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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 주제로 강의하는 윤난영 국장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 주제로 강의하는 윤난영 국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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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를 보면 세계인구 60억 중 10%가 자기 나라, 자기 고향을 떠나 이주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30~40년 후엔 국민의 1/3이 이주민이 된다는 거죠. 다문화가정도 늘고 있는데 한국인들은 현실을 얼마나 체감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생활이 어려운 결혼이주민들에게 하는 지원. 약자여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투자입니다."

사단법인 군산 여성의 전화(아래 '군산 여성의 전화') 윤난영 사무국장의 말이다. 윤 국장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결혼이주민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다문화'를 '타문화'가 아닌 '다양성'으로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선 교사들이 지적한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 문제점도 소개했다. 가족문화 탐방 단원 '학습문제'는 4개 쪽에 걸쳐 '조사하고 싶은 다문화가족 정하기', '우리 집 생활 모습과 같은 점 찾기' 등을 해서 빈칸을 채우도록 했다는 것. 그는 "교과서대로 교육하면 다문화 학생과 부모는 마음에 상처를 갖게 될 수 있다"며 "공공기관도 아닌 개인 가정을 그것도 다문화란 이유로 조사 대상으로 삼은 것은 교육 취지에도 벗어나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윤 국장이 하는 일은 이주민(결혼이주가족) 문제를 비롯해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남녀차별, 직장 내 성희롱, 법률문제 상담과 양성평등을 위한 학생 부모교육 및 여성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제도적 지원활동 등이다. 회보 발간과 강연 일정도 잡혀 있어 하루를 둘로 쪼개도 바쁘단다. 지난 20일 그를 만나 이주민 문제와 업무 등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윤 국장과 나눈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터뷰에 응하는 윤난영 국장
 인터뷰에 응하는 윤난영 국장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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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산여성의전화'에서 하는 일은? 
"고통당하는 여성들과 늘 함께하는 여성인권단체이다. 주로 지역사회 여성인권의식 향상과 이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지원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법률, 의료상담과 성매매 추방 캠페인, 문화행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가정폭력 가해자(행위자) 개별 및 집단교육도 진행한다."

- 여성단체 실무자로서 고충이 클 것으로 생각되는데?
"시민사회 활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여성단체 활동은 역량에 비해 저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안타깝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영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외되고 밀려나는 사회현상, 특히 NGO의 정체성을 가진 단체운영의 어려움은 항상 고민해야 하는 문제이다."

처음엔 힘든 상대였으나 지금은 친구와 이웃으로 지내

- 시내 이주여성들에게 '젊은 대모'로 불린다고 들었다. 결혼, 생활상담 등 한국 사회에 적응력이 부족한 이주여성들의 '멘토' 역할을 하려면 어려움이 많이 따를 것 같다.
"'젊은 대모'라는 말을 직접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웃음) 초기에는 나 개인의 가치와 편견을 깨는 것이 급선무였다. 가치와 관습이 문화로 이해되는 한국사회에서 결혼이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그들의 적응력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이해를 못해서도 아니었다. 익숙해지고 소통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을 열고 진심을 표현하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 우선임을 후에 알게 되었다.

'멘토'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그런 시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배우며 이주민들의 용기와 삶의 열정, 긍정적 에너지들을 받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서로 멘토와 멘티의 역할이 교차하기도 했다. 초기에는 까고 또 까도 마찬가지인 양파처럼 하나의 상황이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해서 힘에 버거웠다. 그렇게 힘든 상대였으나 지금은 문화적·사회적 배경을 가진 다양한 이주민 친구와 이웃으로 큰 힘이 되고 있다."

- 세계화가 되면서 결혼이주민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체인구 비례로 전북의 이주민가정 비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해결책은?

전북지역 결혼이주현황(명)
 전북지역 결혼이주현황(명)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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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조사에서 보듯 전라북도 결혼이주민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약 1만 명이 전북에 거주하고 있다. 비율로 약 2%를 차지한다. 인구 100명 중 두 명 정도이니 별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2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연령대 전북 여성인구와 비교하면 약 5%로 높아진다.

