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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산천어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지난해 12월30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겨울철 7대 불가사의로 소개된 화천 산천어축제와 농경문화를 소개한 김제 지평선 축제를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인구 2만7천명이 사는 38선 이북 화천. 서울에서 화천까지 그 흔한 고속도로나 철로도 없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2차선 407지방도와 5번국도가 유일하다. 이런 산골마을에서 매년 개최되는 겨울출제가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를 넘어 세계적 이목이 집중되었는지 조명했다. - 기자 말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화천 산천어축제. 오는 1월10일부터 2월1일까지 열린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화천 산천어축제. 오는 1월10일부터 2월1일까지 열린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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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이면 산천어축제가 열리는 화천천 둔치에는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산천어를 잡기 위해서다. 3만5천여 평 규모의 얼음위에는 1만5천개의 홀(구멍)이 만들어진다. 산천어 낚시를 위해 축제 조직위원회에서 뚫어 놓은 구멍이다. 처음엔 '얼음을 뚫는 것도 체험이다'라는 취지로 (얼음을 뚫는) 끌만 비치해 두었었다. 그러다보니 크고 작은 얼음구멍이 촘촘히 만들져 안전문제로 비화됐다. 이후 조직위에서는 축제 전 일정 간격으로 산천어 낚시를 위한 얼음구멍을 뚫는다.

2011년, 미국 CNN은 산천어축제에 대해 세계 겨울철 '세계7대불가사의(7 wonders of winter)'로 선정했다. 캐나다의 오로라, 얼음에 갇힌 세인트 피터스버그, 스웨덴의 순록 대이동, 이탈리아의 가라앉은 종,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끓는 물, 눈으로 덮인 런던 등, 화천 산천어축제를 제외한 나머지는 누가 봐도 불가사의 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얼음 위에서 수만 명이 낚시를 하고 추운 겨울날 얼음 속에서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는 산천어축제에 대해 CNN은 신비감을 넘어 불가사의란 표현을 했다. 

그 영향 때문일까, CNN보도 이후 화천 산천어축제장엔 매년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잇는다. 2015년 축제(1월10일~2월1일)를 앞둔 현재, 외국인 관광객 예약자수는 이미 5000명을 넘어섰다.

"글로벌 축제 지향은 계절적 차별화가 필수다."

여름축제를 하면서 고온다습한 나라를 대상으로 한다면 실패라는 최문순 화천군수의 말이다. 산천어축제와 같은 겨울축제의 홍보 타깃은 동남아 등 더운 나라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천군은 2009년부터 동남아 공략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싱가폴, 대만, 홍콩, 중국(남쪽지방), 태국이 대상국이었다. 그들에겐 강원도 추위자체가 상품이라 여겼다. 마케팅 전략은 주효했다. 수백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메이저급 여행사에서 독점계약을 제의하기도 했다.

화천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5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화천 산천어축제와 김제 지평선 축제를 선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5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화천 산천어축제와 김제 지평선 축제를 선정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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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하면 많은 사람들은 산천어가 사는 줄 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산천어로 유명한 화천엔 산천어가 살지 않는다. 토종산천어는 바다와 연접한 강원도 고성군 고진동 계곡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왜 많은 사람들은 화천에 산천어가 사는 것으로 알고 있을까!

마케팅 전략 때문이다. 2003년 산천어축제를 시작하기 전 화천 사람들은 산천어라는 이름을 가진 물고기에 대해 알지 못했다. 열목어를 산천어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있는 것을 상품화 하는 것도 어렵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품화 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전문가들은 그 지역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품화 시킨 마케팅 전략 우수사례로 '화천 산천어'와 '안동 간고등어'를 꼽는다. 내륙 안동지방이 어떻게 고등어로 유명세를 탔을까.

교통편이 지금처럼 편리하지 않던 과거에 영덕 등지의 바다에서 잡힌 고등어를 안동까지 가져오려면 상하기 일쑤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당량의 소금을 뿌려 안동까지 운반하면 최적의 숙성도를 보였다. '안동 간고등어'란 지역브랜드는 그렇게 탄생됐다.

