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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황산테러 소식이 알려지자, 일간베스트 게시판에는 이를 칭송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10일 오후 황산테러 소식이 알려지자, 일간베스트 게시판에는 이를 칭송하는 글이 계속 올라왔다.
ⓒ 일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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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씨를 향한 '폭발물 투척' 소식이 전해지자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아래 일베)는 흡사 축제 분위기다. 일베 회원들은 용의자 A(19)군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 예고글이 올라온 커뮤니티에 '성지순례'를 다니고, 그를 윤봉길 의사에 빗대 '의사(義士)'라고 부르기도 했다.

전북 익산 신동성당에서 열린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황선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의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이야기' 강연에 참석한 고교생 A군은 강연이 진행되던 오후 8시 20분께 인화물질을 넣은 냄비에 불을 붙여 강단으로 던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군은 지난 9일 오후부터 10일 강연 직전까지 애니메이션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오아니메'에 테러 예고글을 올린 인물과 동일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테러 예고글 인터넷에 올려

A군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네오아니메에 A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고, 한 회원이 이를 재빠르게 일베로 퍼 날랐다. 이 게시물에는 일베 회원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 황산테러 A군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손 A군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이후 네오아니메에 A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고, 한 회원이 이를 재빠르게 일베로 퍼 날랐다. 이 게시물에는 일베 회원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 일베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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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에 폭발물 투척 소식이 전해진 것은 사건 발생 직전인 오후 8시 18분께였다. 게시물 작성자 '영롱고결***'은 "종북콘서트 신은미 도시락 폭탄 맞고 뒤질 듯"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A군이 네오아니메에 올린 예고글을 갈무리해 시간 순서대로 배열한 뒤 "현재 진행형"이라고 알렸다.

위 글을 읽은 회원의 반응은 엇갈렸다. 댓글에는 A군의 폭발물 투척 실행 가능성을 두고 비아냥과 응원이 오갔다. 이런 가운데 20여 분 후인 오후 8시 40분께 언론에서 관련 속보가 나오자 이 글은 졸지에 '성지글'로 바뀌었다. 게시물 아래에는 "존경합니다, 의사님"(2중대정***), "격동의 역사 속에 내가 직접 서 있는 느낌이다"(Luz***), "오 장군님 제발 무사귀환 바랍니다, 저희들이 못한 용기 있는 애국행동에 정말 감사합니다"(숲속***) 등의 댓글들이 쏟아졌다.

이후 높은 추천수를 기록한 게시물이 모이는 '일베 일간베스트' 게시판에는 짧게는 10여 초 간격으로 A군과 관련한 글이 쌓이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그가 체포되는 과정에서 찍힌 사진과 동영상을 공유하면서 "익산 대첩", "1210 익산민주화운동" 등의 표현으로 A군의 행동을 추켜세웠다.

이어 오후 10시 49분께 또 한 차례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네오아니메에 A군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고, 한 회원이 이를 재빠르게 일베로 퍼날랐기 때문이다. '경찰서다'라는 제목의 글에는 수갑이 채워진 손 사진이 첨부됐다. 밑에는 "인생 처음으로 후원해드릴 의향 있다"(한번만***), "나보다 어리지만 행동은 형이다"(우타거포***) 등의 댓글이 달렸다.

10일 오후 8시 20분께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 콘서트에서 고교 3년생 오모(18)군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가방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10일 오후 8시 20분께 전북 익산시 신동성당에서 열린 신은미·황선 씨의 토크 콘서트에서 고교 3년생 오모(18)군이 인화성 물질이 든 냄비를 가방 안에서 꺼내 불을 붙인 뒤 연단 쪽으로 향하다가 다른 관객에 의해 제지됐다. 이 사고로 매캐한 연기가 나면서 관객 2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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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A군의 행동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는 일베 회원들도 일부 있었다. 대체로 '애국보수라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댓글의 요지였다. 댓글 중에는 "익산테러사건, 아무리 의로운 뜻이라도 법치주의 국가에서 폭력으로 자력 구제하려는 게 말이 되냐"(고소하면칼***), "열사든 뭐든 21세기에 저런 무식한 짓이 말이 되냐, 명분이야 어쨌든 범죄 아니냐?"(뀩뀩***)라는 댓글도 올라왔다.

하지만 이런 의견은 대다수의 반발에 부딪쳤다. 또 다른 일베 회원들은 "잘했다는 반응이 더 많은데 무슨 소리? 종북 말살할 좋은 기회구만", "법이 저것들을 보호해주니깐 미쳐 날뛰는 거 아니겠냐?"(18팡***), "무식한 새끼들 다루는 덴 무식한 게 최고다. 선비코스프레 치워라"(노콘***) 등의 반응을 보였다.

애초 맥락과 상관없이 "공산당이 싫어요"(괴벨스언***), "홍어(전라도 사람을 비하하는 일베식 표현-기자주)가 나타났어!!!"(전라독립***)라고 댓글을 달며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 반응도 있었다.

"도시락 열사"... "반도의 KKK단"... 찬양 일색

A군이 예고글을 올린 네오아니메에도 일베 회원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졌다. 이들은 게시판에 "여기가 21세기의 이승복,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도시락 열사를 배출한 곳입니까?"(반공전사를***), "이곳이 반도의 KKK단(인종차별주의적 비밀테러조직 - 기자주)입니까???", "여기가 애국보수의 성지, 네오아니메" 따위 글을 남기며 친근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9일 네오아니메에는 "드디어 인생의 목표를 발견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집 근처에 신은미 종북 콘서트 여는데, 신은미 폭사당했다고 들리면 난 줄 알아라"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글의 작성자는 A군과 동일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게시물에 함께 첨부된 사진에는 사제 폭탄의 재료로 추정되는 각종 약품이 있었다. 이어 약품을 도시락 통에 넣은 사진, 토크콘서트가 열리는 성당 입구, 폭탄물 투척 직전 강연장 내부 사진 등의 사진도 네오아니메 게시판에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빼갈 한 병 마시고 벼르고 있다" 등의 설명도 붙여져 있었다.

또한 사건 발생 전인 오후 10일 8시 2분께 이 게시물의 작성자는 "누가 (테러직전의 상황을) 일베에 중계 좀 해주라"고 요청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태그:#일베, #황산 테러, #고등학생, #신은미, #통일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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