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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법학회 세미나에서 통신비밀보호법제와 IT 기업의 대응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법학회 세미나에서 통신비밀보호법제와 IT 기업의 대응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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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투명성 보고서'가 국가의 사이버 사찰에 제동을 걸 수 있을까? 다음카카오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이달 중 정부의 개인정보 요구나 삭제 요청 데이터 등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IT 기업들과 시민사회가 연대해 정부를 상대로 '집단적이고 강한 항의'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왔다.

7일 오후 한국언론법학회 주최로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디지털 시대 통신비밀보호법제의 개선 방향' 세미나에서 조희정 이화여대 경영연구소 교수는 "대부분의 투명성 보고서가 단순 데이터뿐이어서 효과적인 항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범죄와 연관된 정보와 감시 관련 정보를 명확히 구분하는 등 이용자의 권익 보호에 더 집중해 충실한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순 데이터 공개는 역효과... 집단적 '강한 항의' 필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전 세계 38개 IT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를 분석한 조 교수는 "현재 투명성 보고서는 시민의 동의를 구하고자 데이터를 공개하는 수준에 그치는 수평적 항의, 약한 항의다, 그렇지만 현재 진행 상태로 볼 때 집단적 항의로써 강한 항의, 제도의 변화를 요구하는 수직적 항의로 전환될 것"이라면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10대 글로벌 IT 기업의 '정부감시개혁운동'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송 사례를 들었다.

페이스북이 공개한 국가별 개인정보 요청과 콘텐츠 삭제 현황을 비교했더니 미국은 수락률이 80%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14~23%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성기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는 "미국에 비해 한국의 수락률이 낮은 건 (미국에선 강하게 규제하지 않는) 명예훼손 관련 삭제 요청 건수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투명성 보고서 내용을 이렇게 구체화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나가면 오히려 국가가 통신비밀제한제도를 더 엄격하게 하는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교수는 "처음에는 다음카카오가 투명성 보고서를 왜 내지? 괜히 역풍만 맞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법이 지금보다 더 엄격해질 수 있을까? 더 나빠질 게 없는 상황에서 나온 배수진 같다"고 평했다.

투명성 보고서가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 교수는 "IT 기업의 투명성 보고서가 이용자 보호를 얘기하지만 이용자 권익 보호로 갈지, '정부 규제 대 시장 탈규제'로 갈지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 "IT 기업이 이용자 권리 보호를 위해 나선다면 시민 사회에서 IT 기업에 대한 '역투명성' 평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보 논리를 앞세워 정부의 감시 확대에 동조하는 일부 기업들에 대해 진달용 캐나다 사이몬프레이저대학 교수는 "정부의 지나친 감시는 혁신을 생명으로 하는 기술 발전을 저해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시민권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통신비밀보호법 입법 자체가 '난삽'... '아날로그법' 바꿔야"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법학회 세미나에서 '난삽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행 통신비밀보호 관련 법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언론법학회 세미나에서 '난삽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행 통신비밀보호 관련 법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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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언론학자,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이날 세미나는 이용자들의 디지털 정보를 과거 잣대로 수집하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형사소송법 등 이른바 '아날로그법' 성토장이었다. 특히 오길영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난삽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현행 법들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오 교수는 "카카오톡 사태는 디지털 통신의 본질과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아날로그 방식의 자의적 해석이 결국 전방위적인 사찰의 형태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태"라면서 "법 자체가 요즘 사회에 맞지 않는 아날로그 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3000여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방 압수수색 논란에 대해서도 오 교수는 "(디지털 통신은 휘발되지 않기 때문에) 서버로 날아오는 통신 데이터를 서버 입구의 '앞'에서 수집하면 감청, 서버 입구의 '뒤'에서 수집하면 압수·수색이 된다"면서 "디지털 통신에서 감청과 압수수색의 기술적 본질은 같고 둘 다 '복사'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동서양재 김기중 변호사 역시 "현행 법은 진행 중인 통신에 대해서는 제한된 범죄를 대상으로 엄격한 요건에서만 감청을 허용하고 있다, 반면 본질적 측면에서 차이가 없는 송수신이 완료된 통신에 대해서는 대상 사건과 관련성만 있으면 압수를 허용하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전자우편, 모바일 메신저 등) 전자적 통신정보는 일반 형사소송법과 별도의 특별법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다음카카오는 애초 오는 9일 투명성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며 이달 말로 발표 시기를 늦췄다.


태그:#카카오톡 사찰, #다음카카오, #투명성 보고서, #통신비밀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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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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