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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의 시·군 순방이 사실상 마무리되었다. 지난 1월 12일 진주 방문을 시작으로 2월 4일 고향인 창녕 방문까지 마쳤다. 3일 예정되었던 고성 방문은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때문에 연기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7일 "차기 대통령 선거 출마를 준비하겠다"며 대권행보를 공식화한 뒤 시군 순방에 나서 관심을 모았다. 경남도는 홍 지사의 시군 순방 보도자료에서 처음에는 '대권 행보 공식화'라고 했다가 이후 이 문구를 빼기도 했다.

경남도는 최근 홍준표 지사의 시군 순방 계획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권 행보 공식화'라고 표현했다.
 경남도는 최근 홍준표 지사의 시군 순방 계획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권 행보 공식화'라고 표현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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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이번 순방과 관련, 경남도는 "미래에 대한 비전을 도민과 함께 공유하고 주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여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도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연 그랬을까?

이번 순방에서 홍 지사는 함양·산청이 경쟁하는 지리산 케이블카를 공동 추진하도록 하거나 남부내륙철도와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으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번 순방은 성과보다 갈등이 더 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비난 발언 쏟아내며 "나에게 갑질하지 말라"

홍 지사는 시군 순방 첫날부터 같은 새누리당 소속 국회의원들을 비난했다. 지난 1월 12일 진주시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홍 지사는 김재경(진주을)·박대출(진주갑) 의원을 공격했다.남부내륙철도와 진주의료원·서부청사에 대한 견해 차이가 이유였다.

홍 지사는 두 국회의원에 대해 "도에서 여는 행사에 초청하지 않겠다"거나 "도움이 안 되고 도움을 받아 본 적도 없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 "말이 안 되는 엉뚱한 주장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에 두 국회의원은 발끈했다. 김재경·박대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홍 지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거나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선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홍 지사가 곡해", "홍 지사의 주장은 처음부터 성립하지 않는 어불성설" 등의 표현으로 반박했다.

급기야 새누리당 경남 지역 국회의원 14명(조현룡 국회의원은 구속으로 제외)은 홍 지사의 진주 방문 다음 날인 1월 13일 공동성명을 냈다. 이들은 홍 지사에 대해 "화합을 저해하고 지역갈등과 분열을 초래, 도민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중히 당부한다"고 '충고'했다.

그럼에도 홍 지사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1월 22일 거창 방문 때 남부내륙철도와 관련해, 홍 지사는 "이 철도는 TK(대구경북) 세력이 공약하고 추진한 사업인데 (경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엉뚱한 소리로 지연시키고 있어 조용히 있으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저는 중앙에서 당대표까지 한 사람인데 그 분들이 갈등의 상대가 됩니까"라거나 "과거에는 국회의원과 도지사가 갑·을 관계였다", "나에게 갑질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홍 지사의 발언은 아직 노선이 확정되지 않고 있는 남부내륙철도와 관련해 홍 지사와 다른 주장을 했던 김재경 의원과 여상규 의원(사천남해하동)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교육청 불용예산으로 무상급식 가능"... 교육청 '반발'

이번 시군순방을 하면서 홍 지사는 특히 무상급식 문제와 관련해 많은 발언을 쏟아냈다. 지난해까지 경남지역 학교 무상급식은 경남도청, 경남도교육청, 시군청이 분담해 왔다. 그러나 홍 지사와 경남 지역 모든 시장군수들은 올해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도민과 대화' 때 이와 관련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홍 지사는 경남도교육청의 책임론을 폈다. "교육청 불용예산으로 무상급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홍 지사는 "경남도는 340만 도민들을 위해 온갖 것을 다하고도 (1년 예산이) 7조 원인데 도교육청은 초중고 40만 명 학사 관리를 하는 데 4조원을 쓴다, 매년 평균 1300억 원의 교육청 불용액으로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남도교육청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헌욱 경남도교육청 관리국장은 지난 1월 2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홍 지사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리국장은 "올해 예산 3조9632억원 중 경직성 경비인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68.9%인 2조7314억 원에 달하고, 전국 시·도교육청의 재정 상황이 열악해 긴축예산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누리과정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도와 시군의 지원이 없으면 (경남도교육청은) 무상급식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 없는 유일한 교육청이 된다"고 밝혔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홍준표 경남지사와 박종훈 경남도교육감.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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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교육감은 1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 지사에 대해 "아무 데서나 아무 말이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홍 지사께서 요즘 시군 순방을 하시며 급식비는 교육청 불용액으로 하라신다, 남의 살림까지도 걱정을 해주시니 고맙기는 하지만 본질은 이거다, 다른 시와 도는 다 계속 지원하는데 우리 경남만 급식비 지원을 끊어서 시작된 문제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쪽 불용액은 시군을 합해 우리보다 스무 배나 더 많다"고 밝혔다.

