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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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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나 변호사 등 일정 기간 법조 경력을 쌓은 사람들을 판사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도입 후 지난해 처음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신규 법관을 선발한 대법원이 명단 공개를 두 달여나 미루고 있다. 판사 임용 즉시 공고하던 전례에 비춰보면 의아한 일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21일 '2015년도 상반기 법관 임용 계획'을 발표했다. 3년 이상 경력이 쌓인 법조인 가운데 새로 판사를 뽑겠다는 내용으로, 사법연수원 수료자(2011년 또는 2012년)와 함께 로스쿨 출신(2012년 졸업, 변호사시험 1회 합격자)을 선발대상에 포함시킨 첫 사례다. 일각에선 변호사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고 있어 법관 선발에 투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등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첫 로스쿨 출신 법관 선발은 법조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대법원은 블라인드 서류심사, 필기시험(로스쿨 출신만), 면접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쳐 2014년 12월 선발 절차를 마무리 지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대법원은 선발절차 종료 뒤 합격자 개인들에 임용 통지까지 한 걸로 확인됐다. 그로부터 2개월 가량 지났지만 신규임용 법관들이 누군지, 몇 명인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이번 법관 임용 절차는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경력 5년 이상 법관 임용 절차와는 차이가 크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1일 법조 경력 5년 이상(사법연수원 출신)인 법관을 임용한 즉시 명단을 공개했다. 임용 결정은 11월 초였고 한달 만에 임용과 명단공개가 이뤄졌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1월 18일 대법원에 2015년도 상반기 신규 임용 법관 명단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처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대법원은 지난 7일에서야 '비공개' 결정을 알렸다. "아직 임용인사발령이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그 명단은 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거나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이라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9조 1항 5호)"는 이유였다.

"로스쿨 출신 처음 뽑아서 의아한 것" - "첫 단추부터 확실히 해야"

대법원은 절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절차는 99% 끝났고 임용 예정 대상자 개인에겐 통보도 했지만 명단 발표는 어렵다"고 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1%는 '경력 요건'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임용 공고를 내며 로스쿨 출신의 경우 변호사시험 합격 후 수습기간을 포함한 '경력 3년' 기준일을 2015년 7월 1일로, 사법연수원 출신은 군 법무관 임관일을 기준으로 한 4월 1일로 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 요건을 채우기 전에 임용 여부를 확정할 수 없어서 명단을 발표하기도 어렵다"며 "로스쿨 출신을 뽑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 의아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요건 충족'을 기다린다는 대법원의 설명은 뒤집어보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을 미리 뽑아 놓고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합격 통보부터 임용까지 시차가 크지 않은 기존 선발방식에 비춰 볼 때, 임용 예정 통보 후 임용 확정까지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것도, 그 때까지 누가 합격했는지 공개되지 않는 것도 이례적이다. 결국 2015년도 상반기 법관 임용 대상자 명단이 장기간 비공개 상태로 유지되자 공개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번 법관 임용 예정 대상자들도 기존처럼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11일 대법원에 명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들은 비슷한 이유로 2014년 4월 법무부의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명단 비공개결정을 취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행정법원 14부·부장판사 차행전)는 지난 1월 원고 승소판결을 했다. 서울변호사회는 이번 정보공개청구도 비공개결정이 날 경우 법정싸움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한규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학생도 일단 합격자 명단은 다 발표한다"며 "'3년 경력 요건'문제를 떠나 명단 공개는 일단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대법원이 사기업도 아니고, 법관 임용이 사기업에서 직원 뽑는 일도 아니다"라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판단하는 법관을 이런 방식으로 선발하는 일이 납득가질 않는다, 이건 올바르지 않다"고 했다.

김 회장은 법관 임용 절차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번 임용과정은 서류심사와 법률서면 작성 평가, 실무능력·법조윤리 면접, 인성검사 등으로 이뤄졌는데 그 세부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법관을 폐쇄적인 (비공개) 면접으로만 뽑는다면 그만큼 법원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선발할 수 있다"며 "(윗선) 말 잘 듣는 판사만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앞으로 (불투명하고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법관 임용방식이) 더 심해질 것 같다"며 "첫 단추부터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태그:#대법원,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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