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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 유가족,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모여 추모와 연대의 마음을 나누었다.
▲ 추모 문화제 장면 피해자, 유가족,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모여 추모와 연대의 마음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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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9일 오후 4시 48분]

"오늘도 그때와 변한 게 없어요."

딸 유미가 죽은 지 8년째. 아버지 황상기씨는 백혈병 및 각종 희귀 질환에 고통 받는 노동자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350명이 넘는 노동자가 반도체와 LCD 등 전자 산업에 종사하다 병을 얻었으며 이 중 127명이 사망했다. 대부분 건강했던 젊은이들이었다.

지난 6일 오후 7시, 삼성 본관 앞에서 '황유미 8주기 및 반도체 전자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 합동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주최하는 반도체·전자 산업 사망자 합동 추모 주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자리다. 이번 추모 문화제의 제목은 '유미가 유미에게'. 산업 현장에서 백혈병을 얻어 쓰러진 스물셋의 유미가 더 이상 또 다른 '유미'는 없기를 기원하는 간절함을 담았다.

추모 문화제는 풍성하게 이어졌다. 황상기씨를 지지하는 속초 시민 이진녀씨는 송경동 시인의 시 <누가 황유미를 죽였나요?>를 낭송하며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세월호 유가족 고 임세희양의 아버지 임종호씨는 세월호 희생자와 산재 사망자 모두 국가가 저버린 사람들이라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강조했다.  

이어 황상기씨는 "지금도 반올림에 피해를 제보하는 사람들을 보면 하나같이 안전 교육 제대로 못 받고 자기가 일하는 작업장이 안전한 지 아닌지 모르는 상태에서 일한다"며 또 다른 유미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공장을 가동해 자본을 축적하는 삼성 일가를 규탄했다.

"산재사망은 자본에 의한 민간인 학살"

서울시립대 박유진 님이 고 황유미를 모델로 반도체 소녀상을 만들었습니다. 반도체 소녀상은 추모 문화제 무대 한편에 세워 추모 문화제를 지켜보았습니다.
▲ 추모 문화제 무대 서울시립대 박유진 님이 고 황유미를 모델로 반도체 소녀상을 만들었습니다. 반도체 소녀상은 추모 문화제 무대 한편에 세워 추모 문화제를 지켜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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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추모 문화제를 찾은 한 시민은 산재 노동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 오게 됐다며 "전자 산업 산재 사망 노동자는 대자본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다. 정권도 삼성도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추모 문화제의 하이라이트는 둥그런 웨이퍼에 산재 사망자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 먼지 한 점 허용하지 않는 '클린룸'에서 자신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도 모른 채 무결점 반도체를 생산하다 사망한 노동자의 넋을 기리는 뜻을 담고 있다.

이날 추모제는 황유미씨의 산재 확정 판결 후 처음으로 열리는 추모 문화제라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 추모를 넘어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약속을 다시금 확인하기도 했다. 현재 반올림은 뇌종양 피해자 집단 산재 신청 등을 진행 중이다.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은 "반도체 칩에 새겨진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에 127명의 사망자 이름을 붙여 넣었다. 2015년 3월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전자산업, 반도체 산재사망 노동자는 모두 127명이다.
 추모 문화제 참석자들은 "반도체 칩에 새겨진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쓰인 현수막에 127명의 사망자 이름을 붙여 넣었다. 2015년 3월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전자산업, 반도체 산재사망 노동자는 모두 127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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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반올림 뉴스레터팀 사월님께서 작성했습니다.



태그:#반올림, #삼성백혈병, #고 황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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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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