산천어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화천은 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86%, 물이 6%이며 나머지 8%의 면적이 농지 내지는 시가지로 형성되어 있다. 청정을 마케팅할 수 있다면 소규모 농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비싸게 팔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산천어축제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산천어축제의 역사는 이렇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겨울철 세계4대축제로 불린다.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 겨울철 세계4대축제로 불린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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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이나 온다고 거기 나가서 장사를 하란 말이냐."

2003년 1월, 산천어축제를 처음 열었다. 지역 인구수와 비슷한 2만5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면 성공이라 여겼다. 축제를 열려면 편의시설이나 식당 등 기본적인 구색은 갖추어야 한다. 읍내 식당 업주에게 축제장에 나와 줄 것을 호소했다. 다수의 상인들은 '추운 겨울에  깊은 산골에 누가 온다고 축제를 하느냐'는 이유를 들어 단 한 개도 업소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해 22만 명의 관광객들이 축제장을 찾게 되자, 2회 때는 입점을 하겠다는 업소들이 몰려들어 심사를 해야 했다.

산천어축제 관광객 수는 매년 수직 상승해 2006년부터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찾았다. 데이터에 민감한 중국에서는 하얼빈 빙등축제, 일본의 삿포로 눈꽃축제, 캐나다 퀘벡 윈터카니발과 더불어 화천 산천어축제를 '겨울철 세계4대 축제'로 꼽았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산천어축제 개최 두 번째 해인 2004년도에 산천어축제를 예비축제로 지정한 이후, 2006년 유망축제, 2008년 우수축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4년간 최우수축제로 선정한 데 이어 2014년도에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발표했다.

미국, 영국, 중국, 태국, 심지어 아랍권 국가들까지 앞 다투어 산천어축제를 보도했다. 지난해엔 세계 40여 개국 280여 메이저급 언론사에서 집중 보도에 나섰다. 지구촌의 조그만 마을 화천, 인구 2만7천명에 지나지 않은 접경지역 산골마을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산천어축제, 내수면 활성화를 유도했다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사용되는 상품권. 농산물 교환권과 (현금처럼 유통되는)화천사랑상품권 두 종류가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에서 사용되는 상품권. 농산물 교환권과 (현금처럼 유통되는)화천사랑상품권 두 종류가 있다.
ⓒ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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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돈을 쓰고 갈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꿔보자.'

축제장에서 상품권이 등장한 것은 산천어축제가 효시로 꼽힌다. 많은 관광객들에 비해 주민들의 소득과의 연계가 미흡하다는 판단에서 상품권을 기획했다. 즉, '모든 프로그램은 공짜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입장료에 해당하는 금액의 상품권을 발행했다. 화천에서는 현금처럼 유통되나 (화천이 아닌) 타 지역에선 휴지에 불과하다. 관광객들은 상품권 사용을 위해 지갑을 열었다.

'화천사랑 상품권과 농특산물 교환권'. 축제기간 상품권은 두 가지로 유통된다. 이로 인해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10억 원이 넘게 팔린다. 매년 상품권 유통액만 무려 20여억 원에 이른다. 축제 종료 후 강원발전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산천어축제로 인한 직접효과는 500여억 원, 유발효과는 무려 1500억 원이다.

"물고기를 매개로 한 겨울축제, 전국적으로 이젠 30개 정도 된다."

산천어축제를 시작한 2003년도만 해도 겨울문화는 스키장이 유일했다. 중산층을 제외한 서민들이 참여할 겨울철 놀이문화는 없었다. 그것이 산천어축제의 성공요인으로 분석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젠 송어, 빙어, 산천어 등 겨울철 낚시를 테마로 한 축제가 전국적으로 30여 개에 이른다.

산천어축제는 전국적으로 겨울철 경제활동 인구증가를 가져왔다. 육상 내수면 어업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축제를 겨냥해 산천어 등 송어를 양식하는 농가가 급속도로 증가한 것이다. 작은 접경지역 산골마을의 발상이 겨울철 국내경제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태그:#화천, #산천어축제, #대한민국대표축제, #세계7대불가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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