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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 <담쟁이> 등의 시를 쓴 도종환 국회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학에서는 철학과와 사회학과 등이 먼저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있다"며 "현 정부는 인문학 확산을 강조하면서 장관은 인문학보다 취업이 중요하다고 해 엇박자"라고 말했다.

도 의원은 7일 오후 김해문화원 강당에서 (사)우리동네사람들 주최로 '문학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란 주제의 강연을 했다. 이날 강연에는 민홍철 국회의원과 김경수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함께 했다.

민주통합당 도종환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도종환 국회의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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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의원은 "인문학적 공부가 중요하다, 현 정부도 인문학 확산을 중요목표로 정해놓고, 인문정책진흥법 제정에 착수했다"며 "그러나 대학에서는 철학과와 문예창작과, 사회학과, 독어독문학과, 불어불문학과 등을 없앤다, 장관부터 인문학보다 취업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엇박자"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로 인문정신이 중요하고, 대학부터 그런 토대가 되어야 하고 지켜내야 한다"며 "인문 관련 학과는 대학 구조조정에서 폐과 대상이 되는데, 정부는 방치하고 있다, 인문학과는 대학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되고 있다, 문학과 철학을 가까이 해서 '그래도'라는 인생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꽃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거기가 꽃밭"

서울에서 김해로 오는 길에 핀 산수유꽃을 보았다고 한 도종환 의원은 "먼저 피어야 훌륭한 꽃이 아니다, 어떤 꽃은 나중에 피더라도 아름답다, 꽃은 최선을 다해 피어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꽃들이 많이 모여 있으면 꽃밭이다"라며 "사람도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아이가 뒤쳐진다고 초조할 게 아니다, 남보다 먼저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피는 목련이나 장미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중요한 것은 반드시 꽃을 피운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며 "제 자신을 꽃에 비유하면 들국화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친구들보다 느리고 더뎠다, 들국화대로 살아야 하지만, 언젠가는 꽃이 핀다는 믿음을 갖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꽃이 항상 주목 받는 길에 피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던진 그는 "그렇지 않아도 된다, 같이 꽃이 피면 거기가 꽃밭인 것이다, 함께 꽃이 핀다는 게 중요하다"며 "서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지방이더라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종환 의원은 "법정 스님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꽃이 있다, 그래서 꽃을 보면 끌리는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은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쫓기는 시간 속에서 천천히 여유롭게 살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고은 시인의 "그꽃"(내려갈 때 보았어/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을 소개해 놓고, 도 의원은 "올라갈 때는 정상이라는 목표 때문에 주위를 보지 못했는데, 내려오면서 여유가 생겨 주변의 꽃이 보였던 것"이라며 "올라가야 한다고만 생각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살면서 안식과 평안을 잃어버려서는 안되고, 영혼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며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내 영혼이 쫓아오지 못할까봐서란다"고 말했다.

"시 쓰는 사람이 국회의원 할 만하냐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 그는 "아는 신부를 만났더니 첫 마디가 '괜찮어'라고 하더라, 그래서 국회에는 정말 성실하게 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했더니 '벌써 물들어버렸구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는 상원의원, 괴테는 장관, 네루다는 대통령을 했다고 소개하며 세계적으로 문인 출신 정치인이 많다고 한 그는 "영혼이 있는 정치인, 전혀 정치인 같이 보이지 않는 정치인, 불가능하다고 두려워하지 않는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국내에는 실패한 사례만 많은 것 같고, 저도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혼이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하고,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어야 하며, 영혼이 있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어떤 일이든 영혼이 있어야 하고, 영혼을 쏟아 부어 함께 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며 "9시 뉴스를 보면 금방 망할 나라 같지만, 그래도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많기에 굴러가고 성장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도종환 의원은 이생진 시인의 <벌레 먹은 나뭇잎>,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등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다 써보았느냐가 중요하다, 주변에 보면 그런 사람이 많다, 부모들이 그렇다, 이웃을 위해 자신을 던지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 의원은 자작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 시를  써서 후배평론가한테 보여주었더니 함량미달이라 하더라"며 "시인은 대상을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하고, 정치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서울 교보생명빌딩 외벽에 시귀가 걸려 있었는데, 회사 이미지를 좋게 하고 친근감을 갖게 한다, 그리고 도시 품격을 높여 준다, 얼마 전 부산시청 외벽에도 걸겠다는 연락이 왔고, 서울 관악구청에는 '사람중심관악특별구'라는 글자 대신에 그 시귀를 걸어놓았다"며 "시청과 구청에 들어서는 주민들이 그 글귀를 보면 편안한 마음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얼마전 건설업체 과장이 전화가 와서 그 시귀를 공사장 가림막에 새겨놓겠다고 하더라, 이전까지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고 해놓았더니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평을 하더란다, 그래서 시를 걸어놓아 보자고 해서 사용해도 되느냐고 묻는 전화가 왔더라"며 "접근방식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문학은 '그래도'라고 말하게 된다"고 했다. 켄트 카이스가 쓴 <Anyway, 그래도>에 담겨 있는 "사람들은 논리적이지 않고 이성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자기 중심적이다, 그래도 사람들을 사랑하라"라거나 "오늘 당신이 착한 일을 해도 내일이면 사람들은 잊어버릴 것이다, 그래도 착한 일을 하라" 등의 내용을 도 의원은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상처를 받았을 때 '그래도'라고 말하면 된다, '그래도'라고 하면서 같이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도종환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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