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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새해 정국 구상을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수첩에 적힌 'K, Y. 내가 꼭 밝힌다'는 메모를 고의로 노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누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새해 정국 구상 밝힌 김무성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새해 정국 구상을 밝혔다. 김 대표는 자신의 수첩에 적힌 'K, Y. 내가 꼭 밝힌다'는 메모를 고의로 노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누명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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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행정관이 집권여당 당 대표를 문건유출 배후로 지목한 '수첩 파동'은 이대로 끝날까.

표면적으로만 보자면 그렇다. '피해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정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가해자'인 청와대는 해당 행정관을 신속히 면직 처리하면서 화답했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양쪽이 맞붙지 않는 지금 '수첩 파동'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있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15·16일 공식 회의석상에서 이 문제 대신 '인천 어린이집 유아폭행' 사건만 주로 다뤘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4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중진 의원들의 공개 비판이 잇따르자 "여당 의원들은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할 때 신중해야 한다"라면서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수첩 파동 관련) 아무 얘기도 안 하겠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고 '수첩 파동'이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다. 청와대가 '김무성 체제'에 대해 얼마나 불신하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낸 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떤 계기만 다시 주어진다면 다시 당청 갈등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더군다나 '발설자'와 '전달자' 간의 진실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은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거론한 것은 맞지만 배후라고 지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문건유출 배후 지목 발언에 '거듭 물어 확인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속 끓는 비박 "참는 것도 한계 있다"... 친박 움직임 따라 충돌 가능성

당장, 비박근혜 측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 대표의 측근 인사인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5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아무리 사적이고 취중이었다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문건유출 사건에 대해) 근신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당 대표와 중진의원을 논란의 배후로 지목하고 책임을 전가했다,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그는 "당 대표가 대통령을 잘 모시려고 그렇게 무던히 노력하는데 정작 청와대 참모라는 사람은 집권당 대표를 우습게 본다,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무성 체제'에 대한 청와대의 불신에 강한 불만을 표한 것이다.

그는 또 "그런(음종한 전 행정관 면직 처리) 정도로 끝날 일은 아니다"라면서 "만일 청와대 참모들이 계속 이런 인식을 갖고 있다면 당청 관계는 분명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진짜 (당청 관계가) 불편해진다면 국민들의 민심이 이반된다는 무서운 현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라며 "(김 대표가) 참는다, 참는다 인내해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우 당 수석대변인도 같은 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런 일이 자꾸 벌어지고 있는 배경, 원인, 이런 것에 대한 쇄신책이 필요하지 않나"라며 사실상 청와대의 강도 높은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당내 친박·비박 갈등을 불렀던 현안들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인 점도 관건이다. 친박 측의 대응에 따라 비박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여부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당의 평화를 깨고 싶지 않다"라면서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군현 당 사무총장은 이날(16일) TBS라디오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박세일 카드는) 살아 있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라면서 "현재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계파갈등 혹은 당청갈등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예정됐던 친이(친이명박)계 모임 '함께 내일로' 만찬 회동 취소와 관련해 "대통령과 당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소위 친이 그룹이다, 친박 그룹이다 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자제하자는 것"이라면서 "당내 분위기가 그렇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친박 쪽의 분위기는 다르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상임의장을 초청해 대규모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지난 연말 송년 오찬을 통해 김 대표를 강하게 성토한 바 있다. 이번 세미나 역시 '소모임을 자제해달라'는 김 대표의 요구를 무시한 셈이다.

당 지지율보다 떨어진 대통령 지지율... 조기 인적쇄신으로 돌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이 뉴스웨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 김무성 수첩 포착 '문건파동 배후는 K,Y'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건파동 배후는 K,Y. 내가 꼭 밝힌다. 두고봐라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 적힌 수첩을 보는 모습이 뉴스웨이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되었다.
ⓒ 사진제공 뉴스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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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6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35%를 기록했다. 전통적인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과 50대에서조차 이반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관련 기사 : 박 대통령 지지율 취임 후 최저치... TK·50대도 이탈).

반면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은 같은 조사에서 43%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당이 청와대를 압도하기 시작한 셈이다. 더욱이 새누리당이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둔 점을 감안할 때 여권 내 원심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5월 예정된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와 함께 문건유출 배후로 지목된 유승민 의원이 유력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유 의원은 '원조 친박'이긴 하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아 현재 넓은 의미에서 비박으로 분류된다.

반면 유 의원과 함께 원내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이주영 의원과 홍문종 의원은 친박 쪽 후보다. 이들의 경쟁이 격화될 경우, 당내서 친박·비박 갈등 역시 고조될 수 있다. 청와대 역시 친박 후보 패배시 향후 국정운영에 있어 상당한 부담을 안을 수 있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당심을 미리 달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2월 말로 예상됐던 조직개편 시기를 앞당기고 그 폭을 넓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교체는 없다고 밝혔지만 '수첩 파동'이 터지면서 이들에 대한 교체요구가 당내에서도 비등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지난 15일 여야 2+2 회동에서 "국정쇄신이라는 아젠다에 동의한다"라고 밝혔다.


태그:#김무성, #박근혜, #수첩파동, #정윤회, #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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