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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30일 오후 9시 9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측)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좌측)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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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서부지방법원 303호 법정, 이따금 목소리가 떨리고, 얼굴이 빨개졌던 김아무개 승무원은 끝내 울먹였다.

"저는 사실… 회사에 복귀하느냐 안 하느냐 문제로 (법정에) 왔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사실 복귀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원하는 것은 명예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이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2차 공판(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오성우)에 증인으로 나온 그는 문제의 마카다미아를 조 전 사장에게 가져다준 승무원이다. 이후 '땅콩회항'사건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김 승무원은 대한항공이 교수직을 제안하며 위증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재판부의 직권으로 증인 채택된 김 승무원은 30일 법정에서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위증 논란'에 억울함 토로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12월 중순경 회사 관계자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 저희 어머니에게 '(조 전 부사장의) 사과를 받아준다면 교직의 기회가 있지 않겠냐'고 얘기했다고 전해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었고, 조 전 부사장을 피해서 4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김 승무원은 너무 무섭고 불안해서 박창진 사무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조언을 구했다고 했다. 그런데 박 사무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교수직 제안을 받고 위증을 했다고 주장하는 바람에 본인 사진과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퍼졌고, '위증한 여자'로 낙인찍혔다고 말했다. 김 승무원은 "이제 회사 복귀는커녕 무서워서 밖에도 못 나가는 신세가 됐다"며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검찰에서 위증한 바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땅콩회항' 당시 상황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2014년 12월 5일 0시 43분 뉴욕에서 출발한 대한항공 KE086편 항공기 안, 김 승무원은 1등석에 앉아 있는 조 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봉지를 뜯지 않은 채 가져갔다. 조 전 부사장은 "이렇게 서비스하는 게 맞냐"고 물었고, 매뉴얼대로 했다는 김 승무원에게 "즉시 서비스 매뉴얼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아직 화가 나진 않은 상태였다.

김 승무원은 "제게 상황을 전달받은 박창진 사무장이 갤럭시탭과 매뉴얼 파일철을 들고 조 부사장에게 갔는데 갑자기 큰소리가 들렸고 저를 불렀다"며 "(가보니) 박 사무장이 무릎을 꿇고 있었고, 저도 옆으로 가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 그는 "조 부사장이 파일철을 제 얼굴 앞에서 흔들며 '매뉴얼을 찾아봐라, 어디다 대고 사무장 시켜서 갤럭시탭을 찾아오게 하느냐'고 했다"며 "해당 매뉴얼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찾는 시늉을 했다"고 증언했다.

"출입문 쪽으로 밀치고 파일철 던지면서 내리라고 소리쳐"

일명 '땅콩리턴' 논란을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 취재진이 준비한 포토라인으로 걸어오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고 말했다.
▲ 모습 드러낸 조현아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 일명 '땅콩리턴' 논란을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도착, 취재진이 준비한 포토라인으로 걸어오고 있다. 이날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겠습니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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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조 전 부사장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조 전 부사장이 저를 일으켜 세우더니 (3~4미터 떨어진) 출입문 쪽으로 밀쳤고, '내리라'고 소리쳤습니다. 제게 파일철을 던져 가슴에 맞기도 했습니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상황을) 다른 손님과 승무원들이 볼 수 없도록 1등석 쪽에 커튼을 친 뒤 계속 제게 내리라고 지시했습니다. 창문으로 바깥 상황을 봤더니 비행기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조 전 부사장도 (창문) 밖 상황을 볼 수 있는 위치였습니다."

김 승무원은 박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린 과정은 잘 모른다고 했다. '이미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섰다'고 한 박 사무장에게 조 전 부사장이 "어디다 대고 말대꾸야!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소리지른 일은 자신이 짐을 챙기러 갔을 때 벌어진 것 같다는 이유였다. 다만 "박 사무장이 갤럭시탭에 매뉴얼이 있다고 했는데 거기에 없어서 기본도 모르는 승무원이라고, 매뉴얼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생각해서 내리라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승객일 경우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은 기내 난동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 객실 담당 여아무개 상무는 김 승무원에게 매뉴얼 위반으로 경위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김 승무원은 "그 매뉴얼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는 있지만, 여러 승무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제가 했던 방법대로 서비스하고 있었다"며 "1등석에서 4년 정도 서비스 하는 동안 (미개봉상태로 마카다미아 봉지를 제공하는 일이) 매뉴얼 위반이라고는 생각 못했다"고 얘기했다.

'쏘리'라고만 했던 조현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김 승무원은 조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여 상무와 김아무개 국토교통부 감독관이 자신에게 허위 진술을 회유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 상무가 국토부 조사를 받을 때 '조 전 부사장이 소리쳤다기보다는 서비스를 잘못했으니 내리는 게 어떠냐'고 말하라고 했다"며 "여러 번 '잘 부탁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다른 회사 직원 역시 자신에게 "'국토부 사람들은 다 대한항공에 있었고, 우리와 관련된 사람이라 걱정할 것 없고 (위에서) 시키는 대로 말하면 된다"고 했다. 김 승무원은 김 감독관의 경우 대한항공 출신임을 밝히고 "이 사건이 굉장히 커지고 있고, 심각해지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회사와 국토부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느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직후 김 승무원에게 짧게 "쏘리(Sorry)"라고 한 적이 있었다. 김 승무원은 "제 서비스를 오해한 것을 사과한 것 같다"면서도 "(이 사건 전체를 두고선) 사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30일 그의 증인 신문 끝 무렵 조 전 부사장은 "이 일에 대해서 승무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했다.

아버지 조양호 회장도 연거푸 사과 "박 사무장 2월 1일부터 근무"

지난해 12월 17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나타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지난해 12월 17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나타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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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판부 직권으로 증인으로 소환된 조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연거푸 승무원들에게 사과했다. 재판장의 증인신문에서 조 회장은 "임원으로서 지적사항을 본사에 와서 전달해야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정 자제못하고 승무원 하기시킨 거에 대해서 잘못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본인(박 사무장)이 근무한다고 하면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음을 이 법정에서 약속한다"며 "(박 사무장이) 당한 것에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딸의 잘못으로 상처를 입은 승무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회사의 임직원들에게 미안하다"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박 사무장이) 오늘 회사에 나와 의사와 면담을 하고 다시 운항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아 일요일(2월1일)부터 근무할 계획"이라며 "박 사무장이 의사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것을 보면 굉장히 회사에 고마운 것 같다"고 밝혔다.

공판 시작부터 고개를 숙이고 있었던 조 부사장과 여 상무는 조 회장이 법정에 나타나자 더욱 고개를 숙인 채 조 회장 쪽을 바라보지 못했다. 조 회장이 증언을 마치고 법정을 나간 뒤에야 두 사람은 물을 마시기도 하고 변호사와 대화도 하는 등 다소 여유를 찾은 듯했다.


태그:#조현아, #땅콩회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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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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