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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당시 현금 5천만원 수수, 차남 건보료 미납·탈세 의혹 등에 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추궁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진땀 뺀 이완구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 2002년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의 '차떼기 대선 자금' 사건 당시 현금 5천만원 수수, 차남 건보료 미납·탈세 의혹 등에 관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의 추궁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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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벼랑 끝에 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이 11일 이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언론 외압'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12일 예정대로 총리 후보자 인준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분위기다.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하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임시 원내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심사경과보고서) 채택 여부, 본회의 입장 여부 등 가능한 얘기가 다 나왔다"라면서 "내일(12일) 의원총회에서 전반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부동산 투기·병역·언론 외압 등 여러 문제가 많아서 국민 여론이 이 후보자에게 등 돌렸다고 생각한다"라면서 "내일 오전 의원총회에서 의견수렴을 해서 최종 결정할 것"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에 대한 인준 여부에 대한 당내 의견을 확인하면서 대응 시나리오를 짜본 셈이다. 특히 새정치연합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지난 9일 전국 성인남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이 후보자는 '낙마 대상'이었다.

이와 관련, 서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월요일(9일) 조사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52.9%였는데 화요일(10일) 조사 때는 53.8%였다"라면서 "여론의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밝혔했다.

그는 "지난 1월 2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긍정적 여론은 39%였고 부정적 여론은 20%였다"라고도 지적했다. 즉,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상승하고 있는 중이라는 얘기였다.

당 지도부도 이 같은 기류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문재인 당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표는 특히 "이미 두 번의 낙마가 있어서 이번에는 웬만하면 넘어가려 했으나 더는 그럴 수 없게 됐음을 밝힌다"라면서 "추가로 공개된 이 후보자의 녹음파일은 총리 후보자의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듣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12일 오전 예정된 인사청문특위에서부터 '행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위 청문위원들이 여기에 모두 불참하거나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수인 새누리당 청문위원만으로도 단독 처리가 가능하므로 본회의를 아예 보이콧하거나 표결에 불참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실제로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늦게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12일 일정에 '본회의'를 빼놨다.

11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사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 이완구 인사청문특위 여야 간사 11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사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유성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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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낙마하면 레임덕 현실화... '표 단속' 나선 새누리당

반면, 새누리당은 단독 인준이라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미 세월호 참사 이후 정홍원 국무총리 후임으로 내정됐던 안대희·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세번째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국정동력은 완전히 상실할 수밖에 없다.

신임 국무총리 인준 후 소폭 개각 등 후속 인사조치를 통해 추락 중인 지지율을 멈춰세우려 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구상도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청와대도 조속한 인준을 강조해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 후보자의 언론외압 녹음파일 일부가 공개된) 전날 인사청문회를 본 소감이 어떤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인준절차가 원만하게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이 후보자를 중도사퇴시킬 의사는 없다는 얘기였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12일 본회의 인준 표결'을 강조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안심보육 토론회' 참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대로 가야한다"라면서 12일 본회의 인준표결을 기정사실화했다. 유승민 원내대표 역시 같은 자리에서 "아직 야당의 입장이 안 정해져 있으니 우리는 내일 예정대로 오후 2시에 (인준) 표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이틀째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한선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 한선교 위원장에 몸 낮춘 이완구 후보자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이틀째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한선교 인사청문특위 위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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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이 국무총리 후보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만큼, 단독 본회의 처리도 준비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해외에 나가 있는 의원들의 귀국을 종용하는 문자메시지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누리당도 '단독 처리'가 부담스럽다. 당장 지난 연말 처리하지 못한 경제활성화법들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의 인준 표결 문제로 '첫 단추'를 잘못 꿰게 되면 향후 국회 운영 과정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하게 된다. 여당이 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전례를 찾기도 어렵다.


태그:#이완구, #인사청문회,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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