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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후, 신촌의 이야기카페 '미플'에서 '다준다 청년정치연구소(소장 이동학)'가 주최한 제105차 독서모임이 있었다. 이번 모임은 지난달 <회장님의 글쓰기>를 출간한 강원국 저자의 강연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강원국 저자. 그의 신간 <회장님의 글쓰기> 역시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 진열대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의 회사생활은 대우증권 홍보실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김우중 대우 회장의 비서실에서 연설문 작성을 돕다가, 김대중 대통령 연설비서실에 들어가게 된다. 노무현 정부까지 청와대에 발을 들인 지 8년. 정권교체 후 청와대에서 나와 효성 그룹, KG그룹을 거쳐 현재는 출판사 메디치미디어에서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검정색 패딩과 배낭 차림으로 카페에 들어선 강원국 저자. 화려한 전력과는 사뭇 다른 소탈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인자한 웃음을 머금은 채 편안한 분위기로 강연을 진행했다.

현재 S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극중 여주인공의 아버지 최달평은 회사에서 내부고발자로 낙인찍힌다. 결국 회사에서 투명인간 생활을 하다 사표를 낸다.

강원국 저자는 강의의 시작에 '투명인간'이란 단어를 던지며, 본인의 투명인간 경험을 소개했다. 대학시절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읽으며 평화를 꿈꾸던 저자는 경쟁에 경쟁이 거듭되는 기업에 적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수차례 투명인간 경험을 하면서 그는 자연스레 기업문화에 관심갖게 되었다고 했다.

"너 여기 왜 왔냐"... 완벽한 소외 경험

강연 진행에 앞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있다.
▲ <회장님의 글쓰기> 강원국 저자 강연 진행에 앞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를 듣고 있다.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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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투명인간으로 소외받은 적이 몇 번 있었죠. 그 중 2번은 실제로 그만뒀고요. 대학 졸업 후 대우증권 홍보실에 들어갔을 때였어요. 저보다 6개월 먼저 입사한 여직원이 있었어요. 저는 대학을 졸업하고 갔는데 그 분은 상고를 졸업하고 일을 하는 거였어요. 본인이 선배였는데도 제 월급이 더 많고 고참 대우를 받는 게 싫었겠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안 볼 때 저를 완벽히 무시하더라고요. 나중엔 친한 사이가 되었지만, 당시엔 신입사원이니깐 말도 못하고 울 뻔했어요."

"두 번째 소외 경험은 과장이었을 때예요. 대우증권에서 국내 최초로 M&A팀을 꾸렸을 땐데, 제가 그곳으로 배치가 된 거죠. 전 당시 M&A란 뜻도 몰랐고, MBA도 그 때 처음 들어봤어요. 그 곳 배치된 사람들은 한국 M&A의 선구자라고 보면 돼요. 전원이 회계사였고, 절반 정도는 미국에서 MBA를 한 사람들이었어요.

제가 그 때 과장으로 들어가서 제 밑으로 3명이 있었어요. 아마 이 친구들은 M&A를 잘 알지도 못하는 제가 상사로 들어갔으니 마음에 안 들었겠죠. 그래서 제가 출근하면 아무도 제게 말을 안 걸었어요. 밥 먹을 때도 같이 가자는 소리를 안 해요. 철저히 소외 된 거죠. 아마 저보고 알아서 나가라는 거였을 거예요. 그러다 제게 한 분이 말했죠. '너 여기 왜왔냐. 잘못 온 것 같다.'"

강원국 저자는 투명인간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는 김우중 대우 회장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할 때 비서실에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렸다. 당시 그는 연설문 작성 일을 했는데 역량이 안 되는 일이 맡겨졌을 때 '못 한다. 안 한다'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결국 비서실에 사표를 내고 두 달간 실업자 생활을 하던 그는 회사의 배려로 다시 비서실 출근을 했다. 그리고 두 달 만에 찾은 비서실에서 그는 다시 투명인간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공유'를 통한 유토피아의 실현

모임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 강원국 저자의 강연 모임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 윤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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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 저자는 <유토피아>를 감명 깊게 읽고, 전쟁과 같은 경쟁보단 평화를 항상 꿈꿨기 때문에 회사 생활이 더 힘들었다고 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회사에서 그의 스트레스는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는 유토피아를 위한 조직, 기업 문화를 달성하기 위해서 '공유'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다다른다.

