김경수씨. 최근 개인 1억 원 기부를 마친 김 씨가 자신의 삶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김경수씨. 최근 개인 1억 원 기부를 마친 김 씨가 자신의 삶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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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버는 것 못지않게요. 재산을 남겨서 자식들한테 물려주려고 버는 것도 아니고요. 먹고 사는 데 지장 없으면 되죠. 내 것보다, 우리 것 많은 세상이 좋은 세상 같아요."

김경수(52)씨의 말이다. 김씨는 전남 여수시 문수동에서 횟집을 운영하며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으로 가입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개인 고액 기부자 클럽이다.

부부가 같이 가입한 '아너 소사이어티'

 개인 1억원 기부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차정례씨와 김경수씨 부부. 김씨 부부가 서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개인 1억원 기부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차정례씨와 김경수씨 부부. 김씨 부부가 서로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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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지난해 6월까지 3년 동안 1억 원을 나눠 기부했다. 7월에는 부인 차정례(51)씨가 새 회원으로 가입했다. 지난 16일, 여수에서 김씨 부부를 만났다.

"1억 원 기부를 마치고 그만둘까 생각했는데요. 그동안 지원받았던 분들에게는 고정 수입이었잖아요. 개개인이 받는 액수는 별 것 아니지만요. 제가 그만두면 그 수입이 끊기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의 부인이 새로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 이유다. 한 명도 아니고 부부가 1억 원 기부 클럽에 가입한, 보기 드문 사례다.

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궁금했다.

"아직도 빚이 많아요. 근데 걱정 안 해요. 식당 건물을 담보로 대출받았거든요. 나중에 갚으면 돼요. 제가 못 갚으면 금융기관에서 건물을 가져가면 될 것이고요. 내가 살아있는 동안 얼마나 나누고 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김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시종 밝은 표정이었다. 일도, 기부도 즐기는 모습이었다. 그의 기부는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재래시장에서 옷을 사 입으면서도 복지관을 자주 찾았다. 아너 소사이어티에는 지난 2011년에 가입했다.

 김경수씨의 부인 차정례씨. 점심 손님맞이를 끝낸 차씨가 카운터에 앉아서 휴대폰을 검색하고 있다.
 김경수씨의 부인 차정례씨. 점심 손님맞이를 끝낸 차씨가 카운터에 앉아서 휴대폰을 검색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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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녀들도 부모를 따라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 결혼한 아들 현우(27)씨는 예물로 반지 하나만 교환하고 비용을 아꼈다. 그 돈으로 '사랑의 밥차'를 띄워 결혼의 의미를 되새겼다. 딸 미란(25)씨도 오래 전부터 용돈의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둘 다 아버지처럼 훌륭한 요리사를 꿈꾸고 있다.

김씨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요리사의 길을 걸었다. 서울과 경기, 부산 등지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해외 취업을 나가 리비아에서도 1년 반 동안 일했다. 종자돈을 마련해 식당을 차렸다.

"밥집을 하는 게 젊은 날의 목표였어요. 구제금융(IMF) 위기 직후에 차렸는데, 바로 말아먹었어요. 그렇다고 신의를 저버리지는 않았습니다. 갖고 있던 모든 것을 처분해서 빚을 다 갚았죠. 나의 실패로 다른 사람까지 고통 받게 할 수는 없잖아요."

실패 딛고 재기, 돈 많이 벌지 않아도 행복

김씨는 다시 요리사로 취업했다. 여유를 갖고 책도 많이 읽었다. 천천히 자신의 실패 이유를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이유가 분명히 드러났다.

"고객이 만족하지 못했어요. 음식은 괜찮았는데, 고객은 음식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던 거죠. 맛과 가격, 양,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보는데, 제가 그걸 몰랐어요. 주방에서 일하고 카운터만 지키다보니 고객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던 거죠."

 김경수씨가 식당 안팎에 설치된 CCTV를 보고 있다. 김 씨는 출입구 바로 옆에 마련된 이곳이 그의 일자리라고 말한다.
 김경수씨가 식당 안팎에 설치된 CCTV를 보고 있다. 김 씨는 출입구 바로 옆에 마련된 이곳이 그의 일자리라고 말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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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7년 동안의 준비를 거쳐 2004년 다시 음식점을 차렸다. 지금의 횟집이다. 주된 고객을 여성으로 삼았다. 맛과 가격, 양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곁들이 안주를 차별화시켰다. 여성들이 많은 사우나와 보험설계사들을 공략했다. 외식을 하는 가족도 타깃으로 삼았다.

고객에 대한 투자도 계속했다. 대량 구매를 통해 재료값을 줄일 수 있었지만 그날그날 필요한 만큼만 구입했다. 오늘의 매출에 연연하지 않고 내일과 모레까지 생각했다.

고객들의 반응은 주차관리를 하면서 들었다. 협력업체 결재일이나 종사자 급여 날짜도 정확히 지켰다. 관련 교육도 틈틈이 찾아다녔다. 외식과 음식, 한식 관련 교육이 있으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았다.

"내가 행복하려고 일하는 거잖아요. 즐겁게 일하고 있어요. 식당일도 놀이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조금은 재미없는 놀이죠. 고객이 즐겁고 종사자들이 즐거워야 나도 즐겁더라고요. 우리 사회도, 나라도 행복한 거고요. 나부터 즐겁게 살려고 합니다."

김씨의 말이다. 식당에서 하는 일도, 기부도 늘 즐겁게 한다. 그가 오늘도 활짝 웃는 이유다. 부인의 1억 원 기부가 끝나면 고향 강진으로 가서 살 생각을 하고 있다. 삽질할 수 있을 때 가려고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김경수씨는 언제나 밝게 웃으며 산다.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흡연구역 표시에서도 웃음을 짓게 한다.
 김경수씨는 언제나 밝게 웃으며 산다. 김씨가 운영하는 식당의 흡연구역 표시에서도 웃음을 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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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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