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천의 첫 진보 성향 교육감인 이청연 교육감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이 교육감은 선거에서 혁신 학교와 교육 혁신지구 지정·운영, 학생 인권 조례 제정, 인사 제도 공정성·투명성 확보 등을 내걸고 당선됐다.

취임 후 이 교육감은 초등학교 일제식 지필고사(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고, 학교 평가도 자체 자율 평가로 돌리는 등, 진보 교육 의제를 어느 정도 실현해왔다. 하지만 대표적 공약 사업인 혁신 학교와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등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다수를 차지한 인천 시의회의 발목 잡기와 재정 부족으로 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사인천>은 지난해 12월 30일 인천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이 교육감을 만나 취임 후 6개월간의 소회와 새해 계획을 들었다. 이 인터뷰에서 이 교육감은 "재정 부족으로 인한 문제와 교육감의 가치관이 공직사회에 잘 스며들지 못해 일을 처리하는 데 박자가 잘 맞지 않은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며 "새해에는 함께 일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교육 주체들이 제 목소리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민주적 학교 운영, 교육청이 방향 물꼬 터야"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이청연 인천시교육감
ⓒ 인천시교육청

관련사진보기


- 교육감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성과와 아쉬움이 있다면?
"2014년을 돌아보면 만남, 책임, 희망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교육감 후보로 수많은 시민을 만나 인천 교육의 변화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들었다. 당선 후 그것이 책임이 됐는데, 교육감 개인의 힘으로 실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시민과 교육 가족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희망이 현실이 될 것이다.

취임 후 6개월은 교육청의 정책 하나 하나에 시민들과 언론의 관심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격려도 있고 비판도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청이 고여 있지 않고 움직이며 활기를 찾아간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물론 급격한 변화가 있어서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고, 생각보다 변화가 더뎌 아쉽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질문이 있는 교실, 존중과 협력 속의 배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는 교사, 민주적인 학교운영이 인천 교육의 기본 방향이다. 이 방향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일제형 지필고사를 없앴는데, 이는 다양한 수업 방식이 가능하게 관행을 바꾼 것이다. 일제형 객관식 문제로 아이들을 비교하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주입식 교육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학교 평가도 자체 자율 평가로 바꿨다. 학교 평가로 줄을 세우면 학교의 민주성과 자율성은 살아나기 어렵다.

교육청이 변화의 장애물을 걷고 조건을 마련해주면, 수업방식을 바꾸고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몫이다. 변화의 속도는 학교가 얼마나 자발성을 발휘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청소년과 원탁 토론, 주민 참여형 교육장 공모제, 실질적인 개방형 감사관 도입 등, 그동안 인천 교육에서 하지 못한 부분들에서 대단한 변화를 만들었다는 자부심도 있다."

- 그래도 다른 지역 진보 교육감과 비교해 변화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인사 혁신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나온다.
"지난 2014년 9월부터 나타난 중앙 정부와의 '누리 과정' 예산 편성 관련 논란과 재정 부족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또한 내가 가진 가치관과 공직 사회(교육청과 학교)와 박자가 잘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 공직 사회를 변화하려면 인사 행정이 중요하다. 이 때문에 1월 1일자 교육행정직 인사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배치했다. 오는 3월 1일자로 시행하는 교육전문·관리직 인사에서 생각하고 있는 인사를 완성할 것이다.

능력을 갖추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졌으며 청렴한 인물을 중심으로 인사하려하니 기다려 달라. 학교 현장에선 교사를 힘들게 하는 관리자들을 왜 내쫓지 못하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교사도 있겠지만, 관리자가 징계를 받는 등,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함부로 인사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평교사도 교장 공모가 가능한 내부형 교장 공모제를 혁신 학교 중 1곳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2014년 강화와 서부 교육지원청에서 각각 실시한 주민 참여형 교육장 공모제는 더 실시할 계획이 아직은 없다. 두 곳을 면밀히 평가한 후 확대 여부를 검토할 생각이다."

- 대표 공약인 혁신학교 관련 예산을 시의회에서 삭감했는데,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공약이기에 서둘러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함은 없다. 내 기준은 아이들의 삶이다. 아이들의 삶을 위해 준비한 혁신 학교는 이미 어느 정도 영글어 있는 열매이다. 인천에도 혁신 학교를 꾸준히 준비해 온 교사가 많다. 2015년에 10개 학교로만 시작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다. 지난 2014년 9월에 26개교가 혁신학교 준비 학교에 응모했다. 사람과 철학, 계획은 갖춰져 있다. 부족한 것은 예산이다.

혁신 학교 방향은 교육부가 편성한 교육 과정 지침과 일치한다. 혁신 학교의 운영 원리인 창의적인 교육 과정 운영, 자연 속의 체험 활동, 문화예술체육 활동 강화, 민주적인 의사 결정, 수업 중심의 학교 운영은 교육부의 방향이기도 하다. 새로운 교육으로 거듭나는 것은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는 의미이다. 시의원들도 혁신 학교의 방향과 현장의 열정을 충분히 공감해주리라 믿는다."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연차적으로 진행할 것"

- 중학교 1학년 무상급식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새해에 곧바로 시행하는 것은 어렵게 됐지만, 시와 시의회와 협력해 연차적으로 실시할 방침이다. 교육복지는 정부가 돈이 남아돌 때 국민에게 해주는 시혜가 아니다. 교육 복지는 국민의 권리이자 공공 기관의 의무다. 그래서 무상 급식이라는 표현보다는 '의무 급식'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의무 교육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학교 의무 급식은 전국에서 대전과 인천만 시행하지 않고 있다.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꼭 실시해야한다. 의무급식 확대는 교육감의 의무라 생각한다."

- 매주 두 번 학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는데, 어떤가?
"교육감은 교육행정 책임자이지만, 그 이전에 교육자다. 그래서 학생들을 만나면 늘 '교육감 선생님'이라 소개한다.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의 눈빛을 잊지 않기 위해 학교를 찾아가고 인사하고 대화하는 것이다. 예고 없이 찾아가는 것에 일부에선 불만과 우려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학교를 시찰하려는 것이 아니고 과도한 의전 관행을 없애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6개월 정도 꾸준히 하니, 이제는 학교에서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 인천 교육의 발전을 위해 새해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안은?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 주체들이 제 목소리를 찾게 하는 데 역점을 둘 생각이다. 학생들을 위해 등교 시간과 두발 규제 조정을 비롯해 학교 일상을 건강하고, 자율적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12월에 희망하는 등교 시간 설문조사를 했는데, 학생·학부모·교사 5만여 명이 참여했다. 또 학교마다 두발 규제 등 학칙 개정을 위한 의견 수렴과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새 학기부터 적용할 수 있게 최종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권고안을 마련할 것이다.

원칙은 세 가지다. 학생들의 건강한 일상,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생활 지도, 충분한 토론과 의견 수렴 과정이다. 이로써 인권 친화적인 학교를 만들어갈 것이다. 교사들의 경우 공문 생산량을 줄이는 등, 업무를 경감하고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문화와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다. 오랜 관행을 극복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겠지만, 꾸준히 관심을 두고 개선해갈 것이다. 학부모들은 원탁 토론회를 여는 등,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http://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청연, #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감, #혁신학교, #중학교 무상급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