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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이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기로 함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이 지역의 급식은 '유상급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뒤 두 가지가 궁금했다. 먼저, 경남의 재정자립도가 그 정도로 악화된 상태인가. 다른 하나는 경남의 학부모들에게 급식비는 부담되지 않는 수준인가.

경남의 재정자립도, 급식을 건드려야 할 정도인가?

<행정자치부 재정고(lofin.mogaha.go.kr)>
▲ 17개 광역시·도 중 경남의 재정자립도 10위 <행정자치부 재정고(lofin.mogaha.go.kr)>
ⓒ 재정고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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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발표한 지방재정통합공시 자료를 살펴보자.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 전국 17개 시·도별 재정자립도 현황을 보면 서울특별시가 86.07%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경상남도의 경우는 41.95%를 기록해 전체 10위, 중위권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했다.

참고로 20%대 수준의 재정자립도를 기록한 시·도는 강원·전남·전북·경북 등 4군데이다. 충청남·북도와 제주도가 30%대 수준이다. 한 마디로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도' 중에서 경기도(69.33%) 다음으로 경상남도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경남의 재정자립도가 '우수'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경남보다 낮은 다른 도와 비교할 때 학생들에게 제공되어 온 '무상급식'을 건드려야 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20일 <평화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강원도가)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제일 낮은 도"라며 "실제로 (강원도의) 재정상태가 나쁨에도 무상급식을 하는데 전혀 재정적인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좁쌀 정치'라고 비판했다.

경남 학부모들에게 급식비 부담 없나?

경상남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경남 통계>. 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1.7%에 달한다.
▲ 경남 도민들 교육비 '부담된다' 71.7% 경상남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경남 통계>. 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71.7%에 달한다.
ⓒ 경상남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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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홈페이지에 도민에 대한 통계자료가 게시돼 있다. <경남의 통계> 중 '경남의 사회지표'라는 코너에 인구, 소득, 교육 등에 대한 조사결과가 그것이다. 그 가운데서 최근 홍준표 도시사의 '무상급식→선별급식' 전환 이슈와 관련된 항목을 살펴보았다.

먼저 '교육비 부담에 대한 인식' 항목을 보면 2013년 조사 당시 '(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71.7%에 달했다. 71.7% 중에서 '매우 부담'이 30.6%, '약간 부담'이 41.1%을 기록했다. '보통'으로 응답한 비율은 22.0%, '부담 안 됨'으로 응답한 수치는 6.3%에 불과했다.

경남 가구별 교육비 지출액은 어느 정도일까. 경남도청에서 게시한 자료 '자녀 1인당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 항목을 보자. 이 지역의 월평균 교육비 지출액은 23만8700원으로 조사됐다. 이 금액은 학교 납입금, 보충 교육비, 기숙사비 등으로 구성됐다.

조사 대상이 된 경남 가구들은 월 24만여 원을 교육비로 지출하고 있고, 이 금액에 대해 71.7%에 달하는 가구에서 '교육비가 부담 된다'고 응답한 것이다.

여기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학교에 밥 먹으러 가느냐"는 말과 함께 경남의 무상급식이 '선별급식'으로 전환되게 됐다. 지난 19일, 경남 도의회는 무상급식지원예산을 돌려 사용하게 될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 관련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변이 없는 한 경남의 학부모들은 당장 4월부터 급식비를 지불해야 한다.

경남 1인 자녀당 월 5만~7만 원 비용부담↑, 다른 곳은?

