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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는 자기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말라야 힘든 길에서 온 길과 가야할 길을 확인하는 일을 새로운 에너지를 충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반단티에서 푼힐까지 발자취를 기록한 궤적 GPS는 자기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말라야 힘든 길에서 온 길과 가야할 길을 확인하는 일을 새로운 에너지를 충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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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히말라야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 어제 가파른 돌길 6 km, 고도800m를 올랐으니 피곤하기도 하련만….

어제 길에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서 다시 누워있다 먼동이 트자 밖으로 나갔다. 어제 저녁에 그렇게 억수같이 쏟아지던 비는 성난 급류가 되어 흐르고 있었고 해가 떠오르는 동녘하늘에는 구름이 조금 끼었을 뿐 맑은 날이다.

운동 삼아 조금 걷고 싶었지만, 롯지에서 한 발짝 벗어나면 경사길이다. 몸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식당 겸 거실로 사용하는 곳으로 들어서자 가이드 성껄이가 아침인사를 전한다.

7시 30분에 출발하기로 하고 아침식사 메뉴와 식수를 포함하여 챙겨야 할 몇 가지를 부탁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입맛이 돌았는지 집사람이 음식 한 가지를 추가로 주문하는 바람에 출발시간이 약간 늦어졌다. 집사람과 같이 무사히 귀국하는 것이 당면한 가장 큰 일이다. 집사람 식욕이 좋아졌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성껄이가 방금 전에 동료 가이드와 통화한 내용을 전한다. 이곳은 한 차례 소나기로 끝났지만 토쏭라 지역에는 폭설이 내려 며칠 전 사고에 이어 또 큰 사고가 나서 구조활동이 한참 진행 중이란다. 멀리서 오가는 헬리콥터 소리가 더 가까이 들리는 듯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건조기인 10월에는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없었다는데 올해만 해도 두 번씩이나 폭설이 쏟아져 큰 사고로 이어졌다. 변덕쟁이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많은 사고 소식에 만성이 된 네팔 사람들에게는 별다른 일이 아닌 것으로 여겨질 줄 몰라도, 나는 '그 현장에 있을 뻔 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몸이 떨리고 움츠러진다.

반단티에서 고라빠니로 이어지는 길은 4시간 걸리는 구간으로 경사나 산의 규모는 우리나라 산들과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걷는 느낌은 비슷했다 원숭이들이 살고 있는 아열대 정글이지만 어딘가로 통하는 한적하고 좁은 흙길의 느낌은 공통분모라도 가진 듯하다.

반단티를 떠난 지 한 시간 반이 지나 낭게탄티(Nangge Thanti)에 도착하였다. 밀크 티를 주문하고 집사람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웬 젊은이 한 사람이 반갑게 말을 건네온다. 포카라를 출발하여 처음 만나는 한국사람이다. 자유여행을 하는 한국사람들이 없었던 터라 반가웠다.

그는 ABC코스는 한국사람들이 많은데 이 곳 푼힐 코스에는 적다고 하면서 푼힐과 ABC코스가 합쳐지는 촘롱에서 일행을 만나기로 하고 며칠 먼저 출발하여 혼자서 여행 중이란다. 하루만 못 봐도 반가운 게 동족이거늘, 모였다 하면, 왜 그리 아귀다툼인지….

네팔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어린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한 다음, 먼저 말을 걸면서 웃는 얼굴로 대하면 미소로 응답해온다. 다음은 몸짓발짓이다. 이린이들과 대화는 항상 신선함이다.

네팔인의 국민소득(GDP)은 US$165이다. US$24,000인 우리나라와 산술적으로 비교한다면 1/150정도밖에 안 되는 돈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삶의 질까지 1/150로 낮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보면 매일 긴장과 경쟁의 사회에서 불안한 생활을 살아가는 우리들보다 자연과 일치되어 살아가는 슬로우시티의 평화롭고 더 안정된 삶을 살아간다.

자동차, 오토바이, 가전제품, 휴대폰이 그들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그들 사회도 크게 요동치기 시작한 것 같다. 8%가 넘는 가파른 물가상승율은 2~3년 전의 안내서를 읽고 여행경비를 계산한 여행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 일쑤다.

11시가 조금 지나 오늘의 숙소인 고라빠니 롯지에 도착했다. 좁고 조악한 시설이지만 3000m 고도를 감안하면 감사할 일이다. 태양광으로 덮인 미지근한 물로 땀에 절은 몸을 씻고 나니 상쾌하고 행복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3000m이하로 내려올 때까지 샤워도 못하고 술도 먹어서는 안 되는 모양이다. 잠시라도 체온이 떨어지면 고산병에 허점을 보이게 된단다.

오늘이 세상이 끝나는 것 마냥 음식을 시켜먹고 맥주까지 2병 마셨다. 먹을 땐 몰랐는데 몸을 움직이기도 힘들다. 방으로 돌아와 누웠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급체한 모양이다. 초 비상상태가 되었다. 먹었던 것 모두 반납하고, 따뜻한 물로 찜질하고, 집사람이 1시간이 넘도록 마사지 하고 나서 약을 먹었더니, 슬며시 졸린다.

눈을 뜨니 오던 비는 그치고 햇볕이 커튼 사이로 스며든다. 슬며시 몸을 움직여보니 산행이 가능할 것 같다. 살아 생전 한번 와봐야 된다는 푼힐의 일몰을 보기 위해 몸을 추슬렀다. 3시 30분이다. 좋지 못한 컨디션으로 난생 처음 3000m 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간다. 약간의 구토증세와 함께 손발이 저려온다. 1시간 30분이면 올라간다는 푼힐전망대를 2시간 만에 가까스로 올랐다.

히말라야 산군의 일출을 보는 곳이지만 호젓하게 일몰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 푼힐 전망대 히말라야 산군의 일출을 보는 곳이지만 호젓하게 일몰을 보는 재미도 좋았다.
ⓒ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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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산 영봉들은 구름에 가려 볼 수 없었지만, 해가 떨어지고 있는 푼힐의 서쪽 광경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놀이터 김 사장이 그토록 권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 외에 아무도 없어 분에 넘치는 호젓함을 즐겼다. 내일 일출시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이 몰린단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감사해야 할 일이 많다.

덧붙이는 글 | 2014년 10월 16일부터 11월 18일까지 네팔과 인도를 여행한 얘기입니다.



태그:#푼힐, #네팔, #하말라야, #트레킹, #정부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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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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