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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3 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2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이 부상당했다. 사진은 인화물질 폭발 당시의 동영상 화면을 캡처한 것.
 한 고3 학생이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 현장에서 인화물질을 터트려 2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3명이 부상당했다. 사진은 인화물질 폭발 당시의 동영상 화면을 캡처한 것.
ⓒ 주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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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10일 전북 익산 신동성당 사제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피해자 곽성준입니다.

저는 당시 신은미·황선 통일토크콘서트 행사진행 스태프로 참가하고 있었습니다. 행사 음향을 맡아 무대 왼편(황선씨 옆)에 앉아 진행을 돕고 있었지요. 폭발물 테러는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발생했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에서 멀지 않은, 세 번째 줄에 앉아있던 피의자 A군이 질문을 했고 신은미·황선씨가 번갈아 대답했습니다. 이후 다른 스태프가 "질문은 나중에 해달라"라고 A군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는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합니다. 하지만, 결국 폭발물 테러가 발생했고, 저는 화상을 입어 입원치료 중입니다.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그날부터 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입원실 문을 잠갔는지 수차례 확인하고, 작은 소리에도 잠이 깨는 등 신경이 곤두선 상태로 며칠을 보냈습니다. 사건 소식을 듣고 면회를 오겠다는 지인들이 있었지만, 선뜻 병원 위치를 알려줄 수가 없더군요. 혹시나 수상한 사람이 찾아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테러... 경악했다

지난 10일 오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의 진행요원으로 참석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성준씨가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통일 토크콘서트의 진행요원으로 참석했다 폭발물 테러로 화상을 입은 곽성준씨가 자신의 심경을 밝히고 있다.
ⓒ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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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나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에게 테러를 가하고 또 그로 인해 인명 피해가 났다는 사실이 정말 참담했습니다. 그리고 그 테러를 옹호하고 부추기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저를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SNS에 올라오는 토크콘서트 관련 소식들, 특히 테러 당시 영상은 다시 보기 힘들었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좀 차분해진 상태에서 당시 장면을 보기는 했지만, 보고 나니 속이 메스껍고 불쾌해져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는 폭발물 테러 당시 입었던 옷을 보관 중입니다. 기자회견 때 옷을 꺼내니 그 지독한 냄새가 가시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입원한 이후로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응원해 주셨습니다. 거듭 감사드립니다. 부족하나마 <오마이뉴스> 지면을 빌어 인사 드립니다. 보내주신 후원과 응원을 통해 민주주의와 정의, 인간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후원금은 4000만 원에 달합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후원금은 1만 원, 3만 원 후원이 대부분이었고, 10만 원 단위 후원금도 있었습니다. 후원금만으로 가득 찬 통장이 7개, 8개…. 그걸 보면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치료와 회복에 전념하겠습니다.

더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안 됩니다

제가 후원자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은 치료·회복과 함께 비슷한 끔찍한 테러를 뿌리뽑는 데 있다고 봅니다. 불꽃이 튀는 양은냄비를 들고 무대로 걸어나오던 피의자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날 만약 그 냄비가 토크콘서트 진행자에게 던져졌다면…, 만약에 그 냄비가 뒤집어져서 앉아있던 관객에게 쏟아졌다면…. 끔찍한 상황, 저는 생각하기 싫습니다.

그런데 이런 심각한 테러를 수사하는 당국의 행태는 믿음과 신뢰를 주지 못하니 정말 답답합니다. 경찰은 폭발물 테러를 18세 청소년의 단독범행으로 결론내렸습니다. 지난 22일 전북 익산경찰서는 "범행 당일 A군의 동선과 휴대전화 통화목록, 버스 내부 CCTV 등 여러모로 조사한 결과 공범은 없었다"라고 밝혔고, A군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A군은 범행 후 체포된 뒤에도 수갑 찬 본인의 손목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또 폭발물 테러 관련 인터넷 게시물이 A군이 체포된 상태에서도 해당 게시판에서 삭제되는 등 여러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은 수사를 종결됐습니다. 저는 이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경찰이 '솜방망이 처벌'로 이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됩니다.

저는 진상이 철저하기 규명되고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돼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폭발물 테러와 같은 끔찍한 일이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저를 응원하고 후원해주신 많은 분의 마음 또한 같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는 이번 일에 함께 해주시는 변호사님들과 함께 진상규명과 관련자 수사,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쓸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폭발물 테러 치료비 마련 및 변호인단 구성과 관련한 내용은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 블로그'에 나와 있습니다.


태그:#곽성준, #신은미, #황선, #통일콘서트, #폭탄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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