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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공항협의회는 '2014년 세계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인천국제공항을 1위로 선정했다. 10년 연속 1위로 평가를 받는 것은 인천국제공항이 처음이다. 종합평가에서 5점 만점에 4.97점을 얻었다.

이를 두고 박완수 인천국제공항공사(아래 공사) 사장은 '기록적 성과를 달성한 것은 공항 종사자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6000여명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일, 인천국제공항 근처에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실에서 박대성(39) 지부장을 만났다.

14년간 같은 일 해도 경력 인정 안 돼

박대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박대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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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선 노동자 69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그중 정규직은 900명이고, 나머지 6000여 명은 비정규직이다.

원청인 공사가 용역을 주고 있는 하청용역회사는 현재 42개다. 원청인 공사와 하청용역회사는 3년마다 입찰로 계약을 맺고, 하청용역회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1년 단위로 고용계약을 체결한다.

"가장 큰 문제는 고용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3년에 한 번씩 업체가 바뀌는데, 같은 업무를 10년 이상 해도 신규업체는 우리를 신입사원이라 한다."

박 지부장은 재계약이 안 되는 조합원이 많다고 했다. 신규업체는 채용하지 않는 이유를 '업무능력 부족'이라 얘기하는데, 전에 근무했던 업체가 평가한다면 몰라도 신규업체가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명백한 노조탄압이라는 게 박 지부장의 주장이다.

이어진 박 지부장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또 다른 문제는 노조가 하청용역회사와 단체협약(아래 단협)을 체결해도 3년 후 업체가 바뀌면 단협이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협을 3년마다 새로 체결해야한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인건비는 원청인 공사에서 사업비로 책정한다. 공사에서 100%를 지급해도, 하청용역회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계약한 임금의 100%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청용역회사 42개 중 노조가 있는 19개 업체는 계약대로 지급하지만, 노조가 없는 업체는 그렇지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원-하청 관계에 있다. 노조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면 둘이 서로 떠넘긴다. 하청업체는 '공사가 사업비로 책정해 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고, 공사는 '하청업체와 노동자 간 노사관계라 원청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 한다.

박 지부장은 공사와 하청용역회사와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 큰 단결, 2008년 지역지부 건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했다. 개항 후 용역업체 몇 개에서 개별로 노조를 만들었다. 박 지부장이 있는 보안검색지회도 2006년 기업별 노조로 있다가 3년 전 지역지부로 합류했다. 기업별 노조의 한계를 깨닫고 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서는 원청인 공사를 상대로 한 더 큰 단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2008년 조합원 750여 명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지부 산하에 지회 12개(특수경비·설비·환경·탑승교운영·탑승교설비·승강설비·부대교통·소방·토목·셔틀버스·전력 등), 분회 1개에 조합원 2000여 명이 함께한다.

박 지부장은 "현재 인천지역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률이 3%인데, 우리 공항은 6000명 중 2000명이 조합원이다. 가입률이 33%를 넘는다. 원청에서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며 "공항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업종이 망라돼있다. 임금과 근무형태 등, 특성이 다양하지만 지부로 단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부장 임기를 시작했다.

"2013년 12월, 19일간 총파업을 진행했다. 아직 그때의 상처가 조합원들한테 남아있어 임기 안에 그것을 치유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그 바탕 위에 공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더 나은 삶을 보장받기 위해 조합원 확대사업도 병행할 것이다."

지부에서는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의 유래와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역사, 노동법, 민주노총 현안 등에 관한 내용들이다. 올 9월엔 조합원 2000여 명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13년 12월 11일 열린 파업 집회에서 근속수당과 명절수당 도입,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2013년 12월 11일 열린 파업 집회에서 근속수당과 명절수당 도입, 고용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시사인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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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지난해 5월 '인천국제공항 인력운영조직 개선방안'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 결과의 결론은 '인천국제공항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인력운영구조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불가하다. 다만, 세월호 참사 이후 부각한 안전 분야인 폭발물처리반과 공항소방대, 항행시설 관리 등에 필요한 종사자 150명 내외를 직접 고용해야한다'였다.

인천공항지역지부도 2012년과 2014년에 '인천공항공사 민간위탁 노동자 실태와 직접고용 정규직화 방안' 연구용역을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에 의뢰했다. 이 연구 결과, 현행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정규직화할 경우 3년, 현행 임금에 호봉을 인정하면 4년, 정규직 신입사원 기준으로 하면 5년 안에 비용대비 편익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용역업체 이윤과 관리비 중복, 임금 중간착취, 하청용역업체와 공사 감독 직원의 업무중복 등의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면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한 3년 뒤에는 비용 대비 편익이 '플러스(+)'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연구용역 책임자인 김성희 고려대 교수는 지난해 9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연 '인천공항고사 노동탄압 규탄결의대회'에 참석해 공항 노동자들을 정규직화 해야 안전을 강화할 수 잇다고 강조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작년 10월 취임한 박완수 공사 사장은 그해 12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공항 규모가 커져 일종의 한계 상황이 왔다"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주식 매각을 통한 민영화나 자회사 추가 설립 등의 얘기가 인천국제공항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2011년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 논의가 다시 떠오르고부터였다. 당시 국민 의견은 반대가 65.6%로 찬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천국제공항과 인천공항지역지부에 인천시민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박대성, #인천국제공항,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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