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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 마인드프리즘 본사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마인드프리즘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 문화연대, 공익단체바로세우기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5일 오전 11시 마인드프리즘 본사 앞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마인드프리즘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보건의료노조, 문화연대, 공익단체바로세우기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주최한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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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6일 오전 9시 54분]

계약 직원 해고를 놓고 노사 갈등을 빚고 있는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 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손을 잡았다. 계약 직원 김미성씨 해고 이후 1인 시위를 이어 오던 마인드프리즘 노조의 첫 기자회견에 시민단체도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지부장 박세영)는 5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인드프리즘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상급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간부뿐 아니라 문화연대, 공익단체바로세우기 시민사회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 대표까지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원영진 보건의료노조 서울본부 사무국장은 "마인드프리즘 지부 자체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노조지만, 마인드프리즘이라는 기업이 갖고 있는 파장을 생각해 많은 분이 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취지 발언에 나선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상처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야 한다던 마인드프리즘에게 경영 위기의 실체 또한 숨기지 않고 드러내야 해결된다고 말하고 싶다"며 "마인드프리즘의 치유는 해고를 철회하고, 노사와 시민 사회가 함께 마음을 모을 때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장동엽 공익단체바로세우기모임 회원 역시 "단순 일반 기업이 아닌, 시민사회의 몇 안 되는 소중한 자산인 마인드프리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이 분노하고 있으며 더는 좌시하지 않고 마인드프리즘지부와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발언했다.

마인드프리즘 노조 "'치유' 표방하는 회사가 직원은 치유할 의지 없어"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와 시민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와 시민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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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선 마인드프리즘지부 사무장은 "일반 기업도 이렇게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대한다면 시민 사회가 함께 해야 한다"며 "마인드프리즘이 치유해 온 현장이 곧 시민 사회고, 그들과 공동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더욱 집중해주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노 사무장은 "시민 사회 또한 마인드프리즘이 무너지면 너무나 많은 사람이 함께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 소외 받은 사람들의 심리치유를 맡아온 마인드프리즘의 노사 갈등은 계약 직원 김미성씨와 이아무개씨가 해고되며 극에 달했다. 조합원들은 사측이 애당초 계약 직원들과 1년 계약을 맺을 때는 "명시된 계약 기간은 크게 신경 쓰지 말라"며 정규직이나 다름없다고 해놓고 지난해 말 돌연 계약 직원 두 명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마인드프리즘은 이미 지난해 7월경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 28명 중 8명이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이마저도 '권고 사직'으로 하려던 것을 직원들 만류로 '희망 퇴직'으로 바꾼 것이었다. 계약 직원 해고 통보에 맞서 직원 10명이 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사내 대자보를 붙이자, 사측은 직원들에게 경고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지난해 12월 노조를 만들어 사측과 대화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한 교섭 창구 단일화 이후에 면담을 갖겠다고 고집했다. 대화가 미뤄지는 사이 지난달 16일 김미성 조합원이 계약 종료로 해고됐다. 이에 조합원들은 지난달 22일부터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왜 희망퇴직 때 안 나갔냐"고 조합원 압박... 사측 행태 고발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교섭 과정에서 보인 사측의 배타적인 행태들을 고발했다. 박세영 마인드프리즘지부장은 마이크를 넘겨받은 뒤에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경영진에게 사람을 자르기 전에 얼마나 노력을 했느냐, 왜 이 모든 책임을 다 직원들이 져야 하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나가라'였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개인적인 글과 의견 게시 금지령, 10분 이상 자리를 비울 경우 결과를 보고하는 시스템, 분 단위로 작성해 제출하는 업무 일지까지 직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비민주적 행태들이 지금 마인드프리즘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수차례에 걸쳐 대화와 면담을 요구했지만, 매번 사측이 다른 이유를 대며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마인드프리즘 사측과 노조는 두 번의 단체 교섭을 진행했으나, 현재까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노조 요구는 ▲ 계약 직원 해고 철회 ▲ 노사 간 소통 협의체 구성 ▲ 경영 위기의 실체를 밝히고 노사 상생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 지부장은 "'(계약 직원의)복직이 어렵다면 계약을 연장해 함께 자구책을 마련해 보자'고 요구했으나 이번에도 돌아온 대답은 '안 된다'였다"고 주장했다. 마인드프리즘 사측은 해고된 계약직에게 3개월분의 임금을 위로금 명목으로 보상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노조에서 대신 3개월간 일하며 대안을 함께 고민해 보자고 역제안했지만 이마저도 거부 당했다. 이 밖에도 노조원들은 임원진이 계속해서 노조를 폄하하고 비아냥거리는 발언을 하는 등 배타적인 분위기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해고된 마음 치유사 "현실을 몰랐던 나를 질책해 달라"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와 시민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사용된 소품으로, 해고자 김미성씨와 딸이 만든 찰흙 인형이 다리가 비틀어진 의자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보건의료노조 마인드프리즘지부와 시민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사용된 소품으로, 해고자 김미성씨와 딸이 만든 찰흙 인형이 다리가 비틀어진 의자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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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회사가 구조 조정의 근거로 밝힌 '경영상의 어려움'이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계약 직원들이 맡고 있던 워크숍 사업을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없애려고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미선 사무장은 "해고가 일어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인데 우리 직원들은 납득할 수가 없다"며 "해고 이전에 해야 할 노력을 다 했는지, 의혹은 없었는지,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 해고를 철회하라는 것, 직원들을 믿고 회사가 소통을 시작해 달라는 것"이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해고된 김미성 조합원도 참석해 "그동안 수많은 해고노동자들을 위로하고, 부당한 노동 현실을 안다고 말해왔으면서도 막상 이 곳에 서보니 그동안은 알지 못했다는 걸 느낀다"며 "이제껏 일해 오며 몰랐던 노동의 현실, 우리의 현실을 왜 이제야 알았느냐고 질책해 달라"고 말했다. 김 조합원은 "질책받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장 앞에 마련된 다리가 휘어진 의자와 찰흙 인형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김 조합원이 딸과 마인드프리즘 프로그램을 하며 만든 인형이었다. 그는 인형을 가리키며 "나와 딸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순간을 찰흙으로 형상화해 빚은 것"이라 말하고 "앞으로 한 분, 한 분 만날 때마다 그분들의 마음을 (인형을 빚듯) 이 두 손으로 보듬는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또 휘어진 의자에 대해 "우리의 불안한 노동 현실이 부러진 의자와 같다"며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이 현실을 똑바로 세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관심과 자책, 응원을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어진 기자회견문 낭독 내내 인형을 손에 쥐고 고개를 떨군 모습이었다. 끝내 김 조합원이 눈물을 흘리자 참가자들은 서로를 안으며 위로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에는 마인드프리즘 노사 3차 협상이 진행됐으나 별다른 진전 없이 끝이 났다. 노조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보자"며 자료를 추가로 요구하고 단체협상요구안을 제출했을 뿐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노사간 합의는 오는 12일 4차 협상으로 미뤄지게 됐다.


태그:#마인드프리즘, #보건의료노조,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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