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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단원고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접할 떡국을 준비하고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단원고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접할 떡국을 준비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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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밥상을 자식이 아닌 대통령과 정치인을 위해 차리는 부모 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엄마들이 준비한 '따뜻한 밥상'을 끝내 외면했다. 주인이 없는 밥상은 마치 세월호 희생자 영전에 바치는 설 차례상 같아 보는 이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박근혜-새누리당 '외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마련된 경기도 안산시 초지동 화랑유원지 한복판에 커다란 밥상이 차려졌다. 세월호 가족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295명을 위해 준비한 자리였다.

세월호참사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아래 세월호가족대책위)에선 지난해 12월  23일 초대장을 보냈지만 박 대통령이 앉을 상석을 비롯한 대부분 자리는 텅 비어 있었다. 우윤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여 명과 천호선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의원 5명이 참석했을 뿐이고, 새누리당에선 안산이 지역구인 김명연 의원 1명이 고작이었다.

세월호 가족과 자원봉사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침 일찍부터 사골 국물을 내고 떡을 썰어 떡국을 만들고, 과일을 접시에 담아내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식탁에는 일일이 의원들 이름표를 붙이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체감 기온이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한겨울 날씨에 야외에서 손님을 대접하는 게 결례이긴 하지만, 추운 바다 속에서 숨져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해해 주리라 믿었다. 

이날 행사는 세월호 가족들이 전국을 돌며 진행한 국민 간담회 도중 한 대학생의 제안에서 출발했다. 원광대 한 남학생이 "우리 대통령과 정치인들은 사랑을 모르는 것 같다, 세월호 어머니 아버지의 무기는 사랑이니 그 사랑을 전하라"고 제안했고, 세월호 가족들은 정치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대접해 자신들의 마음을 표현하자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마침 이날은 세월호 특별법 시행에 따라 진상조사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는 첫날이기도 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여야 추천을 받아 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수사권, 기소권 등 핵심 권한이 빠진 데다 여당 추천 위원 적격성 논란으로 부모들 마음은 편치 않았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 도중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자리 앞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 도중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준비한 자리 앞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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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위해 마련한 식탁이 텅 비어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을 위해 마련한 식탁이 텅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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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지록위마'의 해... 2015년은 진상조사위 활동 기대" 

세월호안산시민공동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호 민주노총 안산지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여러 정치인이 다녀가고 세월호를 얘기했지만 양심에 따르지 않고 당리당략으로 움직여 수사권, 기소권이 빠진 알맹이 없는 특별법으로 2014년을 마감하고 말았다"면서 "(세월호 진상 규명은) 진보나 보수의 정치적 문제가 아니고 자식 잃은 부모의 인륜의 문제이니 2015년엔 세월호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는 한해 되는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정세경 엄마의노란손수건 공동대표도 "아이들 영정 앞에서 사골 국물 내고 떡 썰고 김치 써는 부모 심정은 어떻겠나"라면서 "실낱같은 희망으로 정치인을 초대해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는 부모 심정으로 정치인들이 진실을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광화문에서 농성 중이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도 이날 분향소를 찾아 힘을 보탰다. 단원고 학생인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는 이날 행사장을 찾은 정의당 심상정, 김제남 의원과 얼싸안고 슬픔을 나눴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에게 일일이 떡국을 날랐다. 또 주인 없는 박근혜 대통령 식탁을 챙기면서 "그래도 대통령인데" 라며 끝까지 기대를 놓지 않았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떡국을 준비하고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떡국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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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단원고 학생인 고 안주현군 어머니 김정래씨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낭독했다. 김씨는 "2014년은 '지록위마'의 혼돈 속에서 수많은 맑은 영혼이 숨져갔으며 많은 사람들이 사슴을 말이라고 단정 짓고 정의와 진실을 내동댕이쳤다"면서 "오늘 이 자리는 그렇게 억울하게 떠나간 사랑하는 아이들의 죽음 앞에 모두가 왜 그래야만 했는지를 묻는 새로운 날로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밝혔다.

김씨는 "기소권, 수사권은 줘선 안 된다는 박 대통령의 언급으로 한참 모자란 특별법이 만들어졌고 진상 조사도 필요 없다는 위원을 추천한 새누리당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 뻔뻔한 집권당 횡포를 보였다"면서도 "대통령과 정치인들을 분향소로 초대한 것은 세월호 참사가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되며 여러분과 우리가 함께 풀어야할 과제이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4가지를 당부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단원고 고 안주현군 어머니(오른쪽)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서 단원고 고 안주현군 어머니(오른쪽)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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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 참석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왼쪽)과 김제남 의원이 단원고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 참석한 정의당 심상정 의원(왼쪽)과 김제남 의원이 단원고 고 오영석군 어머니 권미화씨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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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세월호 선체 인양 제대로 해서 남은 실종자 수색과 진상 규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달라. 둘, 진상조사위 활동을 방해하는 어떤 행위도 말아 달라. 셋, 국민이 원하고 서민이 바라는 대통령상이 무엇인지 다시 되돌아 봐 달라. 넷, 새해 첫 밥상을 당신을 위해 차리고 떠나간 자식 넋을 위로하는 애가 타는 부모 마음을 헤아려 달라. 앞으로 2015년엔 제발 정의로운 사랑이 넘치고 대한민국 국민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관대한 정치, 깨끗한 정치, 어진 정치 부탁드리며 세월호 참사 앞에 정직한 국가의 모습 보여 달라."

전명선 세월호가족대책위 위원장도 "2015년은 진상조사위원회가 시작돼 진실 규명 활동이 더더욱 활발하게 진행돼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해가 돼야 할 것"이라면서 "특별법이 시행되는 오늘부터 특별조사위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켜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직 바다 속에선 진실을 감추고 있는 세월호와 증거를 지키려고 진도 바닷바람을 맞으며 남은 가족들을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면서 "올해 중요한 과제 중 한 가지는 세월호를 원형 그대로 인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가족들이 준비한 떡국을 먹고 있다.
 1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세월호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엄마들의 따뜻한 밥상' 행사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들이 세월호 가족들이 준비한 떡국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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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은 이날 가족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진상 조사는 여야간 정쟁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되고 어떤 의혹이 있어선 안 된다"면서 "진실을 규명해야 새로운 희망이 싹튼다는 확고한 생각으로 진상조사위 활동을 감시 감독하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태그:#세월호, #따뜻한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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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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