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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열정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저를 포함한 많은 팀원들에게 큰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열정공장 공장장! 화이팅입니다!
▲ 2500여명의 신입생들 앞에서 열강 중인 김영주팀장님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열정에 대해서 강의를 하고 있는 모습은 저를 포함한 많은 팀원들에게 큰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열정공장 공장장! 화이팅입니다!
ⓒ 추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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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영남대 캠퍼스. 천마아트센터로 떠나는 길은 유난히도 길었다. 오늘은 편집장 김영주 팀장님의 영남대학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강의가 있는 날이다. 영남대학교를 졸업한 김영주 팀장님이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 새내기들에게 대학생활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뜻깊은 자리였다. 나는 대표로서 오늘 김영주 팀장님을 아낌없이 지원하기로 마음을 정한 터다. 손수 운전해서 영남대 캠퍼스로 김 팀장님을 모셔가고 있었다.

"대규모 강의를 앞두고는 마음도 예민하고 점검을 할 것도 많을 텐데 편하게 준비하시던 거 마저 정리해요. Great success comes with great support(위대한 성공은 위대한 도움과 함께일 때 이뤄진다)."

"네, 대표님 너무 고맙습니다. 지금 강연장에서 상연할 영상 작업을 마무리 하고 있는데 마저 하도록 할게요. 배려 감사드려요."

어느덧 날은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을 맞이하려나 보다. 바깥의 풍경은 매섭기만 한 겨울바람도 다가올 봄에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차안이지만 열심히 강연준비에 몰두중인 김 팀장님을 거울로 바라보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요 며칠간 강의준비뿐만이 아니라 회사 내부적으로 처리해야 할 많은 일을 빈틈없이 다 처리해두셨다.

대구에는 시내라고 부를 만한 곳이 동성로가 있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모이는 그곳에 K문고와 Y문고가 있는데 우리 책이 이번 달부터 1층 광고를 집행하게 되었다. Y문고에서는 덩달아 10프로 할인행사가 들어가기로 되었다.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며 광고자리 선정과 부대효과에 대한 정확한 분석으로 혁혁한 공을 세우고 계신 김영주 팀장님이었다.

천마아트센터. 대구의 몇 안 되는 대규모 강당을 갖춘 강연 및 공연 장이다.

약 3시간전에 도착한 나는 김영주 팀장님이 편안하게 강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드린다. 홀로 드넓은 캠퍼스의 곳곳을 살펴 걷다보니 목이 말라온다. 자판기가 보인다. 지갑에 때마침 가지고 있던 천원짜리 지폐를 꺼낸다. 하나다. 고이 펴서 자판기 입에 넣어드린다. 20세에 주역에 몰두에 건강을 해치신 퇴계 이황 선생님이시다. 들어가시옵소서.

지잉~

자판기가 이황 선생님을 소환한다. 먹음직스러운 코코아를 연신 눌러대지만 자판기가 먹통이다. 먹었다. 1000원을.

"이런 씨x"

희한한 일이다.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을 투자한 사업에서 예상치 못했던 손실을 맞이 할때는 저런 욕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이 1000원짜리에 나는 화가 난다 이 말인가. 보이지 않는다. 번호가. 그래서 화가 난 모양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자기가 느끼는 책임감과 피해의식의 정도가 중요하단다. 그에 따라 화가 나는지 안 나는지 결정하는 큰 요소란다. 스탁빌이란 시골 마을에서 할아버지 클라인 교수님께 배운 내용이었다. 지갑엔 다른 지폐도 없었고 동전을 바꿀 때도 없다. 전화기를 꺼낸다.

010 XXXX 6064

"네 대표님, 먼일 있슴니꺼?"

수화기 건너편으로 황소같이 쩌렁거리는 김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느껴진다.

"거 지금 어딥니까? 오늘 여 천마에 촬영 있는 거 알지요? "
"여, 천마아트센터인데유? S커피집에 앉아가 일하고 있심니더. 먼 일 있습니까?"

"오 잘되었네, 내가 거기서 도보로 25분 떨어진 복지센터에 지금 자판기가 돈을 먹어서 오동나무에 걸린 꾀꼬리 신세가 되었거든. 와가 코코아 한 잔 뽑아주면 안 될까요?"
"대표님, 아인슈타인 형님이 말하시길 문제를 만든 그 의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캤다 하셨지요? 자판기가 돈을 먹었으면 돈을 뱉도록 해야할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래서 자네한테 전화하지 않았나. 전화번호도 없는 자판기 앞에서 흥분해가 머하겠나. 도움이 필요할 땐 퍼뜩 도움을 청해야지."

실로 진실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SOS를 쳐야지. 실제로 난 SES(90년대의 인기 아이돌 여성그룹)의 팬이었다. 아무튼 이러나저러나 김 디자이너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씩씩거리면서도 25분 거리를 10분만에 달려와 동전을 넣어준다. 코코아를 두잔 뽑아 영남대학교의 캠퍼스를 걸어 돌아오니 참으로 눈부신 오후햇살이 우릴 비춘다.  고맙고 듬직하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나도 그런 리더이고 싶다.

강연시간이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워드스미스 출판사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영주라고 합니다. 먼저 오늘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영상이 잘 재생이 되질 않고 있어요. 여러 가지로 변수가 생겨서 강의의 시작이 매끄럽질 못하네요. 그렇지만 즐겁게 열심히 그리고 제대로 한번 시작해보려 합니다."

2500여명의 신입생들 앞에서 조명을 받아 연단에 선 김영주 팀장님은 빛이 났다. 새내기 대학생들에게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대학생활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약 15분간 강의를 하셨다. 빈틈없이 준비된 완벽한 강의였다.  

우리는 지난 3달간 하루도 휴일 없이 매일을 출근해 회사 일을 보았다. 때론 대구에서, 파주에서, 서울에서 각자의 일에 최선에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 최선의 과정도 좋은 결과를 냈을 때 아름다운 과정이 됨을 나는 잘 알았다.

사업에는 중간이 없다. 사업에는 성공 혹은 실패 두 가지 뿐이다. 나는 이런 점을 출판사를 창업하며 팀원들에게 늘 공유했다. 늘 무대에 올라 객석을 바라보다 오랜만에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본다. 팀원들의 인생에서 팀원들은 주연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멋진 조연이고 싶다.

그 큰 강연장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있는 김 디자이너는 사실 영국과 미국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자신의 분신처럼 늘 들고 다니는 그는 오늘은 열심히 김영주 팀장의 모습을 찍고 있다. 아름다운 날이다. 그리고 뿌듯한 날이다.

강연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기립박수를 할 정도의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다.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김 팀장은 말했지만 늘 아쉬움은 남는 법. 출판사에서 편집장의 역할과 노고가 얼마나 큰지 잘 알기에 오늘은 따뜻한 격려와 아낌없는 칭찬을 드리고픈 날이다.

압박과 긴장을 이겨내고 자신이 하고자 한 일을 마친것 자체가 성공이다.

차를 빼기 위해 주차장으로 가는 길. 모교의 대학신문사에서 인터뷰 일정이 잡혔다는 메시지가 뜬다. 신학기에 발행될 신문에 인터뷰가 실리게 된다. 한번 시작해볼까? 두근거리는 설렘이 찾아온다.


태그:#꿈, #열정, #성취, #강연, #기립박수 ,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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