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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성장과 생식성장을 이해하면 작물관리가 어렵지 않다
 영양성장과 생식성장을 이해하면 작물관리가 어렵지 않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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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모종이 안 좋은 것인지, 많이 안 달렸어요."
"(메주) 콩잎은 많은데 빈 콩깍지만 생기고 쓰러졌어요."

농장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 텃밭 회원이 내 밭의 고추를 보면서 똑같은 품종의 고추 모종을 심었는데, 자기 것은 왜 잘 안 되느냐고 물었다. 그의 텃밭으로 가서 고추 농사가 안 된 이유를 설명해줬다.

다른 회원은 청국장을 직접 만들겠다며 콩을 심었다고 한다. 그런데 파종 줄 간격이 좁았고, 너무 웃자랐다. 사용하고 남은 퇴비가 아까워서 뿌렸고, 콩도 남아서 더 심었다고 한다. 훌쩍 자란 콩은 빈 콩깍지만 듬성듬성 달린 채, 무성한 잎줄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 있었다. 

작물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고추는 방아다리가 생길무렵에 곁순(왼쪽)을 제거해야 잘 자란다. 곁순이 제거된 Y자형태의 방아다리(오른쪽)
 고추는 방아다리가 생길무렵에 곁순(왼쪽)을 제거해야 잘 자란다. 곁순이 제거된 Y자형태의 방아다리(오른쪽)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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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물의 생육 과정을 두 가지로 나누면 양분을 섭취해 뿌리, 줄기, 잎을 키우는 영양 성장이 있다. 꽃과 열매를 키우는 영양 성장이 충족되면, 생식 성장을 통해 자손을 남기는 씨앗을 맺고 일생을 마감한다.

작물 중에는 봄부터 가을까지 영양과 생식 성장을 한 번에 마치는 한해살이가 있고, 영양 성장을 한 다음 해에 생식 성장을 하는 두해살이가 있다. 또 여러 해 동안 영양과 생식을 반복하는 다년생 작물이 있다.

다년생 작물 중에는 사계절의 기후 변화 때문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해살이하는 작물도 있다. 예를들면 고추, 가지, 토마토처럼 열매로 성장하는 가지과 채소가 그렇다. 배추, 무처럼 십자가 모양으로 꽃이 피는 십자화과 작물은 겨울을 보낸 그 이듬해 생식 성장으로 씨앗을 맺고 소멸하는 두해살이의 특징을 갖고 있다.

고추, 토마토의 과채류는 줄기와 잎을 키워가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열매에는 씨앗이 들어 있어서 영양과 생식 성장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열매가 익는 것이 먼저 진행되므로 영양 성장이며, 그다음은 씨앗을 여물게 하는 생식 성장을 한다.

영양 성장이 제대로 안됐더라도 생식 성장을 하지만, 좋은 열매와 씨앗은 나올 수 없다. 채종을 할 때에, 튼실하게 잘 자란 작물에서 씨앗을 얻어야 하는 이유도 영양 장애 없이 잘 자란 씨앗이 튼실하기 때문이다.

튼튼한 씨앗을 남기는 방법

콩잎 줄기가 5~7개 생기면 순치기를 해준다(오른쪽)
 콩잎 줄기가 5~7개 생기면 순치기를 해준다(오른쪽)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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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작물마다 다른 특징을 보인다. 배추, 상추와 같은 잎 채소류는 새로 나오는 잎을 키우기 위해 오래된 잎은 양분 흡수를 서서히 줄인다. 뿌리에서 열매를 맺는 작물도 영양 성장의 정점에 이르면 잎은 시들어진다.