국제결혼 건수가 증가하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그 배경에 대해서도 이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국제결혼 자체를 반대하고 막는 것은 해결책이라 볼 수 없다. 우리 사회에 공동체로 함께 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구성원(결혼이주민)들을 사회적 자산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다양한 구성원들이 국가경쟁력으로 확대 재생산하여 더욱 창의적이고 평화로운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연구하여 관련 정책과 시스템들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 전문가들 지적 소홀히 넘기면 안 돼

-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는데?
"그렇다. 초, 중등학교 사회, 도덕, 국어 교과서를 분석한 결과 화목한 집을 그린 삽화나 학급 모습이 모두 한민족 중심으로 그려져 있고, 범죄자나 굶주린 아이들은 모두 흑인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기술방식이 지나치게 한민족 중심이거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과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주 초기 부적응 현상에 대한 일방적 서술이 이주민에 대한 편견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국어 교과서는 서구 중심적이거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과 해외 동화들은 대부분 덴마크나 미국, 프랑스 등 서구 쪽 작가 작품에 편중됐다. 이 때문에 삽화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양 중세시대 의상을 입은 금발 백인이다. 또 위인들 사례를 들 때도 서구 출신 인물이나 우리나라 사례만 있을 뿐, 제3세계 인물은 제외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글로벌 교육을 하는 교과서라면 현상에 대한 서술에 그치지 말고 그 같은 현상을 부른 원인과 배경, 이주민의 눈에 비친 한국의 모습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물음이 생략되면 '이주민의 부적응과 실패를 특정 소수자 집단의 무능력이나 문화적 특성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지적을 소홀히 넘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촌가를 방문하는 군산여성의전화 회원들(2013년)
 베트남 촌가를 방문하는 군산여성의전화 회원들(2013년)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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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국장은 세계화를 말하며 한류 문화권인 베트남 시골을 예로 들었다. 다문화가족 문제로 1년에 한 번씩 다녀오는데, 그곳 주민들은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모르면서도 한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는 것. TV 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를 접하기 때문에 환상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지만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다문화'를 '타문화'가 아닌 '다양성'으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기억에 남는다. 
"부부가 결혼해서 사는 과정과 다문화가 너무 닮았다. 다문화는 개인차, 인종, 민족, 종교, 성별, 사회 경제적 수준, 나이, 능력, 신체적 조건 등의 차이에 따라 나타나는 문화적 차이와 다양성을 말한다. 서로 다른 집안의 문화를 일방적으로 변화되기를 강요하며 타문화에 대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선을 긋고 비하하는 일방적인 태도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만들고 충돌로 이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본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상황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문화가정 문제, 중앙부처, 지자체 모두 발 벗고 나서야

-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인식변화는 시민의 관심과 참여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군산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보는데?
"다문화 관련 정책은 법무부, 행안부, 여성가족부 등 중앙부처 정책 방향에 맞춰 지자체에서 받아 사업을 수행한다. 전국에 다문화가족 지원센터가 200여 곳 있지만, 이용률은 기대 이하이다. 중앙정부 중심의 지원서비스가 현실적으로 지역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따라서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전북지역 다문화 가정 이혼율이 30% 가까이 된다. 지속적인 지원과 전문상담소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지역에 센터가 생기기 전부터 이주와 관련하여 활동해온 상담소 및 NGO 단체들이 업무협조를 요청했을 때 위탁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다문화 가족센터도 아닌데 왜 관련 사업과 활동하느냐는 행정기관의 인식과 태도는 문제가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중복을 문제 삼을 게 아니라 역할과 운영 규모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 마련 등 실천적 네트워킹 작업과 대안 마련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 '평등·평화 세상의 민들레홀씨'에서 벌이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후원자가 되는 방법은?
"민들레꽃은 작은 앉은뱅이이지만 무수한 홀씨를 세상에 흩트려 봄 희망의 전령사 역할을 한다. 군산 여성의 전화는 자발적인 회원 조직이다. 시민들과 함께 민들레 홀씨 역할을 담당하여 세상의 불합리와 억압, 불평등과 폭력의 사슬을 끊어내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민들레 홀씨가 되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누구라도 평화 세상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작은 관심이 큰 변화를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매월 일정액을 후원하거나 재능기부, 자원봉사 등으로도 함께 할 수 있다." 

- 2015년 새로운 계획이나 포부는?
"포부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지금껏 해왔듯 올해도 전국지부와 함께 여성폭력 관련 정책과 제도를 모니터링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회적 실천 활동을 확대 강화하려 한다. 2014년은 유독 가슴 아픈 사건이 많았던 해였다. 모든 세대 여성들의 문제를 아우르며 여성들의 삶, 언제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여성의전화가 되기 위해 '고통당하는 여성들과 늘 함께 있다'는 단순한 진심의 힘으로 2015년에도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덧붙이는 글 | (사)군산여성의 전화 전북 군산시 월명동18-14 전화: 063-445-2285 E-mail:zayu9937@hanmail.net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여성의전화, #이주민, #윤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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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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