'건방지게' '거짓말쟁이' '탄핵사유' 등 발언 논란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비하 발언' 논란으로 이어졌다. 성기홍 김해교육장은 1월 28일 김해시장실에서 열린 기관장 환담 때 홍 지사로부터 "건방지게 말을 자르고"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김수상 남해교육장은 "홍 지사가 1월 27일 남해 방문 때 '교육자는 모두가 거짓말쟁이 아니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이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건방지게'라는 표현에 대해, 김해시도 보도자료를 통해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다"며 홍 지사 편을 들었고, 같은 자리에 있었던 일부 경남도의원들도 같은 주장을 했다. 그런데 동석했던 다른 경남도의원은 홍 지사가 '건방지게'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또 '거짓말쟁이' 발언에 대해서도 홍 지사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녹취록도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공개한 남해 방문 당시 녹취록을 보면 "교육자는 모두가 거짓말쟁이 아니냐"는 문장은 없지만, 홍 지사는 '거짓'이라거나 '교육자적 양심'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나온다.

비하 발언 논란과 관련해, 박종훈 교육감은 '경남판 워터게이트'라 비유하며 공세를 폈다. 박 교육감은 지난 2일 "최근 홍 지사와 우리의 거짓말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진실게임이라고 말씀드리기에는 너무 가볍다, 그들이 거짓말로 우리를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있다"며 "이번 진실 공방이 경남판 워터게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육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홍 지사는 지난 3일 통영 방문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는 "교육 관계자들의 그러한 발언이 적법한지 의문스럽다, 공무원들이 집단행위를 하면 그것이 적법한지 기자들이 따져봐라"고 말했다.

홍 지사가 언급한 '공무원들의 집단행위'는 경상남도 시·군교육장협의회가 지난 1월 29일 창원교육지원청에서 했던 기자회견을 말한다. 이 자리에서 교육장들은 홍 지사의 '건방지게' 발언 등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또 홍 지사는 박종훈 교육감에 대해 '탄핵 사유'라는 표현까지 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월 27일 하동 방문 때 "집행기관은 의회에서 예산 심의를 확정하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못하겠다고 하면 교육감직을 내놓아야 한다, 탄핵 사유 아닌가"라고 말했다.

'탄핵 사유' 발언에 대해 박 교육감은 공식 대응하지 않고 있다. 규정상 선출직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지방의원은 '탄핵' 대상이 아니고, 주민소환 대상이다. 주민소환도 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 등의 임기가 만 1년이 지나지 않았거나 임기 종료 1년 이내일 경우 소환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고, 박 교육감은 아직 임기 1년이 되지 않았다.

"민심 듣기보다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월 12일부터 2월 4일까지 17개 시군 순방을 마쳤다. 사진은 홍 지사 함양군청을 방문했을 때 모습.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1월 12일부터 2월 4일까지 17개 시군 순방을 마쳤다. 사진은 홍 지사 함양군청을 방문했을 때 모습.
ⓒ 함양군청 김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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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의 시군 순방에서는 학부모와 시민교육단체들이 항의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하동, 함양, 거창 방문 때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을 열거나 피켓시위 등을 통해 '무상급식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하동 주민들은 거리에서 "내가 준표 내놔"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또 거창에서는 학부모들이 홍 지사의 면담을 요구하며 차량을 잠시 막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거창군은 학부모 등 20여 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와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홍준표 지사의 시군 순방을 평가하며, <경남도민일보>(2월 4일자)는 사설을 통해 "홍 지사의 화법은 자주 말썽을 빚어왔다, 국회의원으로 저격수 노릇을 할 때야 그럴 수도 있었겠다, 지금은 도정의 책임자 아닌가, 홍 지사를 지지하지 않는 도민들에게 폐부를 찌르며 상처 입히는 발언을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정치지도자로 계속 성장하고 싶다면 안하무인식으로 도민의 마음을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도민이 지사의 부하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충고했다.

김지수 경남도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4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홍 지사의 언행을 보면 자기 마음대로다, 민심을 듣기보다 자기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하 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역시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보니, 조선시대 수령이 들어와서 그 지역을 사유화 시키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행정의 사유화도 있지만, 특히 개인의 생각까지도 자기 기분에 맞게 사유화시키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비판했다.


태그:#홍준표 경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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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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