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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망설였다. 객관적이고 공익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상술'에 말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몇 번을 고민하다가 소개하기로 했다. 인천지하철1호선 간석오거리역 8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오른편 건물 2층에 '치유(chee U)카페'가 있다.

고급 원두커피부터 다양한 음료를 싼 가격에 즐길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1만 원이면 여섯 가지 힐링서비스를 제공받고 음료 한 가지를 마실 수 있다. 오원희(46) 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1만원의 행복

오원희 사장
 오원희 사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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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족욕: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피로회복과 다이어트에 탁월한 효과. ▲ 산소존(zone): 아토피 피부염 개선, 노화 방지, 활성산소 제거, 체지방 분해. ▲ 전신운동: 체지방 감소,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셀룰라이트 생성 억제. ▲ 음파반신욕기: 피부 관리, 피로 회복, 운동효과, 피톤치드 원적외선 사우나. ▲ 손마사지: 혈액순환 원활, 손 부위 통증 완화, 장기기능 강화, 신경 안정. ▲ 발마사지: 전신피로 완화, 혈액순환 원활, 노폐물과 독소 배출.

카페 안에 여섯 가지 서비스의 효능을 설명해놓았다. 서비스 중에 어느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물으니, 오 사장은 잠시 망설이더니 두 가지를 추천했다.

"손·발마사지는 족욕 후에 하는 게 좋아요. 20분 정도 아로마 향을 탄 족욕 통에 발을 담그면 노곤해지거든요. 그리고서 손·발마사지를 하면 더 효과가 좋습니다. 코스가 정해진 건 아니지만 되도록 음파반신욕기를 하고 족욕을 한 후 손·발마사지, 전신진동기, 산소방 순서로 즐기면 더 좋습니다."

산소방 30분, 족욕과 음파반신욕기 20분씩, 전신진동기 10분, 손·발마사지 함께 10분으로 여섯 가지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면 한 시간 반이 소요된다. 손님 취향에 따라 조금 더 요구하는 서비스는 대기자가 없는 이상 재량껏 시간을 더 주기도 한다.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받으면 모두 1만 2000원을 지불해야하는데, 풀코스를 선택할 시 1만원에 여섯 가지 서비스와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

힐링이 되는 행복, 함께 나누고파

 힐링존 부분. 창가에는 손ㆍ발 마사지기가 있다.
 힐링존 부분. 창가에는 손ㆍ발 마사지기가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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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사장은 예쁜 카페를 찾아다니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인천은 물론 서울 근교와 수도권 지역이면 조금 먼 거리도 찾아가 즐거움을 만끽한다.

남동구 간석동에 사는 오 사장은 우연히 이곳 카페에 들렀다. 카페 분위기도 좋았지만 서비스를 받으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실제로 몸의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아 단골이 됐다. 2013년 8월에 오픈한 이 카페의 원래 사장은 사업의 확장을 위해 다른 사장을 물색하는 중이었고, 본인 표현대로 경제적 개념이 전혀 없던 오 사장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기가 해보겠다고 단숨에 결정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모두 따뜻한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자신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힐링하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 겁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여기를 찾고서 치유됐으면 좋겠다는 오 사장은 그래서 '치유'라는 카페 이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1층에서 계단으로 2층을 오르면 오른쪽에는 차를 마시는 카페가, 왼쪽에는 힐링존이 따로 있다. 음료만 원하면 오른쪽 카페로 입장하면 되고, 각종 힐링 서비스와 음료를 원하면 카페 카운터에서 계산한 후 왼쪽으로 이동하면 된다.

오 사장은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힐링존을 찾는 고객들의 안내를 본인이 맡는다. 각종 서비스의 효과를 설명하고 혼자 온 손님에게는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감동 받는 손님과 감동하는 사장

산소방 의자에는 적외선으로 좌욕을 할수도 있다.
 산소방 의자에는 적외선으로 좌욕을 할수도 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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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손님이 98%를 차지하는 이곳, 가끔 남성 손님도 찾아온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몇 분 있는데, 어떤 아들 두 분이 부모님을 모시고 온 적이 있어요. 네 명이 풀코스를 선택했는데,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어요.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셔서 화해하시라고 아들들이 모시고 왔더라고요. 산소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족욕을 하면서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발을 씻겨주는 이벤트를 하고 나니, 분위기가 온화해졌어요. 나중에는 모두 행복한 얼굴로 웃으면서 나가셨습니다."

기억나는 또 다른 손님으로, 휴가 나온 군인이 여자 친구와 이곳을 찾은 다음 날 그 군인이 부모님을 모시고 온 사례도 들려줬다. 또, 한번은 남녀커플이 왔는데 남자에 비해 별로 마음을 안 주는 여자 친구가 남자의 족욕 이벤트(발 씻겨주기)로 감동을 받아 결혼까지 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젊은 분들도 많이 이용하지만 40~50대 중년 여성이 많이 찾아옵니다. 그들이 마음 편히 수다 떨고 놀 만한 장소가 별로 없잖아요.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마음 터놓기가 쉽지 않은데 힐링 서비스를 받으며 이러저러한 얘기를 나누다보면 서로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기기를 통한 힐링도 좋지만 마음의 힐링이 되는 거 같아요."

전북 무주가 고향인 오 사장은 남편 직장을 따라 20여년 전에 인천에 왔다. 시간이 날 때마다 남편과 자녀들과 여행 다니기를 좋아하는 그녀는 인천에는 갈 곳이 많아서 좋다며 치유카페가 인천시민들한테 좋은 장소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열성적인 단골은 영업에 도움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기도 한단다.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치유카페 살리기 대책위원회'를 결성해야한다고, 장삿속이 밝지 못한 주인장을 대신해 이곳을 활성화해야한다고 난리란다. 그래서 그녀는 행복하다. 그 행복이 손님들에게도 감염되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치유카페, #오원희 사장, #힐링존, #족욕, #손발마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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