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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 잘못된 길을 가면 바로 잡는 사람이 기자입니다.(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 국민이 '기레기'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부터다. 물론 언론의 문제적 보도는  그 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각 방송사에 낙하산 인사를 사장으로 임명하고, 이에 대항하는 언론인들을 숙청했던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이영광 기자는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해직 언론인들을 비롯해 언론계 인사들을 만났다. 그는 권력의 방송 장악에 맞선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알려왔다. 최근 5년 동안 언론인들을 가장 많이 만나 인터뷰한 사람이 바로 이영광 기자다. 그의 인터뷰 궤적은 언론 불신의 시대, 진짜 기자와 언론인들을 찾아 나선 여정이었다.

지난 2009년 2월, 첫 인터뷰 기사를 쓴 이영광 기자는 지난 2014년 2월 17일, 100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꼬박 5년이 걸렸다. 그러나 100번째부터 200번째 인터뷰를 하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를 위해 전북 전주에서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울까지 1주일에 1번씩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의 장애는 불편이 아닌 작은 차이에 불과했다(연재 바로가기: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그리고 그 열정이 사람들을 움직인 걸까? 그가 작년에 만난 100명의 인물들의 면면이 대단하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부터 김현정 CBS PD,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세월호 유가족까지…. 200번째 인터뷰를 마무리한 그를 만나 그간의 소감을 들어봤다.

"세월호 보도 문제점, 언론인에게 들은 건 제가 처음이에요"

- 지난 1년 동안 100여 차례의 인터뷰 기사를 작성했어요. 작년에 부쩍 인터뷰 기사가 늘어난 느낌이 들어요.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작년에는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인 큰 사건이 있었고, 많은 문제들이 나타났잖아요. 특히 언론은 '기레기'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는데, 제가 주로 언론 문제를 다루다 보니 세월호 참사에서 나타난 언론의 문제를 취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인터뷰를 무척 많이 했어요.

그리고 작년에 100번째 인터뷰를 했을 때,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언론을 넘어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길 바란다고 하셨어요. 그때는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인터뷰라는 것이 그 분야를 파악하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뷰 범위가 넓어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더 노력할 거예요."

2009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기 시작한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가 200회를 넘겼다. 전북 전주에 살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는 인터뷰를 위해 3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까지 1주일에 1번씩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2009년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되기 시작한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가 200회를 넘겼다. 전북 전주에 살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는 인터뷰를 위해 3시간 넘게 걸리는 서울까지 1주일에 1번씩 오가는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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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많은 이들을 만났잖아요. 이 기자는 세월호 참사의 여러 문제 중 어떤 점을 보고 싶었나요?
"세월호가 침몰하고 초반에 언론들이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잖아요. 당시 저는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를 만나서 세월호 보도에 대한 문제점을 들었어요(관련기사: "세월호 침몰 언론보도, 준비 안 되었다는 느낌"). 김 교수는 한국 언론들이 쏟아지는 정보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정서적인 보도에 치중하며, 왜곡보도가 남발한 점 등을 짚었죠. 재난보도가 처음이 아닌데 준비가 안 된 느낌을 받았다는 김 교수의 지적에 (이런 인터뷰가) 한 번으로 끝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언론보도에 대해 학계와 언론노조, 민주언론시민연합, 기자협회 등 여러 언론단체들을 만났습니다. 참사 당시 진도와 팽목항, 진도체육관에 있었던 기자들도 만났어요. 연륜이 있는 언론인에게도 세월호 보도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인터뷰했어요. 총 9명을 만났습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 언론 중 세월호 보도의 문제점을 각계각층을 만나 심층적으로 살핀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아요."

- 지난 1년, 이 기자의 인터뷰는 주제는 크게 두 축이 있었던 것 같아요. 세월호와 현재 한국 언론의 위치로 나눠봤는데, 이 두 가지 주제로 만난 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나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은 현장에 있었지만 그 현장을 진실되게 전달하지 못했어요. 저는 세월호의 민낯을 보고 싶었어요. 현장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가족은 모두 5명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현장과 언론을 통해 본 현장은 달랐어요. 저는 4월 16일에 거기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와 함께 희생자 부모님 중 아버지가 느끼는 아이와 어머니가 느끼는 아이가 다르고 그 차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어요."

"'무도' 김태호 PD와 손석희 사장, 문재인 의원 만나고 싶다"

- 지난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인터뷰 기사도 좋아요.
"저도 인터뷰를 하면 꼭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인데, 막상 질문을 받으니 답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꼽자면 세월호 희생자 중 한 명인 예은 학생의 어머니와 만남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관련 기사 : "유가족 전체가 사회로부터 왕따 당하는 것 같다") 인터뷰 시간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인터뷰가 시작되자 어머니가 많이 우셔서 그것을 보며 저도 감정을 제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저도 같이 울면 인터뷰가 이상할 것 같아서 꼭 참고 인터뷰를 했어요."