"유토피아와 같은 기업 문화를 달성하기 위해선 4가지의 공유가 필요해요. 정보, 일, 돈, 감정."

강원국 저자는 노무현 정권에 연설비서관으로 일할 때 실제로 본인이 생각하는 공유를 통한 조직 문화를 시도했다. 대통령으로부터 일을 받으면 대화 내용을 비서관실에 있는 4명의 행정관 그리고 행정요원 1명과 모두 나눴다.

보통 기업에선 직급별로 정보의 공개가 달라지고, 기업은 여러 가지 문제로 직원들에게 정보를 통제한다. 기업에선 이것으로 인한 소외가 있다. 반면 강원국 저자는 위임의 문화를 통해 정보를 모두 나눴기 때문에 비서관실 직원들은 보안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 또 참여를 통해 소외를 없앰으로써 일의 성과를 올렸다.

돈의 공유에 있어선 한계가 있지만 성과급을 N분의 1로 나누는 방식을 취했다. 비서관실에서 성과급을 가장 많이 받는 본인이 먼저 희생하고 성과급을 공유하자고 결단을 내리니 모두 동조했다.

일의 공유에 있어선 연설문의 초안을 각자 쓴 후, 다 함께 모여 같이 고쳤다.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은 자연스레 교육의 장이 되었고, 경쟁이 아닌 상부상조하면서 일을 공유하는 문화 덕분에 글의 수준은 상향 평준화되었다. 공유를 통해 어디에도 투명인간이 없는, 본인이 꿈꾸던 유토피아 조직 문화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글쓰기와 조직문화

"직장생활은 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하는 일이에요. 저는 그 중에서 글을 집중적으로 썼죠. 회장님들 모실 때는 연설문 쓰는 일을 했고, 그 밖에도 홍보나 커뮤니케이션 관련 업무를 할 때도 글이 중요했죠... 요즘엔 설득하는 게 말과 글로 이뤄지니까요.

기획안 하나가 회사의 성과와 직결해요. 회사일의 성과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말과 글을 잘 하는 것. 특히 글을 잘 쓰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런데 상사는 글로만 보고서를 평가하는 게 아니에요. 글을 보낼 때의 이메일 제목 한 줄, 글을 쓴 사람의 평소 이미지, 관계도 중요해요."

"일에 관한 스트레스는 결국 관계에서 오는 거고, 관계는 또 소통의 문제예요. 소통은 말과 글로 하는 거예요.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돌파구를 찾고 타개해 나가려면 말과 글이 필요해요. 말과 글은 소통과 효율의 수단, 그리고 관계를 잘 만들고 처세하고 또 인정받는 수단이에요."

강원국 저자는 회사 생활을 위한 관계와 소통의 가치를 언급하면서 이를 위한 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3가지 글쓰기 노하우를 밝혔다. '그냥 쓰자', '고쳐쓰자', '독자의 시선으로 내 글 스크린하자'.

초안을 쓸 때 사람들은 본인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본인 경험에 자신감을 갖고 우선 글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후 고쳐 쓰는 데 시간을 많이 써야 한다며 퇴고를 강조했다. 닻을 내려놔야 초안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계속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인 글을 고쳐쓸 땐 상사의 눈으로 글을 스크린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기 위해선 '상사도 인간이다'라는 생각으로 상사에게 관심을 갖고 좋아해야 한다는 팁도 잊지 않았다.

그간 독서모임을 다녀간 강연자로는 장하성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 이정환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김창호 참여정부 국정홍보처장 등이 있다. 제106차 독서모임 경연은 오는 31일 토요일 오후 3시, 신촌 스터디카페 미플에서 주대환 <좌파논어> 저자의 '현대사를 보는 제3의 관점'이라는 주제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회장님의 글쓰기 -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강원국 지음, 메디치미디어(2014)


태그:#강원국, #대통령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 #다준다 연구소,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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