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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오지 않은 여행지는 그저 개인적인 상상일 뿐이다.

여행을 다녀오기 전, 아무리 많은 사진과 자료를 읽어보았어도 그 안에서 보여주는 풍경과 수많은 자료들은 그 것을 보고 읽는 사람의 주관 속에서 만들어지는 유일한 상상일 뿐이다. 여행을 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바이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홍콩의 여행지를 천천히 둘러보고 나서 새삼 절실하게 공감했던 말이기도 하다.

직접 눈으로 보니, 사진보다 별로였던 빅토리아 피크

비탈진 골목을 올라가는 홍콩의 택시 (2015년 3월 사진)
▲ 홍콩의 택시 비탈진 골목을 올라가는 홍콩의 택시 (2015년 3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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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 전 나는 홍콩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백만 달러라고 불리는 야경, 쇼핑의 천국으로 상징되는 작지만 화려한 도시였다. 중국에서 뻗어 나온 구룡반도와 홍콩섬 등으로 이루어진 오밀조밀한 도시국가, 영국의 100여 년에 걸친 통치를 받았던 곳. 이제는 많은 중국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모습을 홍콩의 이미지로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여행을 하며 아쉬웠던 것 중의 하나는 빅토리아 피크의 화려한 홍콩 야경 등, 익히 알고 있었던 여러 유명 관광지 풍경들이 내가 가지고 있던 기대만큼의 충족도를 채워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화려한 사진에 나의 상상력이 더해지며 꾸며진 미지의 풍경들이, 현실에서 보이는 나의 시각으로는 제대로 된 뷰포인트를 못 찾은 탓도 있을게다.

골목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영국식 선술집 (2015년 3월 사진)
▲ 홍콩의 선술집 골목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영국식 선술집 (2015년 3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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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홍콩 여행 전에는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새로움을 발견한 것이 있다. 홍콩의 화려함에 가려진 뒷골목의 사람 사는 동네 풍경이었다.

홍콩은 지리적으로 좁은 땅에 평지가 얼마 되지 않아 공항이나 주요 항만시설들이 모두 바다를 매립하여 만들 정도로 열악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은 대부분 산비탈로 이어진 능선들에 위치하고 있다. 그 마저도 수십 층 높이의 아파트들로 이루어져 있다. 

홍콩의 뒷골목이 주는 독특한 풍경

달동네 언덕 위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들(2015년 3월 사진)
▲ 홍콩의 골목길 달동네 언덕 위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들(2015년 3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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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서울의 달동네 금호동에서 자랐던 나는 처음으로 마주한 홍콩의 골목 풍경에서 눈에 익은 금호동의 모습이 겹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심하게 비탈진 골목길과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는 좁은 도로를 곡예 하듯이 달리는 승용차에서 어릴 적 금호동의 풍경이 오버랩 되며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네온사인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홍콩의 빌딩들 뒤쪽으로 어김없이 이어지는 수많은 골목들은 온통 비탈진 예전의 서울 달동네 바로 그것이었다. 골목마다에는 작은 상점과 영국식 펍 술집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예전의 우리네 달동네와 조금 다른 풍경은 엄청나게 높은 아파트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는 모습이었다.

비탈진 길을 따라서 솟아있는 고층아파트들 (2015년 3월 사진)
▲ 홍콩의 아파트 비탈진 길을 따라서 솟아있는 고층아파트들 (2015년 3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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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오래된 아파트들이라 낡아서 허름한 것이 눈에 띄었지만 작은 땅에서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기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의 골목과 동네를 돌아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 사는 곳이 다 같은 모습이라는 어른들의 이야기와 함께 타국에서 예전의 서울 달동네 금호동을 떠올리며 또 다른 동질감도 느낀 여행이었다.

비탈진 길을 따라서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들  (2015년 3월 사진)
▲ 홍콩의 아파트 비탈진 길을 따라서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들 (2015년 3월 사진)
ⓒ 정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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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콩, #달동네, #금호동, #홍콩아파트, #홍콩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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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한가운데의 니나 또는 슈타인처럼, 여행과 사진 그리고 건축, 머나먼 이베리아 반도의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와 숭산 스님의 선의 나침반, 수타니파타의 그물에 걸리지않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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