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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계양구의회가 호주 시드니 방문 후 제출한 해외연수보고서를 두고 초등학생이 쓴 보고서보다 못한 '엉터리·짜깁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초 이 해외연수가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가 재심사까지 해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계획(안)을 가결했던 터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구의회 자치도시위원회(위원장 이병학)은 지난 1월 19일부터 24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호주 시드니를 방문했다. 자치도시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이병학·고영훈·김유순·윤환·황원길)과 이들을 수행하는 공무원 2명이 참가했으며, 예산 1683만 원 정도를 사용했다.

자치도시위는 이 연수의 목적을 '환경과 주민복지 분야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호주를 방문해 선진지의 성공적인 정책과 우수 사례를 몸소 체험하고 연구해 우리 실정에 맞게 반영하고자 한다'고 했다.

하지만 첫 번째 열린 공무국외여행심사위원회에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에도 불구하고 목적과 동기가 불분명한 점, 해외연수 계획서에 담긴 방문·견학지가 대부분 유명 관광지로 잡혀 있는 점, 방문계획 기관들 중 한 곳도 섭외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고, 계획서를 다시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며칠 뒤 열린 재심사에서 구의회는 '유명 관광지 방문을 대폭 줄이고 방문지마다 중점 견학 사항과 의정에 반영할 사항 등을 정하는 등, 외유성 해외연수라는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심사위는 해외연수를 다녀온 후 의원들이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구의회에서 2~3월에 지방의회의 모범적인 해외연수 사례를 듣고 시민단체 등과 올바른 해외연수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것 등을 조건으로 해외연수 계획안을 가결했다.

인천 계양구의회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호주 시드니 해외연수 보고서’ 중 4면 갈무리.
 인천 계양구의회가 지난 12일 홈페이지에 올린 ‘호주 시드니 해외연수 보고서’ 중 4면 갈무리.
ⓒ 장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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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해외연수 후 <시사인천>이 구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호주 시드니 해외연수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보고서는 매우 부실했다.

모두 아홉 면으로 작성한 보고서 중 1면은 표지, 2~3면은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호주와 시드니의 지리와 행정 등이 적혀 있다.

4~7면은 시드니시청과 시의회 방문, 뉴사우스웨일즈 주립 도서관 견학, 파이어몬트문화센터, BICYLE NSW(비영리 자전거관리단체)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 면의 '3분의 1'은 해당 기관 설명, '3분의 1'은 방문 시 사진, '3분의 1'은 의정에 반영할 사항으로 채웠는데, 글자 크기는 매우 크고 내용은 부실했다.

6면의 파이어몬트문화센터 설명을 예로 보면 ▲ NSW주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 강사·학부모 동시 참여 수업으로 인해 맞춤 학습에 효과적임(도서관·주민센터·피트니스 등) ▲ 각 연령층에 맞는 지역사회프로그램 시행- 청소년의 방과후 프로그램, 청소년 취미활동(미술·음악 또는 학교에서는 수영·테니스 등 학교 수업에 반영) 등 세 가지가 전부였다.

아이들이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받는 것을 의원들이 구경하고 있는 사진이 해당 면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뒤이어 '의정에 반영할 사항'에는 '전문성을 가진 주민자치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의 봉사 동아리, 어린이 연극단체, 어르신들의 문화 활동 단체 등 행정업무를 하는 기능과 더불어 이제는 주민센터의 이름에 걸맞게 24시간 열린 주민편의시설로 확대'라고 적었다.

문제는 이미 여러 주민자치센터에선 방학 기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주민센터를 24시간 열린 주민편의시설로 확대한다는 것은 현재로선 실현 불가능한 제안이다.

8~9면엔 '사회보장제도 및 세정제도'를 담았는데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라는 등의 인터넷 검색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적힌 '소감'에는 '호주의 법질서에 관해서는 엄중히 처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공권력이 살아있고 그로 인해 질서 유지에 이바지하는 건 충분히 우리 현실에서 배워야 할 모습이다'라고 다소 생뚱맞은 내용을 적었다.

조현재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계양지부 사무국장은 "보고서를 보면, 초등학생이 체험학습을 다녀와서 쓴 것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1500만 원이 넘는 세금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와서 이런 짜깁기·엉터리 보고서를 쓴다는 게 말이 되는가. 시민 혈세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거라는 지적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사위에서 보고서를 제대로 쓰겠다고 해 통과시켜 줬는데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내는 것은 심사위도 구민들도 무시하는 처사"라며 "주민들로부터 서명을 받아 환수 조치라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구의회 의정팀 관계자는 지난 23일 <시사인천>과 한 전화통화에서 "연수를 다녀온 의원들이 쪽지를 쓰거나 말로 정리해준 내용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라며 "보고서에 대한 지적에는 딱히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이병학 자치도시위원장은 "연수를 다녀온 후 쪽지에 정리해 직원에게 전달했다"며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고서를 아직 보지 못했다. 찾아보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한편, 해외연수 보고서는 귀국 후 15일 이내에 제출하게 돼있으나, 자치도시위는 지난 2월 12일에야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이러한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시드니 연수에 참가하지 않은 나머지 의원 전체가 자매도시 교류 활성화를 명분으로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5박 6일 일정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떠날 예정이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계양구의회, #해외연수, #의원 해외연수, #호주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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