반대로, 여러해살이의 특징을 가진 과채류는 지속적으로 열매(씨앗)를 늘리고 키워가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열매를 맺으려면 계속해서 양분을 필요로 하고, 기후 조건도 맞아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열매도 부실하고, 튼실한 씨앗을 남기기 어렵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작물은 스스로 영양과 생식 성장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이 인위적으로 목적에 따라 간섭을 하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양분은 분산돼 튼실한 열매와 씨앗을 얻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모체(母體)도 양분 부족으로 영양 장애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해져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씨앗이 발아돼 떡잎과 본잎으로 자라나고, 줄기가 만들어지면서 작물은 본격적으로 영양 성장을 촉진한다. 열매(씨앗)를 목적으로 하는 작물은 줄기마다 잎을 키우고,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 곁가지가 되는 곁순을 만들어 낸다.

이때, 목적에 따라 필요로 하는 곁순을 남겨두거나 필요치 않은 곁순은 제거해야 한다. 또한, 작물의 특징에 따라서 더 이상 새로운 열매를 맺지 못하게 하거나,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게 성장 줄기를 잘라주는 '순치기'도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곁순 제거나 성장 줄기를 잘라주는 일은 너무 빠르거나 늦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제 때 해야 가장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영양 성장과 생식 성장을 알고 농사를 짓는것과, 모르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다. 고추와 콩 농사가 제대로 안 된 사례가 바로 그 경우에 해당된다.

필요에 따라 자르거나 키운다

토마토는 줄기와 잎 사이의 곁순(왼쪽)을 제거하고, 영양성장이 정점에 이르면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성장줄기를 잘라준다(오른쪽)
 토마토는 줄기와 잎 사이의 곁순(왼쪽)을 제거하고, 영양성장이 정점에 이르면 더 이상 자라지 않도록 성장줄기를 잘라준다(오른쪽)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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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는 방아 다리로 불리는 곁가지에서 열매가 달리기 시작해 위로 갈수록 더 많은 곁가지가 생겨나고 열매가 달린다. 처음 하나의 줄기에서 'Y자' 형태로 곁가지가 만들어지면 그 자리에 첫 열매가 달리고, 그 아래로는 곁순이 줄기와 잎 사이에서 생겨난다. 열매(씨앗)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본능이다.

하지만, 뿌리에서 올라가는 양분은 밑에 있는 곁순과 열매에서 주로 소비되고, 위로 올라가지 못하면 작물 전체에 양분이 부족해 제대로 크지도 않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 이때, 고추 농사에서 해줘야 할 것이 방아 다리에 달린 첫 열매를 따주고, 그 아래의 곁순도 따줘야 양분의 균형을 맞추고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오랫동안 우리 음식의 장 맛을 지켜온 서리태와 백태(메주콩)는 고추와는 반대로, 곁순을 늘려줘야 한다. 성장점이 되는 맨 위의 잎줄기를 잘라주는 순치기를 하면 잎줄기가 여러 개로 분화돼 많은 콩을 달리게 한다. 순치기는 영양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한 번 또는 두 번만 한다. 여러 번 해 본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성장을 막아서 수확량이 많지 않았다.

순치기를 하는 때는 생식 성장이 시작되는 꽃이 피기 전 해야 한다. 꽃 핀 후에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콩 줄기는 자라면서 곁가지 하나에 잎이 세 장씩 달리는데, 곁가지가 5~7매 됐을 때가 순치기에 적당하다. 맨 윗줄기에서 새순이 나오는 아래의 줄기를 잘라주면 된다.

콩은 척박한 흙에서도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성장하는 작물이다. 때문에 퇴비를 주지 않거나 적게 줘야 한다. 퇴비를 많이 주거나 심는 간격을 너무 좁게 밀식하면 웃자라서 콩이 여물지 않고 쓰러지게 된다. 웃자란 콩은 순치기를 해서 쓰러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준다.

인간의 목적에 의해 선택되고 개량된 종자의 작물 재배는 선택과 집중을 요구한다. 필요한 부분은 키우고 필요없는 부분은 버리게 되는데, 작물마다 특징을 알고 제때에 해주는 것이 작물의 영양균형을 맞춰서 튼실한 열매와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영양성장과 생식성장의 이해'는 1회 순치기, 2회 물주기 편으로 연재됩니다.



태그:#영양성장, #생식성장, #고추, #방아다리, #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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