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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을 구분하여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하고자 할 때 흔히 쓰는 말 중에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만큼 지혜롭고, 위험한 불을 이용할 만큼 영악하며, 집을 짓고 농사를 통해 먹을거리를 스스로 생산할 만큼 관찰력과 응용력이 뛰어나다. 이런 측면에서 이 말은 옳다.

그러나 인간들이 타인을 배려할 줄 알고, 가장 좋은 해결책은 뭔지 고민할 줄 알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따져보며 매사를 행한다는 의미도 될까? 가끔은 인간이 과연 생각하는 동물인지 고민스러워 질 때도 있다. 남보다 더 잘나 보이기 위해, 남보다 더 높은 곳에 서기 위해, 서로를 짓밟고 다치게 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달려가고 있는 인간을 종종 본다.

그 때가 바로 '생각하는 동물'에 의문이 던져지는 때이다. '군중심리'라는 매서운 칼날로 죄 없는 한 인간을 '마녀사냥'에 내몰 때, 언론이라는 중독성 강한 매체를 통해 생각이 지배당할 때 그런 생각이 든다.

사소한 이유로 시작된 전쟁, 그 참혹한 현실에 질문하다

<왜?>(니콜라이 포포프 지음 / 현암사 펴냄 / 1997.01 / 9500원)
 <왜?>(니콜라이 포포프 지음 / 현암사 펴냄 / 1997.01 / 9500원)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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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이 포포프의 <왜?>는 '인간'이지만 '생각하는 동물'이 아닌 우리들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짐으로 제대로 한 방 펀치를 날려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개구리 마을과 두더지 마을의 전쟁은 정말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시작된다. 그 흔한 복수혈전도, 독재자의 계획적인 탐욕도 아니다. 바위 위에 예쁜 꽃을 꺾어 들고 미소 짓고 있는 개구리를 무작정 공격하여 자리를 빼앗은 두더지는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바위가 따뜻해보여서? 꽃이 예뻐서? 그냥 따라 해보고 싶어서? 두더지의 무표정하고 천연덕스러운 모습은 정말 "왜?", "도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리고 두더지의 행동에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는 개구리 떼의 반격은 전쟁의 시작을 선포한다.

그림책 <왜?>는 얼핏 보기에는 '사소한 욕심이 부른 전쟁의 참혹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단순히 인간의 욕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내민 그림 한 장 한 장에는 수많은 '왜'라는 질문이 들어 있다. 그림책은 이 질문을 강화시키기 위한 장치로 글 없는 그림책을 선택한다.

그림책을 보는 독자는 글로써 아무런 설명이 곁들여 지지 않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질문을 하게 된다.

"왜 개구리의 꽃을 뺏은 거니? 왜 두더지의 입장은 들어보지도 않고 두더지를 몰아낸 거지? 왜 개구리 마을을 공격한 거니? 웃는 얼굴로 전쟁을 하는 이유는 뭐니? 참혹한 전쟁 뒤에 남은 건 뭐니?"

그리고 다시 자신에게 질문하게 한다.

"왜 여기에 있니? 왜 이 일을 하고 있지?"
"왜 그를 미워하는 거니?"
"왜 가만히 있지?"

복잡한 세상살이에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하루하루를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사는 현대인들에게, 군중심리에 휩쓸려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욕심 때문에 눈멀고 귀가 먼 현대인들에게 니콜라이 포포프는 강력하게 외친다.

"왜?"

덧붙이는 글 | <왜?>(니콜라이 포포프 지음 / 현암사 펴냄 / 1997.01 / 9500원)



태그:#니콜라이 포포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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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 보물들을 찾아 헤매는 의미 탐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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