- 올해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JTBC 손석희 사장,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만나고 싶어요. 올해 <무한도전> 10년이 되는데 그 10년에 대해 듣고 싶어요. 10년 동안 같은 멤버로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지금의 MBC 상황에 대해서도 어떻게 보는지 듣고 싶죠. 가장 큰 이유로는 제가 굉장한 무도 팬이기도 하고요.

손석희 사장은 많은 언론인에게 롤 모델이라서 그의 언론관과 지금 언론의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듣고 싶어요. 종편 갈 때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당시 기분도 듣고 싶고요. 문재인 당 대표를 만나면 그의 입을 통해 정치 현안 문제를 듣고 싶어요."

-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요?
"김무성 대표 쪽에서 거부하지 않을까요? 만약 김무성 대표도 'OK'만 한다면 언제든 인터뷰를 할 수 있어요."

이영광 시민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녹음기와 사전 질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발음과 손놀임이 불편하지만 인터뷰 대상자와의 질문과 답변은 어느 인터뷰 못지 않게 집중도 높게 진행된다.
 이영광 시민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녹음기와 사전 질문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발음과 손놀임이 불편하지만 인터뷰 대상자와의 질문과 답변은 어느 인터뷰 못지 않게 집중도 높게 진행된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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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서 돌직구 같은 질문 던지는 기자가 될게요"

- 인터뷰한 언론인 중에는 MBC와 YTN 등 대표적인 언론 탄압 현장에 있는 이들도 있었어요.
"YTN 해고 등의 문제는 제가 본격적으로 인터뷰 기사를 쓰기 전의 일이라 신경을 못 썼습니다. 하지만 MBC는 제가 좋아하던 방송사였고, 2012년 파업부터 취재해서 할 이야기가 많아요. 최근에는 권성민 PD가 해고됐잖아요. 지금의 MBC 상황을 보여주는 거죠.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인터뷰를 적어도 30회 넘게 한 것 같아요. 그때 만난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징계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우연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요. 제 인터뷰도 영향을 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MBC 사람들은 인터뷰 제의를 하기가 조심스러워요."

- 이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언론 탄압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나요?
"제가 생각하는 언론은 정권의 홍보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지금은 문화체육관광부에 통합된) 국정홍보처에서 할 일이죠.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견제해야 정권에게도 도움이 되죠. 예를 들면 과거 민주정부 10년(김대중-노무현)에 대한 평가에 조중동의 영향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시 조중동은 무조건 민주정부를 공격했어요. 그러다 보니 무슨 정책을 펴거나 홍보를 하더라도 당시 정부는 몇 번이든 점검을 하고 내보냈을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것이 없잖아요. 이명박 정부도 자기 마음대로 정책을 펼치다 보니 지금 그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어요. 박근혜 정부도 지지율이 20% 대로 내려왔는데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니까 벌어진 현상이라고 봐요. 언론이 바로섰다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나 세월호 참사 이후 무능한 정부의 행태들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언론이 비정상으로 가면 그에 대한 피해는 국민들도 받고 정부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어떤 기자가 되고 싶나요? 예전에 대학생 기자들 앞에서 강연을 할 때, 기자는 예언자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네요.

"사람들은 예언자라고 하면 미래 일을 말하는 점쟁이 정도로 생각을 하지만, 당시 저는 시대를 분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자는 예언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예를 들어 이스라엘 다윗 왕 시절에 나단이라는 선지자가 있었어요. 그는 왕이 신하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것에 대해 왕 앞에서 통렬히 비판했고, 결국 왕도 잘못을 뉘우쳤죠. 지금 기자가 할 일은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권력이 잘못된 길을 갈 때 옳은 길을 가도록 하는 것이 기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 200번째 인터뷰를 넘겼어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작년에 100번째 인터뷰 기사를 썼는데, 5년이 걸렸어요. 이번에는 1년 만에 100번째 인터뷰 기사를 했어요. 목표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었어요. 박순찬 화백이 인터뷰(관련 기사 : "박순찬 화백이 꼽은 최고의 '장도리'는...")에서 '하루하루 마감 하다 보면 어느덧 1년이 지나고 그게 쌓여 어느덧 20년'이라는 말을 했어요. 200번째 인터뷰도 어쩌다 보니 왔는데, 독자들이 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도 돌직구같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질문들을 던져서 독자들 마음을 시원하게 하도록 노력할게요."


태그:#이영광 시민기자, #인터뷰, #시민기자, #저널리즘, #세월호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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