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지역 돌봄전담사들은 설날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노상차례를 지냈다.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북지역 돌봄전담사들은 설날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노상차례를 지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교육감을 만나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는데 개 끌리듯이 경찰들에게 끌려나왔어요. 처음에는 기대감도 있었는데 너무 억울하고 분하고 화만 치밀어 오릅니다. 아이들을 더 잘 돌보겠다는 게 뭐가 잘못인가요?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어 이렇게 집에도 못 가고 있어야 하나요?"

경북 칠곡군의 한 초등학교에서 돌봄전담사로 근무하고 있는 손아무개(40)씨는 설날인 19일에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 못하고 경북도교육청 앞마당에서 다른 돌봄전담사들과 함께 차례를 지냈다. 연휴에도 경북도교육청을 떠나지 못하고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손씨는 2011년 처음 돌봄전담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1주일에 20시간 근무하는 조건이었다. 2012년부터는 1주일에 14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학교장과 계약을 했다. 왜 14시간인지 생각하지 못했다. 1주일에 17시간에서 20시간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학교에서는 초과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2014년 노조에 가입하고 나서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기 위한 꼼수라는 걸 알았다.

손씨는 교육감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하소연이라도 하면 들어줄 것 같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뿐이었다. 이영우 교육감은 교육감실 앞 복도에서 농성하는 일주일동안 단 한 번도 이들을 찾지 않았다. 하루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농성이 벌써 열흘이 넘었다.

이아무개(46)씨도 칠곡의 한 초등학교에서 2011년 10월부터 돌봄전담사로 근무했다. 이씨도 2011년과 2012년에는 1주일에 20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하지만 2013년에는 14시간 30분, 2014년에는 14시간 근무하는 조건으로 바뀌었다.

무기계약직 전환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지만 결국 손씨 등과 함께 경찰에 연행됐다. 끌려나오지 않으려 쇠사슬을 묶고 몸부림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 내렸다.

"무기계약직 전환 피하려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계약"

경북지역 돌봄전담사들이 설 연휴에도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북지역 돌봄전담사들이 설 연휴에도 경북도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경북지역 초등 돌봄전담사들은 지난 11일부터 경북도교육청에서 무기계약직 전환과 하루 6시간 근무 보장, 시간쪼개기 초단시간 계약 철회 등을 요구하며 파업농성을 벌이고 있다. 고용보장과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돌봄전담사들은 설날 연휴를 앞둔 17일 오전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왔다. 모두 19명이 연행됐고 그 중 2명은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돼 19일 오후에 나올 수 있었다. 이들은 교육청 현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려 했지만 경찰은 천막을 부숴버렸다. 결국 천막이 아닌 비닐로 움막을 만들고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돌봄전담사들은 설날 오후 교육청 앞마당에 차례상을 차렸다. 이들은 합동차례를 지내면서 참담한 생각도 들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끝까지 가보자는 오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돌봄전담사들은 자신들의 고용이 학교마다 다르고 시간쪼개기 형태의 근로계약서를 강요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요일별로 출·퇴근시간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주당 15시간을 채우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성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조직국장은 "경북지역 돌봄전담사 710여 명 중 무기계약직은 24%에 불과하고 75%는 주당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계약을 하고 있다"며 "경북도교육청이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국장은 "대부분의 돌봄전담사들이 기간제라는 이유로 해마다 고용위협을 당하고 고용협박에 시달린다"며 "지금도 채용공고를 내면서 시급을 낮추고 근로조건도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국장은 무기계약 대상자가 되면 무기계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무기계약 조건이 되면 무조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더 이상 무기계약직을 늘리지 않겠다는 경북도교육청의 방침은 위법"이라고 말했다.

"시간쪼개기 계약이 아닌 정상적인 근무시간을 인정해 달라는 것"

경북지역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지난 11일 오후부터 경북교육청 안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다 17일 오전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되자 노동단체들이 경북교육청 앞에서 항의농성을 하고 있다.
 경북지역 초등 돌봄전담사들이 지난 11일 오후부터 경북교육청 안에서 파업농성을 벌이다 17일 오전 경찰에 의해 강제 해산되자 노동단체들이 경북교육청 앞에서 항의농성을 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손씨는 "매년 계약할 때마다 근무평점을 매기고 재계약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할 때마다 불안하다"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근무평가제도를 해고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명절인데도 가족들과 떨어져 있어야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억울하고 부당한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지해주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어 더욱 힘이 난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쏟았다.

이씨도 "우리가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무기계약직 전환과 시간쪼개기 계약이 아닌 정상적인 근무시간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라며 "빨리 학교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명절이라 찾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교육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교육청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하루 종일 겨울비가 내리는 21일에도 여전히 교육청 현관 로비 앞을 지켰다. 평소처럼 출근시간에 맞춰 피케팅을 벌이고 고용불안과 임금차별에 대한 해소를 촉구했다. 이들의 노숙농성에 경북지역 시민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이 함께했다.


태그:#돌봄전담사, #경북교육청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