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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2·8 전당대회 과열 양상 등을 막기 위해 마련한 자체 혁신안이 '무용지물'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당내 선거 관여를 금지한 조항에도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원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 때문이다.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애초에 실효성 없는 혁신안을 만든 것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대 때마다 불거지는 몇몇 문제점을 막자고 선거운동 방식을 제한한 것은 지나친 조치라는 것.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및 혁신위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위 1차 회의에 앞서 '혁신 실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 공식출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 및 혁신위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치혁신위 1차 회의에 앞서 '혁신 실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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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은 지난해 9월 24일 정치혁신실천위원회(아래 혁신위)를 설치해 당 혁신 작업에 착수했고, 약 두 달 간의 논의 끝에 11개 혁신안을 확정했다. 이중에는 전대 때마다 불거지는 '계파 줄 세우기' 문제를 위한 해법도 담겼다. 국회의원, 시·도당위원장, 지역위원장,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직 당직자의 캠프 참여와 공개적·집단적인 특정 후보 지지·지원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이다. 

수억 원 이상 지출되는 선거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대 후보의 선거운동 범위도 대폭 축소했다. 후보와 후보 배우자·대리인은 개별적으로 지역위원회를 방문하거나 집단적으로 대의원을 만날 수 없다. 대신 지역위원회 별로 합동연설회나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공개적으로 후보 지지... "이럴 거면 규칙은 왜 정하나"

그러나 막상 전대 현장에서는 당 혁신안이 보이질 않는다는 지적들이 제기된다. 특히 일부 현역 의원의 행보를 두고는 혁신안이 무색해졌다는 말들이 무성하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8일 전남·광주 합동연설회 현장을 방문해 문병호 최고위원 후보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전남 연설회에 앞서 문 의원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그는 "(문 후보는) 어려울 때 헌신적으로 저를 도와준 동지 아닌가, 유세도 들어보고 박수도 쳐주러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설회에서도 문 후보와 함께 당원 인사를 다니기도 했다.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조경태 의원 역시 박지원 당 대표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조 의원은 부산이 지역구인데도 지난 20일 전북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박지원 의원이 당 대표가 돼야 우리 당을 통합시키고 다음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만이 아니다. 당직자들 역시 물밑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한다. 공식적으로 캠프에 참여한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조용히 당원들을 만나며 특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방식이다.

당 대표 후보 캠프에 참여 중인 한 관계자는 "다들 캠프 참여만 안 했지 의원이나 당직자나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선거 운동을 뛰고 있다"라며 "사실상 혁신안의 취지를 어기고 특정 후보에 줄 서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럴 거면 규칙은 왜 정하나"라고 항의했다.

혁신위 "개별 의사 표명은 문제 없어"

혁신위는 이러한 사례들이 혁신안을 위반한 건 아니라는 의견이다. '공개적' 또는 '집단적'이라는 전제 조건을 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혁신위 간사인 김기식 의원은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의원 여러 명이 후보 뒤에 서서 지지 선언 기자회견을 열거나 단체로 '연명장'을 쓰는 게 안 된다는 것"이라며 "개별적인 의사표명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개개인의 지지까지 막는 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혁신안의 취지였던 '계파 줄 세우기'는 예전보다 눈에 띄게 줄지 않았나"라고 반문했다.

혁신안 위배 여부를 떠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전대를 좀 더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르자는 뜻은 이해하지만 이러한 방안으로 과연 선거운동 과열 양상을 막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애초에 캠프 참여나 공개 지지를 막는 방식을 도입한 게 문제였다"라며 "계파 싸움을 막고자 했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했어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태그:#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안철수, #조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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