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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인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가 16일 오후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사과를 한 지 8개월만의 일이다.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인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가 16일 오후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사과를 한 지 8개월만의 일이다.
ⓒ 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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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에 있어서의 기본 원칙은 '신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입니다." (삼성전자)
"피해가족은 '사과'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 사과가 필요합니다." (반올림)
"제1항은 사과에 관한 것입니다. 협상 말미에 추가 사과가 있어야 합니다." (가족대책위)

삼성전자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를 놓고 협상 중인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가족대책위)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5월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 사과를 한 지 8개월만의 일이다.

이들은 16일 오후 서울 충정로 법무법인 지평에 모여 각자 준비한 구체적 교섭 내용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라인 직업병 피해보상 조정위원회 2차 조정기일로, 세 교섭주체들이 상대방의 교섭내용과 입장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이들은 피해자 보상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으나, 문제해결 주안점이나 보상기준 등에서 시각차를 보였다.

세 교섭주체가 돌아가며 발표한 교섭안은 문제해결에 있어 중요시하는 우선순위부터 달랐다. 송창호·정애정씨 등 피해자와 유가족 6명이 모인 가족대책위는 이날 사과→보상→재발방지 순서로 중점을 둬 발표했고, 반올림 또한 구체적인 사과→재발방지→보상안 마련 순서로 발표했다. 두 협상주체 모두 '사과'를 가장 우선순위에 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신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을 가장 먼저 앞세운 뒤, 보상원칙과 기준부터 발표했다. 이후 예방대책(재발방지)에서 사과문 순서로 발표했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회사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고, 이들 고통을 회사가 보살피는 게 맞다"면서 "'회사발전에 기여한 데 대한 보답' 차원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피해가족 "사과가 제일 중요"... 삼성 "신속하고 합리적인 해결"

반올림과 가족대책위는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가 중요하다고 봤다. 임자운 반올림 변호사는 "피해가족들이 바라는 1순위는 사과였고, 보상과 재발방지책은 그 다음"이라며 "삼성은 공장에서의 부실한 안전관리, 작업환경 자료를 '영업비밀'이라며 은폐하는 등 산재인정을 방해한 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가족대책위도 9개항으로 구성된 제안사항 중 1, 2항을 모두 사과에 관한 내용으로 채웠다. 대책위 소속 정애정씨는 "지난해 권오현 대표이사 사과의 진정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구체적 사안없이 도의적 책임만 있는 사과였다"며 "사과를 환영하긴 하지만 (재해를) '개인질병'이라고 했기 때문에 부족하다고 본다, 협상 말미 추가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여 분의 발표 중 사과내용을 제일 마지막 부분에 놓고, 그간 대표이사 등이 수차례 사과했다며 "조정과정 말미 발병자 가족 개개인에게 사과문을 전달하겠다, 보다 안전한 환경 만들겠다는 다짐을 넣겠다"고만 밝혔다. 이어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덜 수 있도록 이른 시일 내에 모든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보상기간·대상 놓고 이견... 삼성 "회사발전 기여에 '위로금' 차원"

세 주체는 '보상'부문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이날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상하겠다고 밝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어 ▲백혈병 등 모든 림프조혈기계암, 뇌종양과 유방암 등 사업장에서 산재승인 이력이 있는 암을 포함시켜 ▲퇴직 후 10년 내 발병한 자, 20년 전 퇴직자(1996년 1월 이후부터)까지 보상하겠다고 밝혔다.

교섭안은 보상대상을 확대했다는 면에서 일견 진전된 듯 보이나, 삼성이 제시한 기준 자체가 까다로워 실제 보상대상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조정위에 따르면 삼성은 백혈병과 다발성 골수종 등 5개 질환에 대해 '1년 이상 재직, 퇴직 후 10년 내 발병'을 전제로 뒀다. 또 뇌종양·유방암은 '5년 이상 재직, 퇴직 후 10년 내 발병한 자'여야 보상 가능하다고 정해뒀다.

삼성은 또 보상대상에서 협력·하청업체 직원들을 빼고, 이를 삼성전자 직원과 퇴직자로 한정지었다. 백 전무는 "(보상은) 회사 기여 보답 차원에서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이라며 "협력업체 직원들은 작업환경과 발병 사이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고, 현실적으로도 이직이 잦고 근무이력이 남아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보상이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반올림은 "간접고용 노동자라 해도 안전보건관리의 책임은 원청인 삼성전자에 있다"며 보상대상에 삼성전자 공장 직원을 비롯해 협력업체·파견 노동자들도 포함시켰다. 이들은 또한 "540여 종의 화학약품을 사용하고, 신규물질이 늘 사용되는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장에 3개월 이상 근무, 퇴직 후 20년 내 발병한 자를 보상대상으로 봤다.

협력업체 직원 포함? 삼성 "업무관련성 적다" vs 반올림 "원청에 책임"

가족대책위는 공장에서 1년 이상 근무, 퇴직 후 12년 내 발병한 경우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가족위 소송대리인인 박상훈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이날 "협력업체는 예민한 문제다, 이분들 보상하면 끝이 없을 수 있다"며 "기간 내 구체적 피해사실 신고해온 경우에만 조정 대상으로 삼자는 것이 저희 제안"이라고 밝혔다.

보상 질병에 있어서도 이들은 이견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달리 반올림·가족대책위는 불임과 자연유산 등 근로자들의 '생식보건문제(생식계암 포함)'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정애정 가족대책위 간사(피해가족)는 "직업병 문제로 싸우며 피해제보자들의 발병상황을 파악해보니, 신경계암과 생식계암 피해 사례가 많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보상금액에 있어 삼성전자는 "일반 국민에게 이해받을 만한, 사회적 통념에 맞는 수준"을 주장한 반면, 반올림과 가족대책위는 피해자·유가족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있는 보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올림은 특히 재발방지 대책으로 '정보공개와 알 권리 보장'을 중요시했다. 공유정옥 활동가는 "삼성은 그간 화학물질 정보공개가 어렵다고 했지만, 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화학물질정보는 일반 시민들도 볼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일 정말 중요한 영업비밀이라면, 임의로 주장하지 말고 공식적인 판단기준과 절차를 마련하면 될 것"이라 덧붙였다.

삼성은 이에 대해 "(미국 텍사스주 관련) 정보 공개에 관한 부분은 적지 않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양국 모두 영업 비밀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우리나 비슷한 수준의 공개가 이뤄지는데, 다만 그 절차나 제도·법규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이날 조정기일에는 가족대책위(송창호·정애정·유영종·정희수·박상훈), 반올림(황상기·김시녀·공유정옥·권영은·이종란·임자운), 삼성전자(백수현·백수하·최완우·최희정·이민섭·김선범) 등이 참석했으며, 김지형 조정위원장과 정강자, 백도명 조정위원, 윤혜정 간사가 동석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현장 방문 제안에 따라, 조정위와 가족대책위, 반올림 등은 오는 23일 오후 삼성전자 경기 기흥사업장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정위는 오는 28일을 3차 조정기일로 잡고, 각 교섭주체에 2시간씩 할당해 교섭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기로 했다. 


태그:#삼성 백혈병 , #삼성 조정기일, #삼성백혈병, #삼성전자,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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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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