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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깍(Boeng kak) 커뮤니티의 소피(Bov Sorphea)의 발언 모습
 벙깍(Boeng kak) 커뮤니티의 소피(Bov Sorphea)의 발언 모습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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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유엔이 공식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의 시작은 1908년 3월 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혹한 노동 조건과 비인간적인 노동환경에 시달리던 미국 뉴욕의 여성노동자 1만5천 명이 기본권과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이 시초였다.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여성부 앞에서는 이와 관련된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참여자들은 캄보디아에서 장례식을 치를 때 사용하는 일종의 만장을 치켜들고 주거권 활동가들이 수감된 CC2 교도소로 행진했다. 8km가 넘는 긴 행진 거리에 시민들이 나와 지켜보며 환호했고, 행진은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경찰의 통제는 없었으나 뒤늦게 CC2 교도소 주변에 병력이 배치되기도 했다.

벙깍(Boeng kak) 커뮤니티의 소피(Bov Sorphea)의 발언 모습
 벙깍(Boeng kak) 커뮤니티의 소피(Bov Sorphea)의 발언 모습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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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에 앞서 열린 집회에는 500명 가량이 운집했다. '벙깍(Boeng kak) 커뮤니티'의 활동가 소피씨는 행사의 의의에 대해 말했다. 소피씨는 캄보디아에서 인권이 실종된, 여권(女權)이 실종된 현실을 개탄하며 11명의 주거권 활동가를 석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이들이 석방을 요구하는 활동가들은 캄보디아에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강제철거와 관련된 활동가들이다. 지난해 11월 10~11일 발생한 홍수 피해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행사에 참여한 여성 10명이 CC2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프놈펜 내 벙깍과 보레이 켈라 지역에서는 재개발이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수감자들은 이에 항의하면서 인권을 억압하는 개발을 비판하고 무계획적인 개발로 인한 홍수 피해 등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감됐다.

거리행진 하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거리행진 하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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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행진하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거리행진하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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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행진 하는 행사 참여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프놈펜 시민들의 모습
 거리행진 하는 행사 참여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프놈펜 시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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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 앞에서 CC2 교도소까지 행진... "사법부와 여권은 죽었다"

이런 현실은 캄보디아 인권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특히 거주권 관련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들이며, 여성들에게 가하는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은 아직도 캄보디아의 여권 향상에 갈 길이 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의가 상실되고 사법부가 형평성을 잃고 권력자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에서, 인권이 설 자리는 미뤄질 수밖에 없다.

세계 여성의 날 행사를 주도한 소피씨는 엠네스티 한국지부의 초청으로 2013년 5월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한국 방문 당시 그녀는 도시개발로 주거지를 잃고 고통받는 사람들과 만나 주거권과 강제퇴거에 관한 자리에 참석했다.

사법부와 여권(女權)의 죽음을 의미하는 두 개의 관
 사법부와 여권(女權)의 죽음을 의미하는 두 개의 관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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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진의 최고조는 CC2 교도소 앞 공터에서 이루어진 화형식이었다. 색색깔의 풍선과 장례식을 의미하는 만장을 손에 들고 행진한 사람들은 CC2 교도소 앞에 모여들었다. 소피씨와 커뮤니티 사람들은 사법부와 여권의 죽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관 두 개를 놓아두었다. 참여자들은 행진에서 사용한 만장을 통에 모으고 이것에 불을 붙여 정의가 바닥에 떨어진 캄보디아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성의 날을 기념해 사면된 22명 가운데에는 염산 테러 등을 자행한 범죄자도 포함돼 여성의 날의 의미가 퇴색되고 반인권적인 범죄를 저지른 수감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사면된 22명 중에는 아이를 둔 여성 수감자와 임신한 수감자가 포함됐다. 훈센 총리는 지난달 감옥에서 생활하면서 인권을 위협받은 아동에 대한 사례 보고(2015년 2월, LICADHO 발간)를 언급하여 이들에 대한 석방을 예고한 바 있다.

거주권 활동가들의 석방을 바라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거주권 활동가들의 석방을 바라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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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권 활동가들의 석방을 바라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거주권 활동가들의 석방을 바라는 행사 참여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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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여성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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