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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은 김무성 당대표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지난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은 김무성 당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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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묵은 계파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7·14 전당대회 패배 후 침묵을 지키던 친박(친박근혜 주류)이 30일 공개적으로 김무성 대표를 성토하고 나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당 지도부 대신 친박 중진들만 청와대에 초청해 비공개 환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청와대가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친정체제 강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이날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송년 오찬 모임을 열었다. 김무성 대표가 당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연 송년 오찬 간담회와 같은 시간대였지만 친박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 홍문종·이주영·노철래·윤상현·함진규·김현숙 등 35명 가량의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반면, 이인제·김태호·김을동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송년 오찬 간담회에 참석했다.

공격 나선 친박 "당대표 자기 혼자 전횡하는 모습 우려된다"

포럼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첫 인사말부터 김 대표를 겨냥했다. 그는 "국가혁신과 경제살리기, 국민적 합의를 모아 힘껏 달려가야 할 시점에 애석하게도 선명하지 못한 당청관계와 국민 관심을 분열시킬 수밖에 없는 개헌논쟁,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하는 모습 등 갈길 먼 정부와 여당 발목을 잡는 일이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 잣대에 맞춘 혁신과 쇄신은커녕 오히려 자신의 잣대를 국민에 강요하는 것처럼 비치는 현재의 모습은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라며 "중요한 역할을 주도해야 할 당사자들이 자칫 자기 세력 과시에만 눈이 멀어 정작 제대로 바라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것 아닌지 함께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모두 김 대표를 겨냥한 얘기들이었다. 유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 "(참석자들이) 전당대회 득표율에 비해 대표가 자기 혼자 모든 것을 전횡하는 듯한 모습도 상당히 우려했다"라고 전했다.

특히 '당직 인사권 사유화' 언급은 최근 친박의 반발을 샀던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문제 삼은 것이다.

이 문제로 김 대표와 충돌했던 서청원 최고위원은 "내년이면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라며 "당도 앞으로 더욱 민주적으로 운영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당의 최고 선배이자 과거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길을 잘못 가면 잘못 가는 길이라고 지적할 의무가 나한테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후 비공개 회동에서도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문제를 직접 거론하며 "여태까지 당직 인선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한 적 없었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던 윤상현 의원 역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의) 득표율은 29.6%였는데 지금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당대표의 모습은 한 마디로 92%의 득템을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라며 "존재감 있는 여당을 만들겠다지만 존재감 있는 여당 대표만 보인다는 지적들이 일맥상통하게 흐른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모임 내용을 전했다.

그는 또 "당청관계가 전례없이 삐그덕거리고 금가고 있다"라며 "불안한 신호들을 빨리 포착해 고치고 보완하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현 지도부에서) 너무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개헌' 문제도 사전 차단했다. 함진규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경제를 최우선시할 수 있는 최적기로 내년 상반기가 어느 때부터 중요하다"라며 "때문에 개헌문제를 얘기하는 건 시기상조이고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다"라고 논의 내용을 전했다.

방어 나선 김무성 "당직자 반 이상 친박에 내놨는데 무슨 사당화냐"

이처럼 친박 주류가 본격적인 '김무성 흔들기'에 나선 까닭은 내년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선제 공세로 해석된다. 집권 중반기인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여권 내에서도 '미래 권력'을 향한 균열이 발생할 공산이 큰데다 총선마저 1년여 앞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차기 대선주자 1위에 꼽히는 김 대표가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정부의 군인·사학연금 개편 발표 '실수'에 "무능한 정부"라고 각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대표는 이 같은 친박 의원들의 발언을 전해듣고도 "내가 정치한 지 30년인데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심정도 이해한다"라고 '정면 충돌'을 피했다. 박 대통령이 당 지도부 대신 친박 중진들만 초청해 비공개 환담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도 의원들과 대화하고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넘어갔다.

다만, 김 대표는 '당직 인사권 사유화' 부분에 대해서는 "무슨 사당화냐"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우리 당직자 명단을 갖다 놓고 전당대회 때 누구를 지지했는지 보라"라며 "내가 반 이상 (친박 쪽에) 내놨다"라고 주장했다.

또 자신이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조직위원장 선정 및 4월 보궐선거 공천 등에 여론조사 경선으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 김무성 "조직위원장은 여론조사로...관여하지 않겠다"


태그:#김무성, #서청원, #계파갈등, #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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