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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비서실이 직접 발주한 연구보고서가 적폐를 만들어낸 역사적 배경으로 민주화 운동을 지목했다. 또한 민주화 이후 시민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도 '악습'과 '떼법'으로 폄훼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9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아래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적폐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는 적폐가 생겨난 역사적 배경으로 '민주화 과정'을 거론했다. 60쪽이 넘는 이 보고서는 "억압된 사회에서 벗어나 민주화 열풍으로 시작된 다양한 사회이익집단들의 목소리는 소위 '떼법'이라는 악습을 정착하게 했다"라며 "떼법은 민주사회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민주화에 편승해 분열 조장하는 세력 강경 진압해야"

지난해 대통령비서실이 발주한 연구보고서에는 민주화 과정이 적폐를 만들어낸 역사적 배경 중 하나로 나와있다. 해당 보고서는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적폐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KDN'이라는 이름만 있을 뿐 누가 연구에 참여했는지 등 세부 정보는 나와있지 않다.
 지난해 대통령비서실이 발주한 연구보고서에는 민주화 과정이 적폐를 만들어낸 역사적 배경 중 하나로 나와있다. 해당 보고서는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적폐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KDN'이라는 이름만 있을 뿐 누가 연구에 참여했는지 등 세부 정보는 나와있지 않다.
ⓒ KD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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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보고서는 "87년 이후 불법의 묵인화 현상에 편승해서 일부 사회이익집단들은 사회를 양극화된 정치 스펙트럼으로 분열시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켰다"라며 "이런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국가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화 세력이 사회 분열을 조장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또한 해외에서 정부가 노동조합의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한 사건들을 적폐 척결의 모범 사례로 들었다. 지난 1981년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 파업을 선언한 항공관제사들 중 48시간 내에 복귀하지 않은 1만여 명을 파면한 일과 1984년 영국 대처 수상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탄광노동자들을 경찰력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한 사건 등을 본받을 만한 사례로 꼽았다. 특히 탄광 노조 진압은 시위 과정에서 6명이 사망하고, 1만 여명이 경찰에 체포되는 등 일각에서 악명 높은 노조 탄압의 사례로 손꼽히는 사건이다.

이어서 적폐를 나열한 뒤에는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고서는 "대한민국 헌법과 자유시장질서를 부정하는 일부 사회집단들의 위헌적이고,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불법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이 없는 세력이므로 필요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법적 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썼다.

'적폐 척결 세부전략'을 제시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가장 강한 곳에서 이기면 다른 곳은 저절로 해결 된다"는 원칙을 제안한 뒤 "주요 국가정책 추진을 방해하고 있는 일부 강경 사회이익집단을 상대로 공공분야 개혁을 관철시킨 후, 다른 기관으로의 파급효과를 고려한다"고 썼다.

대통령에게는 "(적폐 척결을) 대한민국 대통령(의) 리더십 자산으로 승화(해야 한다)"며 "각 부처가 발굴한 적폐들 중에서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적폐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척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라"고 조언했다. 이어 "대통령의 모습이 항상 나타나야 한다"며 최근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위원회의 끝장 토론 진행 방식을 모범 사례로 제안했다.

"'비리와의 전쟁' 다음은 노동조합?... 황당하지만 가볍게만 보이지 않아"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공개된 '적폐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공개된 '적폐척결을 위한 전략보고서'.
ⓒ 프리즘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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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보고서는 대통령 비서실이 지난해 11월 1일에 발주했다. 이후 'KDN'이라는 곳에서 약 6주 동안 연구한 뒤 지난해 12월 16일에 제출했다. 900만 원을 받고 작성한 이 보고서에는 기관명만 있을 뿐 누가 연구에 참여했는지 등 세부 정보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6일 <서울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KDN은 민간 연구기관이며 더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유승 중앙대 기록관리학과 교수(정보공개센터 소장)는 "행정자치부가 운영하는 정책연구관리시스템(프리즘)에 보고서의 내용을 다 공개해놓고 어떤 기관이 용역을 수행했는지 밝히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핵심으로 한 정부3.0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교수는 "보고서 전체가 60여 페이지인데 19페이지가 요약본"이라며 "보고서의 품질 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태그:#적폐, #척결, #대통령, #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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