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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욱이 수현이(왼쪽부터)
▲ 종현이와 재욱이 수현이(왼쪽부터)
ⓒ 전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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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00일을 훌쩍 넘겼다. 그 많은 희생을 직접적으로 겪으며 아파하는 친구들이 있다. 단원중을 졸업하고 안산의 다른 고등학교로 진학한 전종현군. 사진 속 친구들의 나이는 고등학교 2학년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전종현군은 고등학교 3학년 진급을 앞두고 있다. 설 연휴, 친구들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어떤 것이라도 하겠다는 종현군과 지난 19일 서면 인터뷰를 해보았다.

- 친구들 이름이 어떻게 되나요?
"김정현, 이보미, 최덕하, 신호성, 김정민, 양온유, 조은정, 박수현, 국승현, 김건우, 전현우, 강혁, 이재욱, 이태민, 임요한, 김건우, 천인호, 김수빈, 김민수, 편다인, 안준혁. 최성호. 이렇게 저는 총 22명의 친구들을 잃었습니다. 재욱이랑은 각별했어요. 기타줄을 갈아주곤 했는데... 중학교때 팸(패밀리)으로 놀아서."

- 고3이 되는 느낌이 어때요?
"걱정되기도 하고 감흥이 없기도 하고 그래요. 친구들과 함께 고3이 되는 것은 원래 당연한건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 고3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 같이 할 친구들이었는데... 계획이 다 무산된 느낌?"

- 어떤 계획이 있었어요?
"당연한 것들이었죠. '시험 끝나면 어디가서 놀자.' 재욱이 같은 애들은 거의 한 달에 한 번은 만났고요. 기타줄 갈아준다고 만나기도 했고요. 제가 초보라서 줄을 못 갈아서 부탁하곤 했거든요. 또, 수능 끝나고 같이 여행가자. 뭐 이런 것들이었죠. 항상 만나던 데서 만나서 계획없이 영화보러 다니고."

"3년이란 시간이 잘려 나가... 졸업앨범 보는 게 힘들어요"

-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어요?
"일 년이 지나가는 것도 모르게 빨리... 그날부터 한두 달은 새벽에 매일 울다시피했고, 애들 생일도 많이 겹치고... 노래 들으면서 길 다니면서 그냥 생각하죠. 그냥 가끔 새벽까지 깨어있다가 여러 생각이 들면 슬퍼져요."

- 돌이켜 보면 어떤 날들이 가장 힘들었어요?
"작년 4월 17일 넘어서부터요. 처음에는 실감이 안 나서 걱정만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가망 없을 거란 이야기 하면서부터. 에어포켓이 있다 없다, 공기주입 한다 안 한다. 하루 종일 그것만 보고 있었어요. 아침에 등교할 때부터 쉬는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혹시나, 하면서요. 며칠 지난 후에 학교 선생님들께서도 이젠 힘들지 않겠냐고, 부모님도 이젠 대충 알지 않겠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힘들어요.

모르겠어요. 그냥 뭔가 허무한 느낌? 전 이렇게 말했거든요. 내 얼마 안 되는 책 중에서 3년이란 시간이 잘려 나갔다고. 중학교 3년 전부. 졸업앨범을 보는 게 제일 힘들어요."

- 어떤 부분이 가장 화가 나나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못한 나. 두 번째는 아무것도 못한 정부, 세 번째는 조롱하는 사람들이죠. 근래에 일베나 네이버 댓글만 봐도 뭐. 그래도 맞대응은 안 되죠. 그럼 나도 같은 사람이니까."

- 이 사건 이후에 '난 이렇게 살아야지' 그런 거 있어요?
"오늘 하루에 감사하자. 내가 이렇게 지루해 하는 오늘이 누군가는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리본을 달았으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하자. 잊지 말자. 이걸( 리본) 달고 부끄럽지 않은가."

- 어른들이 미안하다고 하잖아요. 어때요?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분들이 미안해하는 거잖아요. 사실 남의 일이잖아요. 남의 도움, 걱정받기 힘든 세상이기도 하고..."

- 종현군이 어른이 되어서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미안할까요?
"미안하겠죠. 그런데 막을 수 없었잖아요. 누구도. 한 달이 주어져도 못 막았을 거예요. 과정도 문제지만 시작이 잘못됐으니까요. 회사(청해진 해운)가 잘못한 건 선박법이 바뀌어서. 그럼 그걸 진행한 대통령이 잘못한 거고, 그 대통령을 뽑은 국민이 잘못한 거고. 그 모든 과정이 잘못인 거죠."

"친구들에게 미안하죠, 진실을 밝혀주지 못해서..."

- 작년 4월 16일 이후 달라진 점은?
"말수가 줄었어요. 평소에도 생활하다가 문득 친구들이 떠오르고 혼잣말을 해요. 가치관은 '언론은 믿지 말자'가 되었어요."

-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알고 싶은 것은?
"못 구해서 그런 건가. 안 구한 건가."

- 진상조사위 활동은 보고 있나요?
"지금은 별로 지켜보고 있지 않아요. 선장 징역(받는 것)까지만 보고 관뒀어요. 또 인양 가지고 정부쪽에서 늘어질 게 뻔해서."

- 진실이 밝혀지지 않는다면 종현군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요?
"미안함.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이요. 진실을 밝혀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거. 그리고 무력감. 결국은 못 밝히는 건가. 마지막은 분노죠. 끝까지 어떻게든 밝혀보자."

전종현군의 블로그에서 지난해 12월 29일 일기의 일부를 발췌해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임요한 장례식장에 갔다. 나는 학교를 카풀(을 해서) 타고 다니기 때문에 항상 고정된 장소에서 내리게 되어 있는데, 기사님께 부탁해서 고대병원에 내렸다.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늦게까지 공부하는 줄 아실 거다. 아직까지도. 내려서 3학년 때 담임 선생님과 카톡하며 천천히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가서 부모님과 이야기 했는데 요한이는 날 공부 잘하던 짝꿍이라고 부모님께 이야기 한 거 같았다. 정말 민망했다. 미안했다. 조금 더 자주 볼 걸. 요한이한테 인사하고 나오려는데 부모님께서 있다 가라고 뭐 먹을 것 좀 준비 해 줄테니까 앉았다 가라고. 나는 그러고 싶은데 부모님 몰래 도망쳐서 잠깐 보러 온 거라 시간이 없다고 죄송하다고 인사하고 계속 요한이 사진만 보다가 나왔다.

계단 걸을 때 진짜 죽을 만큼 외로웠다. 아니 뭐라고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이랄까. 내가 왜 이렇게 오게 됐을까 내가 왜 여기 있을까.


태그:#세월호, #단원고, #단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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