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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경북대 총장 후보에 대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경북대교수회 등은 임용제청을 조속히 시행하라는 현수막을 대학내 곳곳에 내걸었다. 인문대학 건물에 걸려있는 인문대교수회의 현수막.
 교육부가 경북대 총장 후보에 대해 임용제청을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경북대교수회 등은 임용제청을 조속히 시행하라는 현수막을 대학내 곳곳에 내걸었다. 인문대학 건물에 걸려있는 인문대교수회의 현수막.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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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회에서 교육부에 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유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결국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회신도 하지 않았어요. 이는 교육부가 자신들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불법적인 일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사열(59) 경북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26일 치러진 총장후보 선거에서 1순위 후보자로 선정됐지만 추천위원 배정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경북대는 10월 17일 총장선거를 다시 실시해 김사열 교수가 또다시 1순위로 선정되었다. 학교 측은 교육부에 총장 임용을 제청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12월 17일 경북대에 보낸 공문을 통해 "교육공무원법 제24조 6항에 따라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귀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임용후보자를 임용제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왔다. 그러며 "귀 대학에서는 교육공무원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총장임용후보자를 재선정하여 우리 부로 추천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경북대 교수회와 학생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교육부를 비판하고 조속히 총장임용제청을 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학본부와 교수회는 임용제청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교육부는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보냈다.

결국 김사열 교수가 정보공개를 신청했지만 교육부의 답변은 없었다. 그사이 김 교수에 대한 억측이 난무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으니 모든 게 이유가 되고 악화된 소문들이 진화한다"며 "어느새 파렴치한 인물이 되어 있더라,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대는 총장 공석사태가 장기화되면서 6개월 사이에 총장 직무대리가 세 번이나 바뀌는 등 파행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학생들은 총장의 직인이 없는 졸업장을 받을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김 교수는 결국 지난 1월 21일 서울행정법원에 임용제청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를 제출하고 류수노 방송통신대 총장 1순위 후보, 김현규 공주대학교 총장 1순위 후보와 함께 공동대응에 나섰다.

지난 13일 경북대학교 생명과학부 사무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총장선거 이후 교육부의 임용제청 거부에서 행정소송에 이르기까지의 심정을 들었다. 김 교수는 헌법의 정신과 대학의 자율성을 지켜내기 위해 소송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김사열 경북대 생명공학과 교수. 총정 선거에서 1순위에 올랐지만 교육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김사열 경북대 생명공학과 교수. 총정 선거에서 1순위에 올랐지만 교육부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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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총장임명제청 거부 통보를 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총장임명제청을 거부했다는 통보를 받고 대학본부와 교수회에서 왜 거부했는지 교육부에 질의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30일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올해 1월 19일까지 아무런 회신이 없었다.

결국 서울행정법원에 임용제청거부처분 취소를 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가 자기들이 할 역할은 하지 않고 불법적인 일을 거리낌없이 한다. 교육부는 총장임명거부가 대학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알아야 한다. 법적으로 대응하라고 하는 것은 자기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본다. 교육부의 갑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임용제청거부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고 하니까 모든 게 이유가 되고 악화된 소문들이 더욱 진화되면서 퍼져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치적 이유를 떠나 어느새 파렴치한 인물이 되어 있더라. 개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교육부가 떳떳하다면 이유를 밝혀야 한다."

- 교육부가 왜 총장임용제청을 거부했다고 생각하나?
"잘 모르겠다. 시민단체연대회의 회장을 지내고 국가보안법 폐지서명을 한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민주국가에서 자기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가 총장임명 거부의 명분이 될 수 없다."

- 청와대와 교감은 없었나?
"다른 분들은 직간접적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하는데 나는 전혀 연락을 받은 적 없다. 본인에게 총장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어떤 메시지도 받지 못했다."

- 총장 선거를 두 번이나 치렀다. 재선거를 거부할 수 있었는데 거부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 총장선거를 치른 후 추천위원 배정이 잘못됐다며 다시 선거를 치르자는 주장이 나왔다. 추천위원이 공대에서 한 명이 더 들어가 규정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보로 나온 공대 교수가 2위를 했다. 선관위에 문의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큼 큰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여론몰이를 통해 다시 선거를 하도록 만들었다. 소송을 제기하고 끝까지 1순위를 고집할 수 있었지만 학교를 살리기 위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재선거에 나서게 됐다."

- 재선거를 앞두고 함인석 당시 총장이 선거규정을 바꾸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교수회가 총장선거를 다시 치르지 않고 해태하면 자신이 다시 총장을 하려고 했다. 규정을 함부로 바꾸려고 해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된 것이다. 학교의 명예와 위신이 추락하게 된 계기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다."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이 경북대 교내에 붙어 있다.
 교육부의 총장 임용제청 거부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적은 현수막이 경북대 교내에 붙어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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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선거에서 다시 1순위가 됐다.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텐데?
"나가고 싶지 않았다. 상황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나가지 않았을 경우 재선거에서 1순위를 한 후보가 법적인 보장을 받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학교를 위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해 지더라도 나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다시 1순위가 되었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 재선거에서 1순위로 선정됐지만 교육부가 임용제청을 거부하자 학내외에서 임용제청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학내외 뿐 아니라 시민단체와 언론에서도 교육부를 많이 비판했다. <오마이뉴스>에서 <조선일보>까지 모든 언론이 교육부가 지나치게 직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아직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경북대 뿐 아니라 총장 선출에 함께 한 지역 사회를 무시하는 것이다."

- 대학 일부에서는 학교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지만 교육부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경북대에 화제가 나면 불을 먼저 끄는 게 상식이지 불은 끄지 않고 눈앞의 이해관계만 따지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의 자율성이라든지 헌법의 공무를 헤치는 것은 이미 내 손을 벗어나 있다. 내가 물러나 재선정하자고 동의하기도 어렵다. 그러면 대학은 3류로 전락하고 시도민들도 경북대를 버릴 것이다.

최근 대구지방변호사회가 총장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도 우리 대학에 대한 기대감과 지역에 대한 역할 때문이지 나 개인을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일시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정도로 나간다면 장기적으로는 당당하고 가치중심적인 대학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1심은 내가 하지만 2, 3심은 교육부에 달려 있다. 공주대와 방송대에서도 모두 교육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다. 2월 말에 졸업식이 있는데 교육부는 총장 이름 없는 졸업장을 받아야 하는 학생들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교육부가 지헤롭게 정리해 주기를 소망한다."

- 교육부가 총장임명제청을 하지 않는 이유는 대통령의 의중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가?
"추정을 할 수는 있지만 교육부의 공문을 가지고 말하는 것이니까 만일 그렇더라도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 교육부가 행정절차를 잘못해 빚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도 하고 대구시 정책에도 많은 역할을 했다. 아마 60%는 대학을 위해, 40%는 지역을 위해 일을 해왔다. 그동안 시·도민들이 보내준 열정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태그:#김사열, #경북대학교, #총장임명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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