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병원에 문병을 다녀왔다. 병원 중에서 유일하게 즐겁게 갔다가 기쁘게 나오는 병동. 산부인과 병실에 가서 산모를 병문안 하고 신생아를 보고 왔다. 세상에 나온 지 아직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쌍둥이 아가들은 의외로 또렷하고 야무졌다. 배냇짓으로 웃기도 하고 눈을 떠서 바라보기도 했다. 괜스레 코끝이 시큰거렸다. 출산이야말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적'이다.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  신생아실의 쌍둥이들.
 태어난 것을 축하한다!!! 신생아실의 쌍둥이들.
ⓒ 박현옥

관련사진보기


산모가 40이 훌쩍 넘어서 어렵게 가진 아기인데다가 임신 후부터 분만하기까지의 과정을 곁에서 지켜본지라 남의 일이 아니게 느껴졌다. 나 역시 같은 나이에 딸을 얻은 경험이 있어서인지도 모른다. 노산에다 쌍둥이라서인지 분만하기 한 달 전부터 많이 힘들어 해서 안타까웠다. 분만 후 몸이 않 좋은 상황인데도 명랑한, 퉁퉁 부은 얼굴의 산모가 내겐 참 장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뭉클한 맘으로 집에 와서 참으로 오랜만에 아이들 사진첩을 꺼내 봤다.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 가까운 옛날이야기다. '자라면서 효도는 다 한다'는 말이 맞는 거 같다. 손도 많이 가고 단 한시도 맘 놓는 날이 없지만 아이들 자라는 모습 지켜보는 것이 지금 생각하니 참 행복했다. 내가 이 세상에 나와서 오직 하나 잘 한 일, 보람 있는 일이 있다면 새 생명을 낳고 기른 일이다.

지난주, 팔순이 넘으신 친정어머니는 털모자를 뜨셨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신생아들에게 털모자를 떠서 보내주는 세이브더칠드런 캠페인에 동참하신 것이다. 매년 100만 명 넘는 아기들이 만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는데 이 모자는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게 해서 생명을 지켜주는데 도움이 된단다.

눈이 좋지 않아 책도 더 이상 읽으실 수 없고 바깥 활동도 여의치 않아 심심해 하시기에 권해 드린 일인데 너무나 즐거워하신다. 완성된 모자를 단체에 보낼 때, 기증되는 아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난이 있는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쓰신단다. 아마도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바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털실 키트를 사서 집에서 뜬 모자를 보내는 봉투
 털실 키트를 사서 집에서 뜬 모자를 보내는 봉투
ⓒ 박현옥

관련사진보기


요즘 신산한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지 못하니 결혼하기가 쉽지 않고, 결혼 했다 해도 집 장만하기가 어렵고, 맞벌이로 겨우 감당되는 현실에 대책 없이 아이를 낳을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제대로 된 보육 시설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니 직장가진 엄마는 애가 탄다.

다행히 부모님 손을 빌리자니 연로하신 부모님께 애보기 중노동을 얹혀주는 일이 되다보니 젊은층이 출산을 기피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어쩜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 아이에게 힘든 삶을 대물림하기가 싫으니 출산을 꺼리는 것은 아닌지. 전 세대처럼 '저 먹을 것은 제가 타고난다'는 말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 하려면 왜 저를 낳으셨나요?'라는 당돌한 질문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고 만 지 오래다.

모든 것을 떠나서 젊은이들이 결혼하는 것을 힘들게 하고, 아기 갖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사회, 그런 정치, 경제 시스템은 어떤 일이 있어도 바뀌어야 한다. 이것이 자식 낳아 키운 엄마라면 당연히 드는 생각 아닐까. 세상의 모든 엄마나 예비 엄마들이 요직을 맡아 엄마의 법칙인 '생명 존중' 사상에 따라 세상을 운영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엄마 리더십'을 가졌다고 불리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처럼 말이다.

게으른 탓에 뭇 생명을 존중한다는 완전채식도 잘 못하겠고,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심성을 지닌 사람을 투표로 뽑을 기회도 아직 멀었다. 하지만 새 생명들을 위해서 뭔가를 하긴 해야겠다.

일단 아침에 내 일상사 어려운 사정을 해결해달라고 신께 보채거나 징징거리는 기도 대신 세상의 모든 생명을 다 행복하게 해주십사는 기도를 먼저 올려야겠다. 어쩌겠는가! 그것 말고는 우선 당장에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이제 태어난 어린 아기들을 포함해서 이 지상의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다 행복하기를 축원한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 하라
태평 하라
안락 하라

중략..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나
모든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마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외아들을 아끼듯이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해서 한량없는 자비심을 내라

- <숫타니파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