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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이 남한 주도의 흡수 통일을 믿고 따르던 시기는 지났습니다. 남한으로 도망간 탈북자들의 말로를 봤기 때문이죠. 남과 북에 있는 시스템이 아닌 다른 곳에서 통일의 모티브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지난 12일 다준다 연구소(소장 이동학)는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박창기 팍스넷 창업자(현 에카스 대표)를 초청, '통일 시대를 여는 벽란도 프로젝트'에 대한 특별 강의를 열었다.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북한 김정은 제1노동당 비서가 남북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모처럼 남북 관계가 훈풍이다. 박씨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통일 프로젝트로 '벽란도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차터시티 관점'으로 바라본 남북통일을 전했다.

흡수통일 안녕, 이제는 차터시티다

박창기 팍스넷창업자가 강연 진행에 앞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있다.
 박창기 팍스넷창업자가 강연 진행에 앞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있다.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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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터시티(Charter City)는 매해 노벨경제학상 수상 후보로 오르는 폴 로머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교수가 내세운 개념이다. 그에 따르면 차터시티는 홍콩과 같은 일종의 경제특별자치구역으로, 사법·통화는 물론 정치 주권까지 갖는 특별 구역으로 자본의 투자를 유도하고 인프라를 확충해 주변 지역의 개발을 이끄는 것이 목표다. 박씨는 이 이론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모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 주민들은 탈북자들을 통해 남한 체제 하에 자신들이 흡수됐을 때 불행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에서처럼 흡수통일 뉘앙스를 전달하면 역효과만 납니다. 때문에 남북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제3의 존재인 차터시티가 필요하죠. 이 도시에선 기존 주민을 모두 이주시키고 전 세계로부터 투자 이민, 기술이민을 받아들입니다. 언어는 영어와 한국어를 공용어로 쓰고요. 이곳에선 남북 모두가 평등하고 자연스럽게 남북교류가 일어나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죠."

박 대표는 차터시티 이론을 응용한 통일 프로젝트 '벽란도 프로젝트'를 합리적인 통일 대안으로 제시하고 설명했다. 그가 주장하는 벽란도 프로젝트는 차터시티처럼 북한의 황해도 예성강 일대를 경제특별자치구역으로 지정, 정치·사회·문화 주권을 벽란도 내 공동체에게 주는 식이다. 이 때 벽란도는 30여 개의 구로 나눠 지는데 각 구를 미국·영국·프랑스 등 프로젝트에 투자한 나라가 운영하는 권리를 가질 수 있다. 세계 각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을 수용해 가장 좋은 제도를 꼽아 도시를 일굴 수 있다는 것이 이씨의 생각이다.

"벽란도는 통일의 발판을 마련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꿈꾸는 양질의 삶도 이뤄지게 하는 데 의의가 크죠. 예컨대 벽란도에 훌륭한 교육 제도가 자리를 잡으면 남한에 있는 학부모들도 자식을 벽란도로 보내겠죠. 교육 수요가 벽란도로 집중된다면 남한 내 교육제도도 자극 받아 변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같은 변화가 교육 분야에만 국한될 것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차터시티 '벽란도'

모임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모임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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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란도 프로젝트가 이뤄지면 교육은 물론이고, 노동·복지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불합리한 구조 개혁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또 벽란도에는 여러 나라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쉽사리 전쟁도 나지 않을 테고, 우리의 복지도 나아지니 일거양득이죠."

물론 그가 주장하는 벽란도 프로젝트의 전망이 완벽하지 만은 않다. 우선 남한이 추진하고 있는 대북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데다 만약 그의 주장대로 벽란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면 벽란도에 비해 경쟁성이 떨어지는 국내 도시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

"벽란도에 비해 경제적 잠재 가능성이 떨어지는 남한의 도시 인천 송도 등이 손해를 볼 수도 있겠죠. 또 현재 한국 정부가 밀고 있는 대북 정책의 색깔도 완전히 바꿔야 하구요. 그럼에도 벽란도는 추진했을 때 한반도 혹은 인류 전체가 얻을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많아 시도해 봄 직한 프로젝트란 것은 사실입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만은 없죠."

박 대표는 벽란도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 여야 정치권을 포함해 다양한 인사들과 수년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이 제로섬 게임처럼만 느껴지는 남북관계에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다준다연구소, #박창기, #벽란도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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