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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1월중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당국자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 제의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내년 1월중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당국자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 제의하고 있다. 왼쪽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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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9일 오후 1시 44분]

정부가 29일 "내년 1월에 상호 관심사에 대해 대화하자"고 북한에 공식제안했다.

통일준비위원회(통준위) 정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 세종로 청사에서 '새해 통일기반 구축에 관한 통일준비위원회의 계획'을 발표하는 가운데 "통일준비위원회는 내년 1월중에 남북간 상호 관심사에 대한 대화를 가질 것을 북측에 공식적으로 제의한다"며 "이 만남을 통해 설 전에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이어 "이를 위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이 서울이나 평양 또는 기타 남북이 상호 합의한 장소에서 북측과 만나기를 바란다"며 "오늘 오전에 통일준비위 부위원장겸 통일부 장관인 제 명의로, 북측의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김양건 부장을 수신인으로 한 전통문을 보냈고, 북측도 이 전통문을 수령했다"고 덧붙였다.

발표 자리에는 통준위 정종욱 민간 부위원장과 하영선 외교안보 분과위원장, 김성재 사회·문화 분과위원장 등 핵심인사들이 함께 나왔다.

대화 의제와 관련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주 의제로 설정하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류 장관은 "이산가족 문제만이 아니라 여러 문제를 다룰 것"이라며 "특정한 의제만이 아니라 양측의 관심사를 다 논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종욱 "북측 만나게 되면, 통준위가 준비해온 과제와 목표 설명하겠다"

정종욱 부위원장은 통준위가 이번 대화 제의의 주체가 된 것에 대해 "통준위가 그동안 많은 과제를 검토해왔고 내년에는 정책으로 반영돼야 하는 시점에서 남북간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북측과 만나게 되면 통준위가 준비해온 과제와 목표를 설명해, 분단 70년이 되는 시점에 남북간 협력으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보고자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부정적 반응을 보여온 통준위가 대화 주체로 적절한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한두 가지 그런 보도가 나오기는 했는데, 김성재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이 두 차례,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 한 차례 개성에서 북측 관계자를 만난 내용을 보면, 통준위에 대해 북측이 긍정적이다 부정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북측이 긍정적으로 호응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지난 7월 15일 '대통령 직속 민관협력기구' 위상으로 출범한 통준의의 그간 논의를 토대로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한 추진방안을 아래와 같이 구체화해 나가고자 한다"며 ▲ 남북한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전사업과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교류 등 민간교류를 확대해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도록 추진, 특히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남북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의 등을 개최하고, 중장기적으로 남북 문화협정 체결 ▲ 분단으로 인한 민족의 고통 해소 차원에서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서신 및 영상편지 교환 및 정례적 상봉 등 인도적 문제 근본적 해결 ▲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작업을 구체화하여 착수하고, 국제기구와 남북이 협조하여 DMZ 생태계 공동 조사 ▲ 행복한 통일시대를 위해 보건·영양개선사업 및 생활 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을 내실화 있게 추진하고, 산림녹화·생태·환경보전·수자원 공동이용 등 남북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융합적 사업 확대 ▲ 통일시대에 필요한 법률과 제반 제도 정부와 협의하여 준비 ▲ 나진·하산사업과 같이 남북과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경제협력 사업의 추진을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등의 6가지 안을 제시했다.

류 장관은 "이런 사업들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남북간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국방위 라인 어디 가고?... 북 7월에 "통준위, 체제통일 위한 것" 비난

이번 대북 대화 제안은 그 주체가 통준위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대통령이 위원장인 조직이 직접 나섰기 때문에 무게가 실리는 측면도 있지만, 문제는 북한이 통준위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통준위 출범 열흘 뒤인 7월 25일, 통일준비위 발족을 "여론을 오도해 저들의 반통일적 정체를 가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 체제통일 준비를 다그치자는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의 통일준비위원회 조작 놀음은 민족을 전쟁의 재난 속에 빠뜨릴 체제통일 망상의 발로로서 북남관계 개선과 자주통일을 일일천추로 열망하는 겨레의 지향과 염원을 우롱모독하는 정치협잡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통준위의 통일헌장 제정 움직임에 대해 지난 11월 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통평) 서기국은 체제대결과 제도통일 기도를 집중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북은 전반적으로 통준위를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로 보고 있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북측이 경계하면서 비판하고 있는 조직을 대화의 주체로 내세웠는데, 상대방이 이 대화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 넓게 보면, 정부가 기존의 '청와대-국방위' 라인과 별도로 통준위라는 새로운 라인을 내세운 것인데, 현재 파탄 상태인 남북관계에서 이것이 적절하냐는 점이다. 남북은 지난 2월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북이 최고권력기구인 국방위의 대표라고 밝힌 원동연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1차 고위급 접촉'을 했고, 지난 10월 4일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인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북한의 최고위급인사들이 인천 아시안 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남했을 때 김진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나서 그를 응대했었다. 진전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청와대-국방위 라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집행기구가 아닌 대통령 자문기구 성격의 민관협력기구인 통준위가 직접 나선 것이다.

김창수 실장은 "대북 업무를 추진하기 위한 정부내 논의 구조가 정리가 돼 있지 않아 보인다"면서 "그동안 진행해오다 중단돼온 행사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민간이나 적십자 업무를 정부가 지원하면 되는 형태의 사업들(통준위가 밝힌 6가지 신년 계획)을 갖고 통준위가 대북대화를 하겠다는 점에서, 분단 70주년 기념 이벤트성 깜짝쇼를 위한 제안의 성격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는 통일부가 중단돼 있는 고위급접촉 재개를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 민간교류의 문을 확 열어주고 통준위가 측면지원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류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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