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9일 대전 중구 한 건물에서 투신 사망한 여고생 A(16)양과 B(16)양의 아버지들이 17일 오후 대전중부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담임교사와 학교장을 고발했다. 사진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지난 9일 대전 중구 한 건물에서 투신 사망한 여고생 A(16)양과 B(16)양의 아버지들이 17일 오후 대전중부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담임교사와 학교장을 고발했다. 사진은 이들의 요청에 따라 모자이크 처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지난 9일 대전 중구 한 건물에서 투신, 사망한 2명의 여고생 부모들이 담임교사와 학교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담임교사의 폭언과 학교의 관리소홀로 인해 아이들이 죽게 됐다는 주장이다.

17일 오후 대전 중부경찰서에 고발장을 들고 나타난 A(16)양과 B(16)양의 유족들은 슬픔 보다는 분하고 억울한 심정을 억누르며 취재진 앞에 섰다. '학생관리 소홀'과 '학교폭력(교사에 의한 폭언)' 혐의로 담임교사와 학교장을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것.

A양의 아버지 C(43)씨는 "흡연한 것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그게 '퇴학' 당할 만큼 큰 죄인가"라며 "고등학교 입학한 지 겨우 5일째인데, 그 애가 무슨 그렇게 큰 죄를 당했다고 '퇴학시키겠다'고 하고, 부모님 모셔오라고 하고, 같은 반 친구들 다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하고... 정말 너무 억울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B양의 아버지 D(40)씨도 "담임의 모욕적인 폭언이 아이들을 죽게 한 것이다, 아이가 친구들에게 '담임선생님이 퇴학시키겠다고 했는데 미안해서 어떻게 부모님께 말하느냐, 차라리 자살하겠다'고 말했다고 하더라"라며 "심지어 담임(교사)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사라졌는데도 찾지도 않아 아이들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도 놓쳤다"고 분개했다.

유족들의 주장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후 3시 30분께 담임교사는 A양과 B양 등 같은 반 친구 5명에 대해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학급교실에서 혼을 냈다. 이 과정에서 담임교사는 아이들의 무릎을 꿇리고 소지품 검사를 이유로 아이들의 겉옷을 벗게 했다고 한다. 또 아이들이 '너무 무서웠다'고 할 만큼 험하고 모욕적인 말을 내뱉었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특히 유족들은 담임교사가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퇴학이다, 부모님에게 학교에 오시라고 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이로 인해 아이들은 매우 심각한 압박을 받았고, 오후 5시 30분께 A양과 B양이 학교에서 사라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족들은 또 아이들이 사라진 지 1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친구들이 담임교사에게 '아이들이 사라졌다, 찾아 달라'고 했고, 담임교사는 '너희들이 찾아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담임교사가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도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날 밤 8시께 투신하여 사망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사망하기 전 아이들은 친구와 지인들에게 전화해 담임교사의 '퇴학시키겠다'는 강한 질책 때문에 자살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유서에 '담임 때문에 너무 힘들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9일 투신 사망한 한 여고생의 유서.
 지난 9일 투신 사망한 한 여고생의 유서.
ⓒ 장재완

관련사진보기


유족들은 "아이들이 사라진 사실을 학생들을 통해 3차례나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담임 및 학교관계자들이 학생들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유서에 '담임 선생님 OOO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라고 적어 놓았듯이 담임교사의 질책이 아이들이 투신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A·B양과 전화통화를 했던 다른 친구들이 작성한 '확인서'를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B양의 아버지 D(40)씨는 "사건이 발생하고 처음에는 '불우한 가정사', '성적비관', '신변비관'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아이들이 투신했다고 경찰이 (언론에) 인터뷰를 하고, 언론이 보도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우리 아이들은 성적도 우수하고 엄청 밝은 아이였다, 불우한 아이들도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담임교사와 학교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담임은 '퇴학시킨다'는 말을 안 했다고 하더니 오늘에 와서야 '한 것 같다'고 말하고, 책임 있는 사과 한마디 없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에서 어떻게 입막음을 했는지 처음에는 당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 해 주던 아이 친구들이 이제는 말을 안 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그 책임을 묻기 위해 오늘 '고발장'을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족들은 또 경찰수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경찰이 투신 당시 바로 옆에 있던 '유서'를 발견하지 못한 채 '신변비관으로 자살했다', '학교폭력은 없었다'는 인터뷰를 하고 언론에 보도가 되도록 하는 등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 따라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유족들은 주장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유족들은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한편, 이 같은 유족들의 주장에 대해 학교와 교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오늘 이 사건을 담당하던 교사가 극심한 스트레스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 이로 인해 현재 교감과 교장 모두 자리에 없고, 공식적인 입장을 말할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


태그:#여고생 투신, #투신자살, #대전중부경찰서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게 향을 묻혀 준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