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 책표지.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 책표지.
ⓒ 한울

관련사진보기

2011년 11월, 기사 하나가 많은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어린이집 간식으로 썩은 달걀이 제공되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어린이집의 이와 같은 끔찍한 간식 실태는 해당 어린이집 한 보육교사가 썩은 달걀 사진을 찍어 한 포털사이트에 올려서 비로소 알려졌다.

당시 어린이집의 간식 실태를 알린 그 보육교사처럼 자신의 직장, 즉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의 바람직하지 못한 일을 외부에 알리는 사람들을 '내부고발자'라고 한다. 우리사회에는 이와 같은 내부고발자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우선 생각나는 사람은 군대 부정투표를 고발한 이지문 중위다. 1992년 3월 22일,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제14대 국회의원 선거 군 부재자투표 과정에서 공개투표, 대리투표와 여당 지지 관련 정신교육이 있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외에도 2003년 9월,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의 혈액관리 부실을 고발한 김용환씨와 최덕수씨(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원), 2011년 5월 8일, 부산 발 서울행 KTX열차가 광명역 부근에서 심한 진동과 소음을 일으켜 해당 객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대피한 사고의 원인을 언론사에 제보한 신춘수씨(철도공사), 2012년 학교에서의 종교수업 강요를 교육청에 알리는 한편 <한겨레>에 제보하는 형태로 폭로한 홍서정 학생(당시 명지고 1년), 버스회사의 버스요금 횡령을 방송사에 제보한 운전기사 권태교씨(2007년), 4대강 정비계획의 실체 등 대운하 관련 폭로한 김이태 연구원(2008년) 등이 생각난다.

그리고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랄지, <동물병원이 알려주지 않는 30가지 비밀>, <어린이집이 엄마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50가지 진실>, <그 청년은 왜 군대 가서 돌아오지 못했나?> 등과 같은 내부고발 성격의 책들도 생각난다.

내부고발은 사회적 이익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다. 분명한 것은 누군가의 내부고발 덕분에 또 다른 누군가가 그와 관련해 더 이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혹은 특정인이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못하는 등 우리 사회가 훨씬 투명해지거나, 정의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고발은 당연히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의로운 행동으로 인한 최소한의 불이익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당시 이지문 중위는 육군 9사단 소속이었다. 국방부는 이지문 중위를 근무지역 무단이탈죄목으로 구속, 이등병으로 강등 조치해 버렸다. 그리고 해당 부대 장교와 사병 500여 명을 대상으로 이지문 중위의 폭로 사실을 조사한 결과, 그의 증언이 허위였다고 발표했다. 또, 좌익 운동 세력과 연계되어 있다고 조작, 고발 동기도 비난했다.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전역 후 채용이 예정되어 있던 직장과의 계약이 일방적으로 파기되는 불이익까지 당하게 된다.

다행히 그 후 통신사령부 이아무개 일병이 추가로 폭로, 200여 명의 현역 군인들이 익명으로 관련 사실을 언론에 제보하거나 전역 군인들이 법정 증언을 하는 등 이지문 중위의 고발 내용이 사실임이 입증됐다. 그로 인해 그는 중위 신분을 회복하고 명예전역을 하게 된다. 그런데 다른 내부고발자들도 이지문 중위처럼 뒤늦게라도 의로운 행동이었다는 것을 인정받거나 불이익의 억울함을 구원받을 수 있을까.

내부고발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한울 아카데미 펴냄)은 '어떻게 하면 내부고발을 제대로 할 것인가', '내부고발을 하고서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등, 내부고발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김용환: "무엇보다도 증빙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는 데 주력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족의 격려가 없다면 견뎌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주변과 가족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고요. 전문가의 도움을 사전에 받아야 합니다. 대부분 신고 이후 보복을 받고 나서야 시민단체를 찾는 경우가 많은데, 미리 자문을 받고 도움을 구해서 함께 고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지문: "조직에 징계사유를 제공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조직은 표면상 내부고발을 했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습니다. 징계사유는 만들어내기도 하고 다른 이 같으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을 들어 징계하기도 합니다. 주로 무단결석이나 지각, 조퇴와 같은 근무태도와 관련한 부분을 들어 징계하는데요. 그래서 내부고발 전후로 더욱더 철저하게 직장생활을 해야 합니다. 특히 신고 후 상담 등으로 시민단체나 변호사를 업무시간에 찾거나 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됩니다. "
-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에서. 

이지문씨와 대한적십자사의 혈액관리 부실을 폭로한 김용환씨는 이처럼 조언한다. 책의 1장~3장은 우리 사회 내부고발자들의 사례 등을 시작으로 내부고발자들이 겪는 고난과 시련, 최소한의 보복을 줄이면서 내부고발을 하는 방법 등을 모색한다. 우리의 내부고발자 보호나 보상제도 및 사례, 내부고발로 인한 교훈과 과제, 내부고발의 필요성 등은 4장~6장에 걸쳐 이야기한다.

사실 아무나 선뜻 읽고 싶을 그런 주제의 책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간 <오마이뉴스>에 책소개 글을 꾸준히 써온 사람으로서의 일종의 소명의식이 작용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을 알리는 책'을 쓴 소신의 저자들에 대한 응원을 앞세워 선택한 책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앞서 소개한 군의 부정 투표 고발 사례 주인공인 이지문씨와 또 다른 내부고발자인 이재일씨(국책연구기관의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던 당시 기관의 출장비 횡령사실을 고발했다), 그리고 1994년부터 참여연대 내부비리고발지원센터(현 공익제보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박흥식씨 이렇게 3명이 저자다.

스스로 내부고발자이거나, 관련 일을 해오고 있는 저자들은 그 과정에서 고통스런 경험을 한다. 자신이 보도 듣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딱딱한 주제임에도 이해와 설득력이 강했다. 그간 우리 사회의 내부고발 관련 다양한 문제들과 그 결과 등 내부고발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권으로 접할 수 있어서 매우 좋았다. 

책에 의하면 내부고발자 대부분은 오랜 시간 번민 끝에 힘들게 제보를 했는데 사건 처리 수준은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런데 반해 제보의 반작용으로 자신의 삶이 위태로워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제보를 하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70% 이상이라고 한다. 실제 우리 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내부고발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복도 함께 늘고 있단다. 때문에 외국에서는 그간 이 책처럼 내부고발을 제대로 하는 방법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관련법 등을 담은 내부고발 관련 다양한 책들이 100권도 넘게 출판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이 책이 처음이자 유일하다고 한다. 저자들이 이 책을 쓰게 된 취지라고 한다.

"우리는 내부고발을 한 분들의 의지가 건강한 사회의 중심축을 이루어가는 날을 꿈꾼다. 법을 지키며 양심에 따라 사는 사람들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싶다"
-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 저자의 말 중에서. 

이 책의 존재를 가급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에 깊이 공감한 저자들의 이 말을 앞세운다.

덧붙이는 글 |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박흥식.이지문.이재일)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12-30 |24,000원



내부고발자, 그 의로운 도전 (반양장) - 성취, 시련 그리고 자기보호의 길

박흥식.이지문.이재일 지음, 한울(한울아카데미)(2014)


태그:#어린이집, #내부고발자, #블랙리스트, #이지문중위, #내부고발자보호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