가난이 공개되는 것이 싫다며 학원비 대신 급식비 내고 싶다는 딸 사연을 소개한 학부모 앞에서 경남 교육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를 보도한 <경남도민일보> 3월 19일자
▲ 경남 교육감 울린 사연... "학원 끊고 급식비 내면 안돼?" 가난이 공개되는 것이 싫다며 학원비 대신 급식비 내고 싶다는 딸 사연을 소개한 학부모 앞에서 경남 교육감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를 보도한 <경남도민일보> 3월 19일자
ⓒ 경남도민일보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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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일간지인 <경남도민일보>의 지난 19일(목)자 1면에는 경남 박종훈 교육감이 우는 사진이 게재됐다. "엄마, 학원 끊고 급식비 내면 안 돼?" 제목의 기사 사진이다. 김해에서 네 자녀를 키우는 한 학부모의 어려운 사정을 들으며 교육감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찍은 것이다.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가 앞으로 매달 내야 하는 급식비는 총 25만 원선. 엄마는 중학교에 다니는 큰 딸에게 '급식비 지원 신청'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딸이 한 대답이 바로 기사의 제목이다. "학교 다니는 친구들에게 가난한 거 보여주기 싫다"는 딸의 말을 듣고 교육감이 눈물을 흘린 것이다.

이제 4월부터 경남의 모든 초·중·고에서 받게 될 내용이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월 5만 원, 중·고등학생은 이보다 비싼 6만~7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 경북 A초등학교 급식비 안내문 이제 4월부터 경남의 모든 초·중·고에서 받게 될 내용이다. 초등학생의 경우는 월 5만 원, 중·고등학생은 이보다 비싼 6만~7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 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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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 차이는 있겠지만 월 급식비는 초등학교는 4만~5만 원, 중고등학교는 6만 원 내외다. 우유급식까지 함께 신청하면 5000~6000원이 추가된다. 앞서 경남에서 조사한 도민 가구별 월 교육비 지출액은 24만 원선. 앞으로 자녀 1명당 5만~7만 원의 교육비가 증가하게 된다. 자녀가 1명인 경우 월 25% 수준의 교육비가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 1일,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3월 현재 전국 1만 1573개 초·중·고 중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학교는 7805개(67.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대비 5.3%p가 줄어든 수치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급증하던 수치가 처음으로 하락했는데 경상남도의 '무상급식 폐지' 영향이 컸다.

경상남도가 '선별급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 지역이 지난해 76%에 달한 무상급식 비율이 0%으로 됐다. 이 여파로 전국 무상급식 비율이 지난해 72.7%에서 67.4%로 5.3%p 감소했다. <경향신문> 3월 2일자
▲ 경남의 힘... 무상급식 비율 대폭 하락시켜 경상남도가 '선별급식'으로 전환함에 따라 이 지역이 지난해 76%에 달한 무상급식 비율이 0%으로 됐다. 이 여파로 전국 무상급식 비율이 지난해 72.7%에서 67.4%로 5.3%p 감소했다. <경향신문> 3월 2일자
ⓒ 경향신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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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기준 경남지역의 무상급식 비율은 76.3%에 달했으나 올해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다. 지난해까지 경남의 무상급식 비율은 다른 광역지자체 대비 높은 편이었다. 전임 김두관 지사의 정책 승계 영향이다. 2015년 3월 현재 무상급식 비율이 가장 높은 광역지자체는 전남(94.5%)이며, 경남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곳은 대구(19.67%)로 조사됐다.

이번 경남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보수 성향 지자체장, 교육감이 있는 지역의 무상급식 비율이 현저히 낮거나, 아예 '선별급식' 등으로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장이 해당 지역의 복지수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무상급식 대신 홍준표 지사가 '필요한 서민들에게 지원할 것'이라고 홍보한 내용의 실체.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안내문에 나와 있는 자료들을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경남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신청 안내문'
▲ 경남에서 연 50만 원 받기 위해 공개해야 할 자료들 무상급식 대신 홍준표 지사가 '필요한 서민들에게 지원할 것'이라고 홍보한 내용의 실체. '가난을 증명하기 위해' 안내문에 나와 있는 자료들을 제출하고 심사를 기다려야 한다. 경남도 홈페이지에 게시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신청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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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무상급식, #경상남도, #홍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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